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시가 있는 아침] 북극성-권애숙
[신지혜의 시가 있는 아침] 북극성-권애숙
  • 뉴욕=신지혜 시인
  • 승인 2019.09.0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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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애숙 시인

북극성

오래된 삼나무 그림자가 덜컹, 흔들립니다

세상을 다 밟고 간 이름을 부르며
삼나무 가지를 밟아오릅니다
삼나무 그림자가 삼나무 꼭대기를 만들며 자라는 동안
없는 이름은 더 먼 곳으로 없는 이름을 끌고 떠났는지
나는 어둑한 쪽으로 패인 발자국을 던집니다

세상의 낡은 문고리들이 덜그럭거리고
뒤태를 잃은 사람들이 저물도록 숲을 물들일 때

홀로,

길 잃은 것들을 끌어안는 당신
떨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는 당신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영원을 새기는 당신

당신을 잃고 난 뒤에야 가믈한 북극이 보였습니다



당신이 마음을 앓고 있거나 혹은 당신에게 누군가 떠나간 이름이 있다면, 바로 이 시가 당신을 따스하게 위무해줄 것이다. 삼나무 그림자가 덜컹, 흔들리고, 북극성이 빛나는 가을밤이다! 북극성은 북쪽 하늘 작은 곰 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 이름이다. 이 시속에서 시인은 떠나간 이름을 호명한다. '오래된 삼나무 그림자가 덜컹, 흔들'린다. '세상을 다 밟고 간 이름을 부르며 삼나무 가지를 밟아오릅니다.' '없는 이름은 더 먼 곳으로 없는 이름을 끌고 떠났는지'라고 시인은 부재의 슬픔, 그리움, 정한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인은 삶에서 멀어진 그 이름이 저 북극에 닿아 있을 것임을 이 시에서 암시하고 있다.
 
또한 시인은, 떠나간 이름이, 영롱한 저 북극성에서 '길 잃은 것들을 끌어안는 당신/ 떨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는 당신/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영원을 새기는 당신'이 되어, 남은 자를 환히 밝혀주고 있음을 들려준다.

쓸쓸함 너머 삶에 대한 긍정의 빛과 함께, 생의 든든한 지킴이로서 승화된 바로 그 북극성인 것이다. 이 시 속엔 애잔한 슬픔을 치유하는 별빛이 들어있다. 이 아름다운 시로 인해 9월의 가을밤이 온통 환하다!

 
권애숙 시인은 경북 선산에서 출생,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및 1995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으로 『차가운 등뼈 하나로』 『카툰세상』 『맞장뜨는 오후』 『흔적극장』 이 있다.

필자소개
《현대시학》으로 등단,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 미주동포문학상, 미주시인문학상, 윤동주서시해외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세계 계관시인협회 U.P.L.I(United Poets Laureate International) 회원. 《뉴욕중앙일보》 《미주중앙일보》 《보스톤코리아》 《뉴욕일보》 《뉴욕코리아》 《LA코리아》 및 다수 신문에 좋은 시를 고정칼럼으로 연재했다. 시집으로 『밑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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