이민휘 전 미주총연 회장, “포용하는 리더십 가져야”
이민휘 전 미주총연 회장, “포용하는 리더십 가져야”
  • 시카고=이종환 기자
  • 승인 2019.07.1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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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당선 후 반대편 대거 기용...박균희 회장 취임식에 ‘긴 축사’ 발표
이민휘 전 미주총연 회장
이민휘 전 미주총연 회장

“말을 다 못했는데, 이것을 참고로....” 7월13일 오후 시카고에서 열린 박균희 제28대 미주총연 회장 취임식에서 제16,17대 총연 회장을 지낸 이민휘 전 회장이 기자에게로 다가와 원고를 건넸다.

이민휘 회장은 이날 첫 축사자로 단상에 올라 작심한 듯 긴 축사문을 읽어내려 갔다. ‘존경하는 동포사회 지도자 여러분’으로 시작한 그의 축사는 여러 페이지였으나 글자크기를 12포인트로 하면 A4용지 한 장 남짓한 분량이었다.

하지만 쉬엄쉬엄 읽어간 데다 “미주총연 회원인 각지역 전현직 한인회장님들은 미주총연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면서, 초대부터 28대에 이르는 역대 총연회장들의 이름을 빠짐없이 소개하는 바람에 초반부터 축사가 늘어진다는 느낌을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축사가 느릿느릿 이어지자 객석에서 웅성거림이 나오더니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사회를 보던 김유진 사무총장이 ‘소란스럽게 하지 말아달라’는 경고를 거듭 보낸 끝에 이민휘 회장은 축사를 계속해 결국 “마지막이 될지 모를 것같아 긴 축사를 했다”며, “감사드린다”는 말로 끝냈다.

그리고는 잠시 후 이민휘 전 회장이 기자한테 단상에서 읽어내려가던 축사 원고를 가져와 건넨 것이다.그는 “중간에 미처 다 말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기자에게 원고를 넘겨주었다.

축사원고를 받고 놀란 것은 그가 한사람 한사람 언급한 역대 미주총연 회장들의 이름이 원고에 없었다는 점이었다. 초대 이도영 회장부터 28대 박균희회장까지를 순전히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 순서대로 이름을 불렀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민휘 회장은 올해 87세. 보청기를 끼고도 큰 소리가 아니면 쉽게 알아듣지 못한다. 이 때문에 축사중 객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도 몇차례 귀를 기울여서야 알아들은 듯했다. 하지만 미주총연과 관련 기억만큼은 정확했다.

그는 왜 그만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릅쓰고 긴 축사를 강행했을까? 그는 긴 축사에서 무엇을 강조하고 싶었을까? 이런 생각으로 그가 건네준 원고를 받아 미처 읽지 못한 부분을 포함해, ‘행간의 뜻’을 찾기 시작했다.

이민휘 전 회장의 원고는 자신이 출마하던 시절의 회고로 돼 있었다. 그리고 원고 중간의 “우리는 회칙을 지켜야 합니다” “우리는 한인사회를 위하여 일하여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란 부분에는 밑줄도 쳐져 있었다. 그의 축사는 요약하면 과거 시비에 집착하지 말고, 공(公)을 앞세우며, 사랑하고 용서하고 덕으로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내용이었다. 참고로 이민휘 전 회장이 건네준 축사를 소개한다.

“존경하는 동포지도자 여러분. 오늘 미주총연 제28대 회장 취임에 나아 축사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고 감개무량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1995년부터 1999년까지 16대와 17대 총연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오늘 취임하시는 박균희 회장께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새로 한인회장님이 되신 분들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게 있습니다. 적어도 총연회원이라면 총연의 역사와 과거 선배회장들이 무엇을 잘했고, 잘못했나를 아셔야 한다고 봅니다.

김동길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이것이 뭡니까.’총연은 명예가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전직총회장들의 책임이 많습니다.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저는 책임을 통감합니다.

저도 출마 당시 큰 서러움을 당했습니다. 출마하지 못하게 하려는 일부 세력의 방해도 있었습니다. 출마동기는 이랬습니다. 15대 총연에서 김일성 주석의 통일방법을 지지한다는 문서가 나와서 우리 회원들이 서명하여 임시총회를 소집요구하였으나 묵살당했습니다. 저는 총연이 제2의 조총련이 되면 안되겠다는 걱정과 고민 끝에 출마했습니다. 일본 민단의 박병헌 단장과 간부들도 저의 출마를 격려했습니다.

“우리는 회칙을 지켜야 합니다.” 저는 성인군자가 아닙니다. 부모님은 나라를 찾기위해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쳐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부모님으로부터 남을 위해 일한다면 자신을 버리고 도우라고 배웠습니다.

친애하는 회원 여러분. 저는 회장 후보 등록서류와 공탁금을 워싱턴 DC 총연 사무실에 보내 등록했습니다. 마감날인 오후 2시 등록했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총연의 사무총장이 다른 후보도 등록했다고 말했습니다. 물어보니 오후 2시반경에 등록을 했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등록한 후 누구도 온 적이 없는데, 등록서류를 보여달라고 하니 결국 거짓이었습니다. 마감시간인 5시가 넘어서 등록서류가 왔던 것입니다. 저는 싸우지 말고 등록을 받아주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받아주었지만, 상대편은 반성은커녕 저를 나쁜 사람으로 매도했습니다. 선전지에 ‘형님을 뽑을 것인가, 참된 일꾼을 뽑을 것인가’ 하고 모략을 해도 저는 정정당당하게 선거에 임했습니다.

1995년 선거는 텍사스 달라스에서 열렸습니다. 당시 달라스한인회장이 이민휘측 사람들한테는 식당출입도 막아달라고 식당측에 말해 한국식당을 이용못하고 미국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있습니다. 제가 무효표 2표를 제외하고 13표차로 당선된 것입니다. 저는 상대편을 찾아가서 총연과 동포사회를 위해 같이 일하자고 설득했습니다. 그래서 이사장과 부회장, 부이사장을 시켰습니다. 저를 반대한 회장들이 제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반대한 것으로 믿고 등용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저를 도와준 회장들로부터 항의전화와 편지가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도왔는데 왜 반대편을 등용하는가? 저를 도와준 분들은 제 마음을 알고 계시기 때문에 이해해주실 것으로 알고 그랬다면서, 조금만 참아달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사실 어려운 여건속에서 일을 할 때 성취감은 더욱 큽니다.

저는 총연 회장선거 때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한 끝에 제5차 세계한민족대회를 워싱턴DC에서 성공리에 치뤘고, 총연회관 건립을 위해 15만불 이상을 모금했으며, 총연신문을 발행하고, 각 지역한인회와 유기적으로 협조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뉴욕 휴스턴 아틀란타 워싱턴 템파베이 달라스 LA를 돌아가며 3개월마다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본국 정부와 동포사회에 총연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사심없이 일을 했습니다.

그 결과 제20대 최병근 회장때 총연회관 건립을 마무리했습니다. 최회장은 제가 17대 회장을 할 때 수석부회장으로 수고를 많이 하셨던 분입니다.

우리는 한인사회를 위해 일해야 할 책임도 있다고 봅니다. 박균희 회장께서는 그동안 자기가 책임지지 않아도 될 일들을 총연을 위해 희생해 오셨습니다. 전직회장들이 책임져야할 직원봉급, 변호사비를 지불하지 않아 총연회관이 차압당한 일도 있습니다. 그것을 말끔히 지불하신 분입니다. 우리는 감사한 마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총연은 과거 시비보다, 전비를 거울삼아 건전한 총연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조직의 운영은 사(私)보다 공(公)을, 감정보다는 이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랑으로 용서하고 덕으로 이끌어 가면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한인사회 지도자 여러분, 동포사회를 위해 더욱 힘써주시길 바라면서 인사말을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7월13일

제16대,17대 미주총연 회장 이민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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