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 ⑥]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홍어를 좋아하세요?(2)
[홍미희의 음악여행 ⑥]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홍어를 좋아하세요?(2)
  • 홍미희 기자
  • 승인 2019.10.0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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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 클라라, 브람스
슈만, 클라라, 브람스

두 번째 곡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은 원래 클라리넷을 위해 작곡된 곡이지만 바이올린, 비올라가 연주하기도 한다. 이 곡은 브람스가 죽기 2년 전 작곡된 것으로 당시 브람스는 유서까지 쓰면서 삶을 정리하고 있었다. 음악적인 한계를 느끼고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버려 삶의 의욕을 잃은 브람스에게 클라리넷 연주자인 뮐펠트는 새로운 활력을 찾게 했다. 살짝 숨을 멈췄다가 피아노 반주 위로 시작되는 곡은 부드럽고 아름답다. 원곡이 클라리넷인 만큼 바이올린의의 느낌보다는 비올라의 느낌이 섞여 있다. 주변의 죽음을 경험하면 삶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연주에는 아픔과 슬픔, 체념의 마음이 들어있는 듯하다.

설명을 한 피아니스트는 피아노의 악보를 넘기는 일을 맡았다. 그림처럼 옆에 앉아 있다가 조용히 일어나서 악보의 끝을 잡고 빨리 넘긴다. 이때 악보 넘기는 소리는 나지 말아야 하고 피아니스트의 왼손 움직임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 어릴 때 친구들과 연주하던 생각이 났다. 피아노를 치는 친구 옆에서나, 합창대회 반주 하는 친구 옆에는 악보를 넘겨주는 친구가 필요했다. 그런데 악보를 넘기는 아이가 음악을 모르면 연주하는 친구를 참 어렵게 했었다. 그래서 악보를 넘기는 타임을 놓치면 “빨리, 빨리”, 아니면 “아직, 아직”을 외치게 했던 기억이 떠올라 연주를 듣다가 웃었다. 나의 이런 마음이 통했는지 두 번째 곡이 끝나자 악보를 넘기던 사회자는 오늘 자신이 극한직업을 맡게 되었다고, 악보를 넘기는 일이 어려운 일임을 살짝 토로한다.

세 번째 곡은 슈만 클라라가 작곡한 피아노 트리오다. 클라라는 아버지의 제자였던 슈만을 어릴 때 만나 사랑에 빠졌고, 성인이 되자마자 결혼한다. 가난했지만, 미래가 촉망받던 피아니스트 슈만은 손가락부상으로 연주가 어렵게 되고 작곡에 몰두하게 된다. 당시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는 정신병이 악화되어 입원하게 된 슈만의 곡을 연주하며 활동에 전념한다. 클라라의 공식적인 고별무대가 그녀의 나이 71세에 열렸으니 평생 슈만의 홍보자가 된 셈이다. 이러한 클라라에게 브람스는 힘든 일을 같이 의논하고 해결해주는 든든한 후원자였다. 브람스는 평생을 클라라를 연모하며 살았고, 1896년 클라라가 숨을 거둔 뒤 1년이 되지 않아 그도 세상을 떠났다.

피아노 트리오는 여러 가지 중주의 연주 형태 중 가장 안정적이고 아름답다. 화음을 연주하는 피아노와 높은 선율을 담당하는 바이올린, 낮은음을 담당하는 첼로가 만나 황금비율을 이루기 때문이다. 악기를 연주할 때 독주의 화려함도 있지만, 중주나 오케스트라 연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알게 해준다. 개인 파트를 연습하다가 다른 악기와 같이 연주하면 혼자 연습할 때는 미처 몰랐던 화음의 소리를 들으면서 ‘아~ 작곡자가 원한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중주를 한 곡이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였는데 혼자서 연습할 때와 다르게 부담도 없고 소리를 같이 만들어내던 기억이 참 좋았다.

연주하는 세 명 모두 예원학교를 다녔고 파리국립음악원, 영국 왕립음악학교, 파리고등국립음악원 등에서 수학한 재원들이다. 그래서인지 트리오로 연주하는 세 명의 합이 맞는다. 이 곡은 클라라가 힘든 시기였던 드레스덴 시절 작곡된 것으로 바이올린과 첼로가 한 옥타브 차이로 같은 음을 연주하면서 움직이는 선율은 아름다우면서도 힘이 느껴진다. 첼로가 선율을 연주하면 바이올린은 가벼운 피치카토로 하프 같은 느낌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한소라씨는 활을 참 잘 쓴다. 바이올린은 활로 말하는 악기이다. 활을 잘 쓴다는 것은 음악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전달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중간 쉬는 시간이 끝나고 마지막 곡인 브람스의 ‘Rain Sonata’가 연주된다. 이 곡은 클라라의 생일을 기념하여 브람스가 선물한 노래이다. 이 제목은 ‘비의 노래’라는 그로트의 시를 가사로 쓴 가곡의 선율을 3악장에 사용했기 때문에 붙여진 부제이기도 하다. 사회자는 클라우트 그로트의 ‘비의 노래’ 일부분을 낭송하고 퇴장했다.

“쏟아져라, 비여 쏟아져라, 물방울이 모래에 거품을 일으킬 때 나는 어린 시절 꾸었던 꿈들을 다시 떠올린다.”

연주가 끝났다. 하지만 음악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음악회가 끝나도 사실 청중은 가장 큰 재미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음악회에서 앵콜곡을 듣는 재미는 또 다르다. 한소라씨는 무대 인사를 한 후 기획의도와 제목설정에 대한 이유를 쉽게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 공연의 제목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Ⅰ’은 앞으로 브람스의 작품을 계속 연주하고 싶은 출발선입니다. 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프랑소와즈 사강의 동명 소설에서 제목을 차용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사강의 소설 주인공이 15살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는 것부터 브람스가 17살 연상의 클라라를 사모한 것이 교차를 이루며 다가온다. 프랑스에 중학교 때부터 가서 공부했던 한소라씨가 말한다. ““프랑스 사람에게 브람스는 선뜻 좋아하기 어려운 음악가입니다.” 하긴 브람스는 가장 독일적인 음악가 중 한 명이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에게 브람스를 좋아하냐고 묻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전라도가 아닌 다른 지역의 사람에게 홍어를 좋아하냐고 묻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라고.

그리고 앵콜곡으로 영화 ‘Love Affair’의 주제곡을 연주했다. 오늘 연주의 주제는 삶도 죽음도 아닌 ‘Love Affair’였다. 한소라씨는 “음악을 표현하고 작곡자를 알아가는 것이 행복한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도전, 실험, 학구열, 그래서 존재만으로 고마운 바이올리니스트, 교수, 연주자, 연구자인 한소라씨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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