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만리장성 이남의 유일한 중국 조선족마을, 북대하조선족촌에 가다
[기고] 만리장성 이남의 유일한 중국 조선족마을, 북대하조선족촌에 가다
  • 강동춘 중국길림신문사 기자
  • 승인 2019.08.12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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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중순, 기자는 월드옥타 삼하지회 소속 조선족 경제인들의 봉사활동을 동행 취재하면서 만리장성 이남의 유일한 조선족마을로 불리는 북대하신구 조선족마을을 다녀왔다.

중국 하북성 진황도에 있는 이 마을에서 체류한 시간은 5시간에 불과했지만, 오늘까지 깊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북대하신구 조선족마을은 끝없이 넓은 들판과 푸른 벼가 넘실거리는 논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길게 뻗은 콩크리트 길을 따라 마을 중심에 들어서니 시골집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어딘가 연변의 전통 농촌 마을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촌 사무실 건물 밖 벽에 중국어와 조선어로 된 “조선족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표어가 눈에 띄었다. 촌 사무실에 도착하니 정영철 촌당지부 서기와 박시우 촌장이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정영철 서기에 따르면 북대하조선족마을은 1952년 당시, 양식이 필요한 시점에서 당지 정부가 벼농사를 위해 연변과 흑룡강성에서 조선족 기술자들을 받아들이면서 세워졌다. 최초 박 씨와 최 씨 성을 가진 조선족 농업기술자, 기타 조선족 농민들과 이 마을을 건설했다. 후에 북대하지구에서 벼농사가 활기를 띠면서 조선족 인구가 늘었다. 인구가 가장 많을 때는 480여명에 달했다.

조선족 농민들은 수많은 늪의 고인 물을 빼고 강물을 다스리면서 벼농사를 보급했다. 당시 쌀 생산량을 크게 늘인 공로로 북대하 조선족촌은 여러 차례 정부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개혁개방 후 북대하조선족마을도 격변기를 맞았다. 수입을 위해 주민들이 한 명, 두 명 해외와 대도시로 빠져 마을 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주민수가 노인과 노약자를 포함해도 100여명밖에 안 됐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농사를 짓는 데에 영향을 받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조선족 농민들의 삶의 터전인 땅을 팔면 앞으로 마을주민들이 귀향 시 생존에 직접 영향을 받을 것이 뻔했다. 당시 촌 지도부와 마을 연장자들은 머리를 맞대 지혜를 짜내, 규칙을 만들었다. “그 누구를 막론하고 마을을 떠나는 사람은 땅과 집의 임대는 할 수 있되 절대 팔지는 못한다”는 것이었다.

처음 규칙을 발표했을 때 일부 촌민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마을을 떠나면서 다시는 뒤도 돌아보지 않을 것처럼 헐값에 땅과 집을 팔아 항공권이라도 마련해보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촌지도부와 마을 연장자들의 흔들림 없는 견지에 그들도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최근 국가 정책이 나날이 좋아지고 집값과 땅값이 올라감에 따라 해·내외로 떠난 촌민들은 지금에 와서 당시 촌 지도부의 결정이 얼마나 정확하고 필요했는지를 알게 됐다.

현재 마을에 노년 인구가 많고 노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촌 지도부는 수입 증가를 위해 땅을 집중·관리하는 농장화 방식으로 외지인력을 영입해 농사를 짓고 있다. 박시우 촌장에 따르면 마을주민 중 누구라도 언제든지 마을에 돌아오면 함께 농장화 경영에 참여할 수 있고 스스로 땅을 관리하고 경영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고 한다.

“마을에 자신들의 땅과 집 등 재산이 그대로 있으니 촌민들이 매년 수시로 마을을 오가고 있고 마을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지요.” 박시우 촌장의 말이다. 박 촌장은 현재 농촌사업에 관한 국가의 정책이나 촌의 행사 등을 위챗 채팅방으로 통지한다.

“외국에 나가서 다 잘 사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당의 정책이 좋고 지방경제도 활성화돼 현지에서도 열심히 일한다면 얼마든지 돈을 많이 벌 수 있지요.” 정영철 서기는 외국에 나가 병을 얻고 돌아와서 치료비로 번 돈을 다 밀어놓고 세상을 떠나는 분들을 보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필자소개
강동춘= 중국길림신문 글로벌담당 기자. 중국과 해외에서 재외동포의 삶과 기업경영을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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