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73] 미륵사지 석탑
[아! 대한민국-173] 미륵사지 석탑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9.08.10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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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전라북도 익산의 금마면에 있는 미륵사지는 동서로 172m, 남북으로 148m나 되는 한국 내 최대의 절터이고, 국보 제11호로 지정된 서탑은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석탑이다. 석탑은 6층까지만 그 일부분이 무너진 상태로 남아있었던 것을 1915년 일제가 붕괴된 곳에 콘크리트를 발라 응급조치한 상태로 그대로 방치해오다 21년 동안의 보수를 끝내고 2019년 3월 23일,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원래 대형 목탑 양쪽에 동탑과 서탑이 있는 구조였으나 목탑과 동탑은 사라지고 서탑만 일부분이 무너져 내린 상태로 남아있었던 것을 복원한 것이다. 185 톤에 이르는 콘크리트를 정으로 하나하나 깨 걷어내는 데만 3년이 걸렸다. 동탑은 서탑을 참고삼아 1993년에 9층으로 복원했으나, 서탑은 해체 직전의 6층 규모로 비스듬한 경사면을 그대로 살려 복원한 것이다. 높이 14.5m, 폭 12.5m, 해체 전 석재 재사용율이 81%에 이른다.

서탑의 해체와 복원 과정에서 2009년 1월, 석탑 안에서 깜짝 놀랄 만한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백제 시대의 금, 은, 청동, 유리 유물 9947점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압권은 탑의 초석 밑에서 사리 장엄구와 함께 발견된 금판 봉안기(奉安記)였다. “우리 백제 왕후께서는 좌평 사택적덕의 따님으로 지극히 오랜 세월 선인(善因)을 심었기에 지금 생애 뛰어난 과보(果報)를 받아 만민을 어루만져 기르시고 불교의 동량이 되셨기에 능히 정재(淨財)를 희사하여 가람을 세우시고 기해년 정월 29일에 사리를 받들어 맞이했다.”

이 봉안기가 압권인 것은 백제무왕 서동과 신라 진평왕(565~632)의 셋째딸 선화공주 사이에 얽힌 사랑 이야기에 혼란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백제의 무왕은 왕족이지만 산에서 마를 캐며 살았기 때문에 서동이라 불리었는데, 어느 날 신라의 선화공주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신라로 가서 선화공주가 밤마다 몰래 자신을 만난다는 노래를 퍼뜨렸다. 선화공주가 이 노래 때문에 궁궐에서 쫓겨나자 서동은 그녀를 아내로 맞아 백제로 와서 왕위에 올랐다. 삼국유사에 전하는 이 이야기에 따르면 무왕의 왕비는 선화공주가 되어야 하는데, 사리 봉안기에서는 왕비가 좌평 적덕의 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믿고 싶었던 하나의 신화에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무왕과 선화공주의 사랑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보는 학자도 많다. 무왕이 59세 되던 639년에 미륵사를 세우는데, 사랑에 빠진 건 수십년 전 젊은 날이었을 테고, 그렇다면 선화공주가 무왕과 결혼은 했지만, 일찍 세상을 떠났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실이 어느 쪽인가 알 길은 없지만,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을 믿고 싶은 것이 많은 이의 마음일 것이다.

어쨌든 미륵사지 석탑의 복원은 1400년 만의 쾌거임에 분명하다. 수리와 복원 과정에서 학술발표가 18건, 연구논문 14건, 학위논문 5건, 책자 9권이 나왔고, 복원관련 특허등록이 5건, 보수에 참여한 연인원은 12만명에 달했다. 1탑 1금당이라는 한국 사찰의 정형과는 달리 3탑 3금당이라는 독특한 구조에, 백제의 위용을 복원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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