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호 전 대만한인회장의 카카오톡은 배경사진이 재미있다. 박사모를 쓴 조 회장의 프로필 사진이다.
“고려대 정보통신 대학원 최고위과정에 참여했어요. 수료하고 찍은 사진입니다.” 9월23일 서울 코리아나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조 회장과의 대화는 카톡 배경사진을 화제로 해서 고려대 ICP 최고위과정에 참여하게 된 일화로부터 시작했다.
“버지니아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김명찬 회장이 같이 참여하자고 권했어요. 공자영 인도네시아 바탐한인회장도 함께 참여했는데, 우리가 참여한 42기 과정에 모두 56명이 등록해 수업을 받았습니다. 2018년 상반기 6개월 과정이었어요.”
조 회장은 42기 56명 원우들의 원우회장도 수업할 때부터 맡아 지금까지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김명찬 회장과는 오래전 부산시 해외통상자문위원을 같이 할 때부터 친교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명찬 회장이 바람을 잡아서 원우회장이 됐는데, 덕분에 지출이 많아졌어요. 원우회를 활성화하자니 식비도 내고 선물도 준비해야 하거든요.”
조 회장은 총교우회 중에서 42기가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고도 덧붙였다. 조 회장이 원우회를 잘 이끌 수 있는 것은 대만한인회장과 민주평통 대만지회장 등 다양한 조직 리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2003년에서 2005년까지 제8대 대만한인회장을 지냈고, 민주평통 12-15기(2005년 7월에서 2013년 6월) 대만지회장을 역임했다. 2016년부터 1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는 대만한인경제인연합회장과 월드옥타 대만지회장으로 봉사했다.
경기도 양평 출신인 조 회장이 대만에 정착한 것은 1982년이다. 올해로 대만생활 36년째다. 생애의 절반을 대만에서 보낸 셈이다.
조 회장은 타이베이에서 관광업을 경영하고 있다. 직원만 200여명에 이른다. 7개 여행사로 이뤄진 타이완 산푸투어 그룹 및 타이베이에 10여개의 호텔을 가진 타이완 그린월드호텔 그룹의 CEO를 맡고 있으며, 두 그룹의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기도 하다.
또 일본에서 1,2위 안에 드는 여행사인 HIS 여행그룹의 타이완 지사도 맡고 있다. 일본에서 대만으로 여행 오는 인바운드 손님만 한 달에 3만명, 한국과 동남아에서 오는 관광객 매월 1만명 등 1년에 40만명을 유치한다. 이러다 보니 타이베이에 자체 소유의 11층짜리 빌딩 8층에서 11층까지 4개 층을 독자로 사용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부동산임대업을 경영하고 있다. 오피스텔과 상가, 아파트 등 20여개소를 임대해서 들어오는 소득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소득이 뒷받침되어 고려대 최고경영자과정 원우회 회장도 맡고 있는 셈이다.
조 회장과의 만남이 이뤄진 것은 최근 출간된 대만한인 100년사가 계기가 됐다. 대만한인회(회장 임병옥)가 편찬한 이 책은 지난 7월 출간돼 화제를 모았다.
이 책 맨 끝부분에 ‘도움을 주신 분들’ 명단이 올라 있는데 대만달러 10만위안(400만원) 이상 기부한 개인 6명의 이름 가운데 조 회장의 이름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100년사라고 할 수 있을지를 두고 교민사회에 논란이 있었어요. 50년, 80년, 90년 등을 전에 기념한 적이 없는데 느닷없이 100년사라고 해서 책을 내도 문제가 없을까 한 것이지요.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년에 맞춰 한인사를 편찬해 낸 것은 의미는 있지만, 사실 논란거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책이 진행되면서 조 회장이 앞장을 섰다. 먼저 자신이 앞서 회장으로 봉사했던 대만한인경제인연합회에 모아놓은 기금 10만위안을 한인사 제작에 기부하도록 하고, 본인도 10만위안을 담아 20만위안을 편찬위원회에 전달했다. 이렇게 조 회장이 앞장서면서 한인사 편찬 기금 모금이 활성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에는 6-7천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타이베이에 4-5천명이 거주하고 있고, 카오슝과 타이중에도 거주하고 있어서 한인회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소개하는 조 회장은 한인회가 진행하는 교민사회 주요 행사로 상하반기 한 차례씩 열리는 한인골프대회와 여성회 중심의 불우이웃돕기행사, 그리고 송년모임이라고 소개했다. 체육대회 행사도 한때 중단됐으나 최근 부활했다고 한다.
그는 민주평통 대만지회장을 맡았을 때 한국학과가 있는 대만문화대학과 대만정치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남북한 관계와 통일문제를 주제로한 글짓기 대회 등을 개최했다면서, 이런 행사들이 중단돼 지속되지 않는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2007년과 2011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2014년에는 국민훈장 목련장도 수훈한 바 있다.
조 회장은 “대만에서 여러 한인단체장을 역임했지만, 한인사회를 위한 봉사에는 끝이 없다”면서 “앞으로도 교민사회를 위한 기여활동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