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시가 있는 아침] 키스 - 조정인
[신지혜의 시가 있는 아침] 키스 - 조정인
  • 뉴욕=신지혜 시인
  • 승인 2019.08.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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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인 시인
조정인 시인

키스

그때, 나는 황홀이라는 집 한 채였다

램프를 들어 붉은 반점이 어룽거리는 문장을 비췄다 인화성이 강한 두 개의 연료통이 엎어지고 하나의 기술이 탄생했다 두 점, 퍼들대는 얼룩은 일치된 의지로 서로에게 스미었다 무풍지대에서도 불꽃은 기류를 탔다 불꽃은 불꽃을 집어삼키며 합체됐다 불꽃형상을 한 혀에 관한 속설이 꿈속에서 이루어졌다 한 줄, 문장이 타올랐다 나는 심연처럼 깊게 타르처럼 고요하게 끓을 것이다



이 시가 당신을 황홀의 집으로 초대한다. 처음엔 그저 붉은 반점이 어룽거리는 문장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인이 그 존재들을 램프로 비추어준다. 두 개의 얼룩이 서로 스며들어 일치되자 불꽃이 발화되고 하나의 불꽃으로 합체되었다. 키스다! 바로 이 기술, 시인은 한 줄 문장이 타오르도록 발화시킨다. 절정의 문장 한 줄이 되기까지 시인은 그 얼마나 오랫동안 어둠속에서 연금술적 상상력을 홀로이 제련했겠는가.

'인화성이 강한 두 개의 연료통이 엎어지고' 두 점의 존재가 스미고 일치된 의지로 서로 합체되게 하는 과정엔 언어적 장인, 인화성을 지닌 시인의 무한 상상력의 발화가 만일 없었다면, 마력적인 불꽃의 문장은 결코 타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한 줄, 문장이 타올랐다' 마침내 품 넓은 무한한 연민과 애정으로 전율을 몰고오는 '황홀이라는 집 한 채, 두 개의 얼룩같은 문장이 만들어낸 드라마틱하면서도 장엄한 키스! 그렇다. 언어의 신전에서 발현되지 않은 문장들을 간곡한 기도처럼 채굴하여 또 발화시키는 시인의 황홀, 그리고 또한 그것은 '심연처럼 깊게 타르처럼 고요하게 끓을 것이다.'

조정인 시인은 1998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장미의 내용』 『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막』 『사과 얼마예요 』, 동시집으로 『새가 되고 싶은 양파』가 있으며, 지리산문학상을 수상했다.

필자소개
《현대시학》으로 등단,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 미주동포문학상, 미주시인문학상, 윤동주서시해외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세계 계관시인협회 U.P.L.I(United Poets Laureate International) 회원. 《뉴욕중앙일보》 《미주중앙일보》 《보스톤코리아》 《뉴욕일보》 《뉴욕코리아》 《LA코리아》 및 다수 신문에 좋은 시를 고정칼럼으로 연재했다. 시집으로 『밑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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