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월출산의 큰바위얼굴을 찾아
영암 월출산의 큰바위얼굴을 찾아
  • 김희경(시인)
  • 승인 2019.09.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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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희경의 남도 탐방기
영암 월출산 큰바위얼굴[사진=박철 작가]

남도 여행에서 직감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는 멋과 맛이다. 그리고 흥과 한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의 중심은 영암 월출산의 큰바위얼굴에 있다. 마음의 중심 안쪽에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큰사람이 필요하다. 정체성을 일갈하는 상징으로서의 큰바위얼굴을 떠올린다.

우선 멋과 맛의 고향인 남도는 바람이 푸르고, 배추밭과 파밭이 푸르고 푸르렀다. 찰진 사람들의 고향 남도는 맛의 고향이었다. 젓갈의 산지답게 숙성문화와 깊은 맛을 내는 맛의 원산지다. 또 흥과 한의 고향이다. 많은 정자와 누각 그리고 토속적인 가락으로 드러나는 풍류의 고장으로서 흥의 산지이기도 하고, 한으로서 유배의 땅이기도 하다. 다산 정약용과 관계 깊은 사의재도 유배지로써 이번 방문에 포함돼 있었다.

남도 역사문화 탐방은 올해 첫 번째였다. 이번 탐방은 남사모, 남한산성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 김내동 회장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강희갑 작가가 추진위원장으로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 가능했다. 탐방 전체 주관은 아시아문화경제진흥원의 강성재 이사장이 이끌었다. 참가자는 아우 마당 가족과 남사모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주었다.

탐방 일정은 강진 김영랑 생가, 해남 두륜산 케이블카, 영암 큰바위얼굴로 짜인 1박 2일이었다. 이번 탐방은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있는 곳을 찾아보기 위한 것과 이미 강희갑 사진작가의 2019 '한라에서 백두까지 희망'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강희갑 작가의 행보는 이미 8월 초 마무리했다.

사진=강희갑 작가

강희갑 작가는 한반도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며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을 위한 100회 기념 희망 일출을 작품으로 남기는 작업이었다. 비영리 재단법인 승일 희망재단(공동대표 박승일.션)을 후원하고 있었다. 강희갑 작가는 이번 탐방에 참가하게 된 다짐을 말했다. "2016년 1월에 시작했던 일출 산행은 월출산 99번째 희망을 일출을 목표로 오늘 가려 한다. 9월에는 마지막 100번째 독도로 잡고 있으며 산행했던 사진을 모아 파주시를 시작으로 국내외 순회 전시를 진행하고 많은 시민과 환우 분들께 꿈과 희망을 전하고 싶다."

월출산과 영암 탐방은 구림 한옥마을에서 달빛을 받으며 시작했다. 아우 마당 가족, 남사모 회원 27명의 희망 릴레이는 일출 산행팀, 영암관광조, 두 팀으로 나눠 시작됐다.

첫 방문지는 김영랑시인 생가 방문이었다. 험난한 시대에 순수를 고집한 김영랑 시인. 해설사가 안내했다. 영랑의 삶과 시 세계에 설명은 영랑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귀한 시간이었다. 시인 한 사람의 탄생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은근하면서도 길었다. 해설을 듣는 동안 영랑 시인의 '오메 단풍들것네~'를 설명할 때는 시 한 편이 주는 위안과 감동을 줬다. 또 탐방의 아름다움을 갖게 해주었다. 영랑의 시 세계를 현장감 나게 해준 해설이었다.

김영랑은 아름다운 집에서 잘 사는 집 아들로 시대적 아픔에 동참한 시인이었다. 서정적인 면이 강하며 자신의 인생에 어떠한 친일의 흔적도 남기지 말라고 외친 민족 시인이었다. 87편 시를 발표했다. 부인과는 1년 만에 사별했다. 김영랑의 시의 특징으로는 요즘 나오는 신조어를 쓰기도 했다.

다산 정약용의 사의재(思宜齊). 다산의 고난과 역경을 받아들인 주막과 할머니의 배려. 명작저술과 아이들 교육. 인생은 고난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새삼 느꼈다. 사의재는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되었을 때 머물던 주막이었다. 할머니의 배려로 4년 동안 기거하며 '경세유표'를 집필했다. 사의재는 네 가지를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방이라는 뜻으로 맑은 생각, 엄숙한 용모, 과묵한 말씨, 신중한 행동을 가리킨다. 시대의 고난에 정면으로 맞부닥친 인물이었다. 죽음이 언제 올지 모르는 절박한 유배지에서 사상과 철학의 완성을 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해남 두륜산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시원하게 단숨에 하늘길에 이르니 눈이 확 트이는 남쪽 바다! 모든 시름 잊을 수 있었다. 케이블카에 옹기종기 팀들과 나누는 웃음소리는 어른이지만 마치 어린아이들의 웃음처럼 해맑았다.

가슴 뻥, 뚫리는 마음을 안고 미황사(美黃寺)로 갔다. 미황사에서 금강 주지스님은 직접 만들어 주신 차를 마시며 법문을 들었다. 절은 왜 절인가라는 질문에 절을 많이 해서 절이라며 아이 같은 웃음을 주셨다. 미황사는 고찰로 1,200년이 주는 공간의 힘이 있었다.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미황사라고 하시며, 절의 역사를 설명했다. 420년 전 소요, 태능스님이 기거했다. 서산대사의 직계 제자로 조선시대를 통틀어 대표적인 시인이라며 소요 스님의 시를 읊어 주셨다.

개개의 얼굴마다 밝은 빛이 찾아들고
사람사람 마다 맑은 바람이 일어난다
거울을 깨서 그림자 자취를 없애니
새 한마리 울어 나뭇가지에 꽃이 핀다

시를 소개하는 금강스님의 맑은 모습은 건강한 생각에서 오나 보다. 세밀화가로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인 김영택 화백님의 부도전에 관한 해박한 해설과 친필 사인 하신 선물 포스터, 펜화 영인본, 엽서, 전시 초청장을 선물했다. 그리고 고향처럼 편히 쉴 수 있는 곳, 미황사. 오래 기억하게 될 듯했다. 접하기 쉽지 않은 사찰음식으로 저녁 공양. 공양 후 무화과의 상큼한 맛. 입안의 맛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영암 부림 한옥마을에 도착했다.

구림 한옥마을에서 하룻밤 잠깐의 잠을 청하고 월출산을 향해 달빛을 뒤로하고 나선 시각은 새벽 3시. 희망일출을 위하여 영암에 있는 큰 바위얼굴을 만나러 갔다. 큰 바위 얼굴은 미국의 작가 너서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이 쓰고, 피천득 수필가가 번역한 단편소설이었다. 우리에게는 '큰바위얼굴(Great Stone Face)'로 알려졌다.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전설을 어머니께 들은 주인공은 날마다 꿈과 희망을 키워 나중에는 진짜 큰 바위 얼굴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의 큰 바위 얼굴상보다 10배나 더 큰 월출산의 큰 바위 얼굴이 발견되었다. 사진작가 박철의 의해서였다. 얼굴의 길이가 100여 미터에 이른다.

천황사

큰 바위 얼굴이 주는 상징성은 사회적 지위보다는 지속적인 자기 성찰이 인간의 위대한 가치를 고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간사의 중심을 흐르는 이야기다. 커다란 사람이 되어야 할 청소년들에게는 꿈과 희망으로 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면 이야기가 건강하게 이해되고 큰바위얼굴이 되지 않을까. 이번 월출산행에서도 큰 바위 얼굴을 직접 보는 것은 탐방의 핵심이었다.

천왕봉에서 일출은 장관이었다. 천국은 구름 속에 있었다. 일출은 구름에 숨어버리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나타나 너울거리는 파도처럼 기암석을 들었다 놨다, 보일 듯 말듯 마음을 조아리게 했다. 잠깐 얼굴을 보여주다 이내 또 사라지기를 1시간 반 가까이 곡예를 했다. 천국의 공연이었다. 장관이 따로 없었다.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안 잡혀 아쉽다고 강 작가가 말씀했지만, 안개구름 춤추는 모습에서 구정봉, 향로봉, 노적봉, 문필봉, 주지봉 등 기이한 봉우리들이 무대에 펼쳐진 연기자 같이 춤을 추었다.

10시간 가까이 한 산행이었지만 의식은 환하게 문을 열어주는 시간이었다. 운해 아래로 펼쳐지는 모습은 신비감을 넘어 남한의 금강산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을 만큼 기묘한 암석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월출산은 신들의 조각 전시장이었다. 기암석은 인물상, 동물상 갖가지 형상의 돌의 형태로 다양했다. 돌들이 결합하여 햇빛 사이에 기암들을 생성시켰다. 베틀굴과 남근석에서의 기를 받아

사진=박철 작가

더 빠른 속도로 산을 오르는 재미있는 시간도 보냈다.

영암 사람들은 큰 바위 얼굴에 전설을 누구보다 더 신령 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문화 종교 정치 분야에 뛰어난 인물이 나타나 나라와 민족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배출된 훌륭한 인물로 왕인 박사와 도선 국사가 있었다. 아우마당 강성재 이사장은 이 시대의 큰 인물이 될 청소년들의 큰바위얼굴 장학 사업을 막 시작하려 한다. 청소년들의 미래를 키워주고 도와주는 이 시대의 큰바위얼굴은 계속해서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하는 바가 크다.

희망일출 99번째 스토리는 영암에서 지원한 식사와 선물 한 보따리 안고 서울을 향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삶에 동력을 불어 넣어준 의미 있는 탐방이었다.

김희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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