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학 총영사 “쓰촨성 청뚜에서 한국 푸드 페스티벌 열었죠”
장제학 총영사 “쓰촨성 청뚜에서 한국 푸드 페스티벌 열었죠”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9.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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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학 주성도한국총영사
장제학 주성도한국총영사

중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는 어디일까? 예상 밖으로 북경, 상해가 아니다. 정답은 중경(重慶, 충칭)이다. 약 3천400만명(2017년 말 기준)이 거주한다. 더 놀라운 점은 중경은 중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2위는 상해(2천300만), 3위는 북경(1천900만) 그리고 4위는 중경과 가까운 사천성 성도(成都, 청뚜)다.

주성도한국총영사관(총영사 장제학)은 사천성, 운남성, 귀주성 그리고 중경직할시를 관할한다. 관할지 면적을 다 합치면 114만km²에 달한다. 이 지역 인구는 2억명에 가깝다. 중국에는 총 32개에 달하는 성(省)이 있는데, 중국 인구의 1/7이 서남부 3개 성에 있는 것. 하지만 이 지역에 거주하는 교민수는 6천명에 불과하다. 사천성 2,500명, 운남성 800명, 중경시 2,200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귀주성에는 130명뿐이다.

“사천은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삼국지 영웅들의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마라탕, 훠궈, 마파두부 등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요리들이 사천에서 왔고요.” 중국 서남부는 거리상으로 한국과 멀지만, 정서적으로는 멀지 않다는 게 장제학 총영사의 말이다. 더울 때 매운 음식을 먹어 더 땀을 배출하는 것도 이상하게 한국과 비슷하다. 이백, 두보, 소동파 등 중국 고대 대표적인 문인들이 살았던 곳도 사천성이다. 최근 장 총영사와 인터뷰를 했다. 장 총영사는 관할 지역의 문화적 특색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중간중간 이 지역과 관련한 우리 독립운동의 역사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관할 지역은 어떤 것으로 유명한가요? 우선 사천성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주성도총영사관 관할 지역은 예전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가 위치했던 곳이라 삼국지 영웅들의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또 경치가 수려하고 음식과 차가 유명하며 마오타이, 우량예 등 최고급 바이주로도 명성이 자자한 지역입니다. 특히 사천 음식은 중국 4대 요리 중 하나라고 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습니다. 마라탕, 훠궈, 마파두부 등은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요리죠. 요리 말고도 사천성은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판다의 고향이기도 하고, 변검으로 대표되는 전통 공연 예술 ‘천극’의 산지이기도 합니다.”

주성도한국총영사관이 지난 5월20일 청두시 정부와 함께 청두 팬더 푸드페스티벌-혀 끝으로 만나는 한국 행사를 개최했다.
주성도한국총영사관이 지난 5월20일 청두시 정부와 함께 청두 팬더 푸드페스티벌-혀 끝으로 만나는 한국 행사를 개최했다.

- 중국 사천성에도 김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천파오차이(四川泡菜)는 중국판 김치라고 불리죠. 사천성의 명물입니다. 무, 오이, 양배추, 고추, 배추 등을 소금에 절여 먹습니다.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진 지역답게 사천 사람들은 한국인들처럼 고유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을 뿐 아니라, 외부 문화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많고 포용력이 강한 편입니다. 우리 총영사관은 이러한 특성에 맞추어, 올해 5월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푸드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몇 년 전에는 안동 탈춤을 소개하여 변검에 익숙한 사천성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 중경은 중국 서부 최대도시입니다.

“중국 서부 최대도시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입니다. 장강 상류에 위치하여 오래전부터 물류의 집산지로서 중요성을 인정받았으며, 항일전쟁 기간에는 중국의 임시수도로 기능을 했습니다. 특히 상하이에서 창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중국 여러 지역을 전전하다가 결국에는 중경에 정착하여 제대로 된 위용을 갖추고 활발하게 독립운동을 펼쳤기 때문에, 중경은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아주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입니다.”

- 마지막 임시정부가 세워졌던 곳이 중경이지요?

“1945년 해방을 맞을 때까지, 많은 독립열사가 이곳에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으며, 분리돼 있던 독립운동 세력들을 연합하여 명실상부한 통합정부를 구성했고,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한국광복군도 창설했던 곳이 중경입니다. 이러한 역사의 흔적을 직접 보고 느끼고자 매년 한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중경을 찾고 있으며, 2017년 문재인 대통령, 2019년 이낙연 총리 등 중요 인사들도 중경을 방문했습니다.”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한완상)'가 충칭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한완상)'가 충칭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다채로운 소수민족들이 있는 운남성도 많은 한국인이 찾습니다.

“스린(石林), 따리(大理), 리장(麗江), 샹그릴라, 시솽반나(西双版納) 등 지역은 중국 타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경치와 환경을 갖추었다고 하여 중국 내에서도 매우 인기 있는 관광지입니다. 운남성 내 진사강, 란창강, 누강이 이루는 삼강병류 협곡은 200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 중국의 ‘국주’로 불리는 마오타이주가 바로 귀주성에서 생산됩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마오타이주는 1950년 사회주의 정권 수립 1주년 국빈 연회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마오쩌둥이 미국 닉슨 대통령에게, 덩샤오핑이 김일성에게 대접한 것도 잘 알려졌죠. 귀주는 한때 중국 내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였으나 최근 5년 연속 10% 내외의 경제성장을 이루며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서늘한 기후라는 이점을 발휘해 애플, 화웨이, 알리바바 등 세계적 대기업들의 빅데이터 센터를 유치하여 첨단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 서남부 교민사회의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교민사회의 주요 행사는 무엇인가요?

“교민사회의 규모는 약 6,000명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인회와 동호회를 중심으로 친밀하게 지내는 편이며, 등산, 테니스, 골프, 합창 등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통해 교류하고 단합을 합니다. 한인사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희 총영사관에서 추진하는 여러 행사에 많은 교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십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있는 사천성과 중경시 한국인회가 광복절 기념행사(사천)와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중경)을 거행하고 있으며, 4개 지역 모두 매년 한인 체육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및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 기념 문화공연 '회상'.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및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 기념 문화공연 '회상'.

- 공관이 올해 역점을 두고 하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올해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특히 독립열사들이 광복을 맞이했던 마지막 임시정부 청사가 위치한 중경에서 다양한 활동이 있었습니다. 또 중경에 있던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이 드디어 복원된 것도 올해의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우리 총영사관은 독립운동가 초상화 전시회, 음악과 춤, 태권도 공연, 스토리 패션쇼, 패널토론 등 여러 가지 문화행사를 개최했습니다.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 기념식을 위해 중경을 방문한 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이주영 국회부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 등 국내 고위급 인사들과 100여 청년들이 참가한 한중우호카라반 대표단 등이 올해 중경을 방문해주셨는데요, 이 행사들이 한국인회를 중심으로 한 동포사회의 열띤 참가와 중경시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로 성공적으로 거행될 수 있었습니다.”

- 우리 기업들이나 상품의 현지 진출이 활발한가요?

“사천성과 중경시는 중국 서부내륙의 중심지로서 중국의 서부대개발과 일대일로 사업의 요충지라고 할 수 있고 ‘장강경제벨트’의 핵심지역이기도 해 갈수록 우리 기업들의 관심과 진출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사천성에는 현대자동차(상용차), 포스코, 롯데자산 등이 공장이나 사업장을 두고 있고, 롯데백화점, 뉴코아아울렛 등 서비스업 분야기업들도 진출해 있습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 현대상선, 이랜드, 아시아나, 파리바게트, 우리은행, CGV 등 약 350여 기업들이 청두시를 중심으로 진출해 있습니다. 특히, 청두시 고신구에는 한중혁신창업단지가 2015년부터 설치돼 우리기업들이 독자 또는 합자 형식으로 첨단분야 창업에 나서거나 진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중경시에는 현대자동차(북경현대),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대기업과 함께 이들 기업과 연계된 협력업체들이 함께 진출해 있고, 한국타이어, KCC, LG화학, 포스코 인터내셔널, 풀무원,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약 250여개 기업이 진출해 기업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26일 청두에서 열린 2019 CSR 포럼 및 경제동향 설명회.
지난 6월26일 청두에서 열린 2019 CSR 포럼 및 경제동향 설명회.

- 해외 각지에 한류 바람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현지 젊은이뿐만 아니라 정부 인사들을 만날 때에도 상대방이 먼저 자신은 한국의 특정 드라마를 좋아한다며 저도 봤는지 물어보는 등 여기저기서 한류의 영향력을 실감하곤 합니다.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어를 배우는 현지인도 많아졌으며, 그 결과 서남민족대학교, 사천외국어대학교, 운남사범대 문리학원 등 관할지 내 많은 대학이 한국어 전공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그 밖에 많은 대학이 교양과목으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총영사관은 문화공연을 개최하는 경우 우리 전통문화부터 K-Pop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포함해 현지인들에게 그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편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관할 지역 1개 대학에 ‘코리아 코너’를 설치토록 하여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우리 영화상영 행사도 개최할 계획이며, 다가오는 10월 국경일 행사에도 우리 한류를 선보이는 공연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공관장으로서 교민사회나 정부, 각계에 대해 말씀하시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우리 교민들에게는, 특별히 무엇을 어떻게 하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요즘 세상에 대한민국 사람으로 함께 숨 쉬며 존재하며, 특히 비슷한 공간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늘 반갑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정학적, 지경학적으로 매우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가급적 서로 보듬고 이해하려 힘쓰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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