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대열칼럼] 미얀마 오지에서 로힝야족을 보며, 출산율을 생각하다
[배대열칼럼] 미얀마 오지에서 로힝야족을 보며, 출산율을 생각하다
  • 배대열(칼럼니스트, 해죽순 개발자)
  • 승인 2019.08.26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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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일 동안 미얀마의 오지에서 지냈다. 인터넷이 전혀 연결되지 않는 지역이었다. 10여년전 스마트폰이 없을 때는 지리산 자락의 고향 마을에 가서 휴대폰이 먹통되더라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지금은 1~2시간 동안만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도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었다. ‘스마트폰증후군’이라고 할까?

내가 이번에 찾아간 곳은 미얀마의 북서부 지역인 라카인주였다. 미얀마 정부군과 로힝야족 사이에 갈등이 이어지면서 무력충돌이 잦은 곳이다.

인터넷이 안되는 것은 아마 미얀마정부 측에서 차단한 때문이었다. 반군으로 불리는 로힝야족들의 소식이 서방세계로 송출되고, 또 로힝야족들이 외부 정보를 얻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인터넷을 차단했던 것이다.

먼 나라에서 온 나로서는 별 수가 없었다. 그냥 인터넷 없는 환경에서 참고 지내는 수밖에.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약간은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또 시간이 흐르니까 그 불편함에 적응됐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뉴스의 검색부터 지인들 간의 카카오톡, 전화, 여러 정보의 취득 등... 인터넷은 우리의 모든 것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다. 편의를 추구하기 위해 만든 이기(利器)에 오히려 인간이 통제당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로힝야족들은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이 가져다준 피해자들이다. 국제정치에서는 인륜이나 인권, 평화, 공존, 인도주의 같은 듣기 좋은 말들은 한낱 허울 뿐이라는 사실을 금방 실감하게 된다. 국제정치에서는 말이 필요치 않다. 오직 힘만 통하는 곳이 국제정치무대다.

지금 로힝야족들은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어느 나라도 발 벗고 나서서 돕지 않고 있다. 내가 머문 라카인주의 외딴 섬에서 느끼는 로힝야족의 참상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해 보였다.

영국은 불교국가인 미얀마를 통치할 때 인도의 이슬람교 신도들인 로힝야족들을 이주시켜 중간지배계층으로 활용했다. 그러다가 미얀마가 독립하면서 로힝야족은 ‘국제미아’ 신세로 전락했다. 그들의 미얀마 이주에 궁극적 책임이 있는 영국이나, 인도 정부는 방관할 뿐이었다. 이 때문에 로힝야족들은 자신들이 기대거나 어려움을 호소할 나라조차 없어진 것이다.

미얀마 국민이 가지고 있는 로힝야족들에 대한 반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이유는 영국이 인도인들을 내세워 미얀마를 대리통치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미얀마에 파견된 로힝야족들이 미얀마인들을 매우 악랄하게 괴롭혔던 역사 때문이다. 이것이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악감정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불교도인 미얀마 사람들과 이슬람을 신봉하는 로힝야족들은 물과 기름 같은 존재로 도저히 화합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도 로힝야족 신세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국제사회에서는 우리 스스로 힘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국력의 기본은 무엇보다 인구다. 적절한 인구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국력의 증강은 헛구호에 그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출산율이 걱정이다. 출산율 절벽을 이대로 방치하면 모든 것이 끝이다. 저출산 기조가 지속되면 나라의 존속은 물론이거니와 나라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 요소인 ‘국민’이 사라진다. 우리나라가 저출산으로 인해 나라의 문을 닫는 지구 상의 첫 나라가 될까 걱정이다.

필자소개
1958년생. 한양대 정외과 졸업. 1990년부터 식품사업 및 무역업 종사. ‘해죽순’ 관련 특허 60여건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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