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 한국에서 조선족으로 살아가기… 대결보다는 대작(對酌)의식이 중요
[대림칼럼] 한국에서 조선족으로 살아가기… 대결보다는 대작(對酌)의식이 중요
  • 예동근 국립부경대 교수
  • 승인 2019.09.25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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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을 한국에서 살다 보니, 조선족과 한국/한국인, 조선족과 다문화집단, 조선족과 중국/중국인 등 다양한 틈새들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항상 대립하는 것도 아니고, 충돌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어떤 것은 굉장히 오래가고, 어떤 것은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진다. 어떤 것은 현재 괴로움을 당하고 있으며, 어떤 것은 미래에 불확실성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도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조금 더 큰 ‘자유’를 향하고 있다. 비록 절대 자유는 아니지만, 그래도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고, 틈새 공간이 있다.

한국에서 오래 살아본 사람으로서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설명한다면 ‘대결’한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차려놓은 밥상에서 함께 대작하는 것과 같다. 가령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래도 중국 술이 최고야!”, “중국 술은 독해, 그래도 한국 술!” 등 여러 가지 대결의 모습을 술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보여준다.

밥상은 내가 차려놓고, 손님을 초대하고 중국 술도 올려놓고, 한국 술도 올려놓아 ‘대작’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주체적 삶’의 실천방식이다. 중국 술과 한국 술, 어떤 술이 좋은가? 그런 점에서 ‘대작(對酌)’이 중요하다. 대작은 소통이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것을 판가름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느낌을 서로 깊게 전달하고 공유한다. 그렇게 하려면 그만큼 품위가 있어야 하고, 박식해야 하고, 연구해야 한다.

두 종류의 술을 맛보면서 모두 인정하고 깊이 있게 중국 술은 어떤 음식과 더 어울리고 어떤 계절에 더 어울리고, 한국 술은 어떤 음식에 어떤 계절에, 함께 음미하면서 이 두 술을 어떻게 어떤 장소에서 마실지, 누가 와 더 즐겁게 마실지 상상하면서 경험 세계를 통해 상상의 세계를 확장해 가는 것이다. 한국을 이기거나, 중국을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대작의 목적은 내 느낌, 나의 감각을 더 정확하게 찾는 것이다.

최근 한 지인이 ‘조선족 혐오’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이런 시위가 일어나고 있으니, 우리는 반대시위에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자세히 보니, 한국 극우 인사들이 조선족을 범죄자로 취급하면서 한국 좌파정권과 인권위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보기만 해도 화가 났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반대시위에 나서면, 그쪽은 더 좋아하고 유명해지면서, 더욱 공격할 것이 분명했다.

이런 ‘대결’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이런 동영상을 신고하고 확산하지 못하게 하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내야 하지만, 직접 맞대면을 할 필요는 없다. 차분하게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훌륭한 지도자, 연애인을 통해 그들이 ‘혐오증’의 위험, 이것이 대한민국을 얼마나 더 위태롭게 만들어 가는가를 설득하는 ‘대작(對酌)’이 필요하다.‘’

한때 유학생인 내가 경계인(외국인)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은 출입국이었다. 국제공항의 출입국심사대였다. ‘외국인’ 통로 심사대를 지날 때였다. 10년 전에는 항상 묻는 말이 있었다. ‘한국은 왜 왔는가?’라고 시큰둥한 인상으로 질문을 했다.

당장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대작(對酌)’의 말 걸기 연습을 해야 한다. 키가 작고 평상복을 입은 중년의 한 사나이는 “영화 보러 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기막혀하는 출입국직원을 보고 그는 대답을 이었다. “저는 영화감독입니다.” 그러자 출입국직원은 금방 곰상스러워졌다. 대결 아닌 대작의 묘미였다. 그가 바로 장률 영화감독이다.

필자소개
중국 길림성 영길현 출신, 고려대 사회학박사, 중국 중앙민족대학교 민족학석사, 연변대학교 중문학 학사
현재 국립부경대 중국학과 교수
저서: 『트랜스 로컬리리티와 경계의 재해석』 『단둥, 단절과 이음의 해항 도시』 등 14권(공저, 역저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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