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칼럼] 미주총연 둘, 모두 인정하면 어떨까?
[이계송칼럼] 미주총연 둘, 모두 인정하면 어떨까?
  • 이계송(재미수필가)
  • 승인 2019.08.07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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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처럼 우리 사회가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 좌와 우, 흑과 백으로 나누어 피 터지게 싸운 시기가 있었던가 싶다. 여기서 우리 사회란 한국 내뿐만 아니라 해외 한인사회를 통틀어 말한다. 참으로 열혈 정의투사들이 많기도 많다. 뭐든 바로 세워놓겠다니 좋은 세상이 머지않아 보인다. 그런데 정의와 정의가 부딪치는 파열음으로 세상은 오히려 더 시끄러우니 무엇을 위한 정의인지 헷갈린다.

미주한인총연합회(이하 총연)의 경우를 보자. 지난 수년 동안 두 동강이 난 총연, 양쪽 모두 ‘정의’란 명분으로 이전투구, 동포사회를 갈라놓고 있다. 자기들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동포사회는 냉소한다. ‘정의(正義)’란 마이클 센델의 지혜를 빌리면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公同善)을 고민하는 ‘공동체적 정의’”에서 찾을 수 있다. 한인회의 경우, 한인회라는 공동체가 추구하는 ‘친목연대’ ‘사회봉사’가 곧 정의다. 정의를 세운다면서 편 갈라 싸우는 행태는 자기 패거리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의일뿐 ‘친목연대’라고 하는 한인사회의 공동체적 정의를 훼손하는 불의(不義)일 뿐이다. 

한인회란 무엇인가? 동포들간 친목을 통해 이민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동아리다. 통치(governing) 기구는 물론 아니며 정치단체도 아니다. 미국의 경우 법적 지위는 멤버간 친목연대/사회봉사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비영리봉사단체(association)다. 한 마디로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언제든, 누구든 결성, By Laws(회칙/반드시 주정부에 등록하게 되어 있음)에 따라 활동하면 되는 단체다.

총연뿐만 아니라 미주지역 한인회들 역시 패로 갈라져 싸운 사건들이 그간 여기저기 수없이 많았다. 수치스럽게도 법정으로 끌고 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대부분 소송대리인은 미국인 변호사들이다. 그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무엇 때문에 동족끼리 싸우나? 차라리 갈라져서 마음에 맞은 사람들끼리 또 다른 단체를 만들어 친목과 봉사활동을 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들의 눈에는 미성숙, 야만(野蠻) 코리안이다.

하나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여의치 않으면 차라리 둘로 갈라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우정을 나누며 상호 경쟁적으로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활동을 펴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지켜보는 사람들도 보기에도 좋고. 실제로 최근 갈라진 두 개의 총연에서 나는 그런 면을 보았다. 양쪽 모두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단합된 힘을 모아 지도부를 격려한다. 상대 총연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도 꽤 인상 깊다. 다채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백방의 노력한다. 동포사회를 위해서 오히려 바람직하다. 다수의 정당, 노동단체 같은 경우도 시민들로부터 더 많은 점수를 따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다면 해외분규단체에 대한 재외동포재단의 대처방법도 달리해 보면 어떨까? 무조건 하나가 되라고만 할 것이 아니다. 두 단체 모두를 인정해 주면 서로 싸울 일도 없을 것이다. 지원금이 있다면 반으로 갈라 지급하면 되는 일이다. 양 단체가 벌인 사업의 결과를 채점하고, 좋은 점수를 받는 쪽에 상금을 주어 활성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 사실상, 총연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을 갖고 동포사회의 복지와 권리, 자존심 등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이 얼마나 많은가.

물론 총연이 명실상부하게 미주한인사회를 대변하려 한다면 하나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통합을 위해 누구든 양보하는 측이 승자가 될 것이다. 그게 바로 정의(正義)의 실현이다. “버르장머리’를 고친다?” “바로 세워놓는다?” 가능할까? 어림없다. 서로가 주도권을 쥐기 위한 명분일 뿐이다. 친목연대/사회봉사단체로서 한인사회 맴버들간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양보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이 곧 정의이며, 그걸 선도하는 리더가 진짜 존경받는 리더로 동포사회의 역사에 남을 것이다.

필자소개
이계송/재미수필가,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광주일고, 고려대정치외교학과졸업
저서: <꽃씨 뿌리는 마음으로>(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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