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터프한 아줌마를 만나다
[Essay Garden] 터프한 아줌마를 만나다
  • 최미자 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9.09.1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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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뜻밖에 생긴 자동차 사고 때문에 이틀 동안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시간을 빼앗기기도 하지만, 사건을 처리하는 담당자들의 유창한 영어를 내 귀가 따라갈 수 없으니 바쁜 딸에게 나는 도움을 청하여야만 한다. 

일요일 낮 점심을 먹고 외출을 하려던 참이었다. 누가 우리 집 현관에 서서 벨을 눌러 나가보니 몇 번 본적이 있던 백인 아가씨가 서 있다. “우리 어머니가 당신네 차를 쳤어요.” 집 앞에 세워놓은 우리 집 차 중에서 가장 고령인 현대 산타페 자동차의 옆구리를 쭈그러뜨려 놓았다. 눈으로는 작은 상처였지만 운전석 쪽의 앞과 뒷문이 열리지 않았다. 앞의 엔진 쪽을 다치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생산된 모델이라서 우린 자랑스럽고 차가 육중하여 두꺼비라고 부르며 타고 다니던 무사고 자동차였다. 주차하거나 차고에 들어오면서 조금 긁힌 흔적만 있을 뿐이다. 

사고가 난 날, 길 근처엔 중년의 여인이 조금 당황한 얼굴로 흰 트럭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우리를 보자 바로 “미안합니다”라고 첫인사를 건넸다. 대부분 사람은 자기의 과실을 덮으려고 그런 인사조차 할 줄도 모르고 보험회사에게 떠맡기고 떠난다고 나는 들었다. 그래서 그분의 양심적인 말에 나는 연민마저 생겨서 그녀를 안아드리고 싶었지만, 사고의 경위를 먼저 들어야만 했다. 

딸의 보이프렌드가 근처에 집을 샀기에 타운 하우스에서 이사를 나가며 마지막 실은 짐차였다. 그 말을 듣고 “아주머니, 당신은 좋은 어머니이시군요. 딸의 이삿짐을 손수 트럭으로 나르시다니요. 대단히 터프한 엄마로군요”라고 나는 칭찬하고는 오히려 사고를 낸 당사자가 얼마나 놀라셨느냐며 물었다. 

그녀가 보여준 운전면허증을 보니 나보다 몇 살 아래 분이다. 차 주인인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는데, 모녀는 조금 편안한 얼굴로 변해갔다. 차를 며칠 고쳐야 하니 우린 기분이 조금 언짢았지만, 아주머니가 보험회사에 바로 알리겠다는 말을 들으며 우리 집 앞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그렇게 헤어졌다.

다음 월요일 우린 상대방의 보험회사가 흔하지 않은 이름이라, 오전에 차를 빨리 고쳐 사용하려고 추천받은 바디수선 공장으로 갔다. 공교롭게도 우리 측 보험회사 담당자도 외출하여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여직원이 차를 빨리 고치려면 내 보험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는 말에 순진한 우리는 그렇게 따랐다. 나중에 들려준 우리 측 보험회사 에이전트의 답변은 내가 낸 공제금액은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한동안 잊어버리란다. 일방적인 사고여서 그런가? 난 고객을 위해 두 보험회사끼리 빨리 해결해주는 줄 알았는데, 얼마나 황당한가. 장사인 세일즈만 할 줄 알지 고객을 위한 서비스에는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집에 돌아오니 우리 차를 친 레이첼 아주머니가 자기 보험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느냐고 묻는 전화가 왔다. 우리가 외출한 사이여서 못 받았다고 하니 사고처리 청구번호를 알려주었다. 한편, 우리의 상황 이야기를 듣고는 우리가 차를 되찾을 때 왜 공제금액을 내느냐며 화를 내었다. 우리도 알고 있지만 서둘러 우리가 우리 측 보험회사를 사용하려다 그리된 것이다. 친절한 그녀와 대화를 끝내고 곧 수리소에 전화하여 보험회사를 상대방 아주머니 것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아직 시간이 있으니 새 서류를 받으려고 그곳으로 다시 찾아갔다. 도착하여 온 까닭을 말하니 남자담당자는 자기 일을 마감했다며 이메일 주소를 달란다. 문을 닫기 30분 전이었고 우린 고속도로를 반시간 동안 달려왔는데 말이다. 겨우 첫 페이지 종이만을 받고 확인했지만, 장사꾼 속인 그들의 불친절에 우린 속이 상했다. 점점 이기적으로 살다 보니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태도가 사라지는 세상이 되었다.

딸아이는 직장에서 문을 닫은 후이지만, 이미 들어 온 손님은 업무처리가 늘어져도 항상 친절하게 마무리를 하기에 그런 무성의한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 젊은 피가 흐르는 딸인지라 한 동안 분노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가 상처를 받고 있었다. 난 중얼거렸다. “세월이 가면 그런 부당한 일들에 차츰 무디어져 가고, 그냥 나쁜 사람들도 엄마처럼 용서하게 되어버린단다.” 또 저녁 교통 체증시간이라 우린 마켓의 주차장 차 안에서 앉아 기다렸다. 

피곤했지만 집에 돌아와 차로 인하여 우연히 좋은 한 분을 만나게 되었음에 감사한다. 우리자동차를 다치게 했으니 서로 적 같은 입장인데도 전화의 대화에서 세상의 따뜻한 인정을 확인했다. 레이첼 아주머니는 우리가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며 “내가 너의 차를 쳤기에, 당신들은 한 푼도 내면 안 되어요!” 여러 번 “미안하다”는 말로 정의로움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또한 그녀는 내가 강한 어머니라는 말에 자상하게 까닭을 설명해주었는데, 친정어머니를 양로원에 모시고 다니면서 ‘터프한 여인’이 되었다고 했다. 3월에 돌아가신 엄마를 아직도 그리워하며 전화 속의 그녀가 울먹일 때도 난 같은 딸로서 동질감을 흠뻑 느끼기도 했다. 레이첼 아주머니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어, 좋은 세상을 만들면서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수리소에서 자동차가 우리 품에 돌아오는 날엔, 예쁜 카드로 난 그녀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필자소개
경북 사범대 화학과 졸업
월간 ‘피플 오브 샌디에이고‘ 주필역임, 칼럼니스트로 활동
방일영문화재단 지원금 대상자(2013년) 선정되어
세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발행
미주문학서재 주소 http://mijumunhak.net/mija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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