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코리안] 그리팅맨의 유영호작가 전시회 ‘over there 요기’
[비바 코리안] 그리팅맨의 유영호작가 전시회 ‘over there 요기’
  • 정길화(방송인, 본지 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11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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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길, 인간의 다리 등 프로젝트 작품 전시
그리팅맨은 연결성 강조하는 커넥팅맨으로 확장

조각가 유영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김종영미술관이 선정한 ‘오늘의 작가’전이다. 유영호는 그리팅맨(greeting man)의 작가, 미러맨(mirror man)의 작가다. 그리팅맨은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브라질 상파울루 한국문화원 앞까지. 미러맨은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에콰도르 키토까지 작품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공공설치미술가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그가 6년 만에 개인전을 열고 있는 것이다.

신관 1층 평화의 길(the way of peace)

작가가 권장하는 관람 동선은 신관 1층에서 3층으로의 방향이다. 1층 ‘평화의 길’은 두 사람의 거인이 두 팔로 커다란 원을 만들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팔을 사용하되 럭비경기에서 서로 팔짱을 끼는 스크럼(scrum)과는 다르다. 두 사람은 각자의 두 팔로 최대한 넓은 면적의 원을 만든다. 서클링맨(circling man)이라고 할까. 굳이 작품의 제원을 물어보니 원의 지름은 약 10미터에 이른다.

이들의 목적은 원을 만드는 것에만 있지 않다. 두 거인이 각각의 양팔로 이루어진 원주 위로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남녀, 인종 구분 없이 각자의 방향으로 자유롭게 걸어가고 있다. 거인의 굳센 팔등은 사람들이 걸어가는 ‘평화의 길’이다. 거인의 침묵, 인내, 실천, 희생 위에 길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작가가 생각하는 평화의 프로세스가 아닐까.

신관 2층 인간의 다리(bridge of human)

2층으로 오르면 1:200의 축소모형작이 있다. 한 거인이 고개를 숙이고 양 팔을 벌리고 있다. 두 손끝 양단(兩端)의 사이에는 심연의 강이 흐른다. 그의 팔은 양쪽 지점을 잇기 위해 최대한 늘어나 있다. 그는 브리지맨(bridge man)이다. 한없이 팔을 연장하려는 그의 안간힘에서 자연스럽게 까뮈의 시지프스(Sisyphus)를 연상하게 된다.

거인의 팔 위로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팔 속으로는 차량이 통행한다. 이 다리가 놓여야 할 가장 적확한 장소는 한반도다. 유 작가는 장차 남북을 잇는 곳에 이 다리가 세워질 것을 믿는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다리’는 조각 작품이나 조형물을 넘어선다. 도로, 교량, 터널이 함께 시공되는 거대한 구조물이 될 것이다.

3층 그리팅맨의 꿈, 연천에서 장풍까지

3층에는 유영호 작가의 ‘그리팅맨의 꿈, 연천에서 장풍까지’의 프로젝트가 구현되어 있다. 2016년 경기도 연천 옥녀봉에 세워진 그리팅맨은 북녘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다. 예술가의 상상력은 시대의 한계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는 경기도 연천군 옥녀봉과 건너편 북한 땅 황해북도 장풍군 마량산에 그리팅맨을 마주 세우겠다는 담대한 구상에 이른다. 그 꿈은 이미 절반이 이루어져 있다.

전시실에는 연천에서 장풍까지의 지형을 재현한 사판이 설치되어 있고, 여기에 두 그리팅맨이 마주보고 서 있다. 1, 2층에 설치된 서클링맨, 브리지맨 공히 고개를 숙인 채, 두 발을 굳건히 딛고 서서, 두 팔의 힘으로 정립(定立)하고 있다. 그들은 그리팅맨의 다른 모습이다. 이제 그리팅맨은 연결과 연대를 지향함으로써 연결하는 사람, 커넥팅맨(connecting man)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에게는 전시실이 좁다.

‘오늘의 작가’전, 요기(over there)

유영호 작가는 이번 김종영미술관이 선정한 ‘오늘의 작가’ 전시회의 이름을 ‘over there’로 명명했다. 그리고 전시회 포스터에 실린 실사 사진에서 황해북도 장풍군 마량산에 ‘요기’라고 아주 작은 필기체 글씨로 표기했다. 그래 놓고 보니 마치 포스터가 미완성인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장난스럽게도 보인다. ‘저기’가 아닌 ‘요기’다. 그에게는 북한땅 장풍이 멀지 않다.

유영호 작가는 어쩌면 분단으로 인한 민족의 거리감을 뛰어넘는 예술적 비약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누가 알겠는가. 어느 날 갑자기 연천과 장풍에 두 그리팅맨이 마주 인사하고, 그 사이 임진강에는 ‘인간의 다리’가 놓이고, DMZ에는 ‘평화의 길’ 조형물이 설치될 그날이 올 줄을. 그의 꿈은 오는 11월 방영 예정인 MBC 다큐멘터리 <그리팅맨의 꿈, 연천에서 장풍까지>에 오롯이 담기고 있다.

필자소개
정길화(방송인, 언론학 박사, MBC 중남미지사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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