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칼럼]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여행기
[이계송칼럼]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여행기
  • 이계송(재미수필가)
  • 승인 2019.10.21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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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여행을 다녀왔다. 한때는 초강대국들로 세계를 제패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고 ‘북아프리카의 뛰는 심장’ 모로코, 아주 색다른 문화를 맛볼 수 있는 곳들이다.

첫 여행지 포르투갈, 유럽의 서쪽 땅끝마을, 인도양을 발견한 바스쿠 다가마의 떼주강가의 유적지, 수도 리스본은 옛 제국의 영광만 쓸쓸히 남아있다. 이어서 스페인, 기독교와 이슬람이 뺏고 빼앗기면서 두 문화가 혼재해 있는 나라, 적군의 것을 포용한 관대함이 그들의 독특한 문화 속에 살아 있다. 전리품, 이슬람사원을 이용해 지은 성당 건물들이 이를 보여준다. 집시의 슬픔과 절망을 춤과 노래로 표현한 플라밍고, 그 밤을 즐길 수 있는 곳, 절약 생활이 몸에 밴 국민, KIA차가 ‘10년 품질보장’ 상품으로 스페인 시장개척에 성공했단다.

스페인 타리 파 항구에서 지중해 40분만 배를 타면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을 끼고 있는 이슬람국가 모로코를 만난다. 1980년대 초 한국의 분위기다. 경제개발의 열기가 대단하다. 페스(Fes)는 천년의 도시, 모로코 최초 아랍왕조가 자리를 잡았던 중세의 도시, 이 나라의 심장부다. 스페인과 전혀 다른 냄새가 물씬 풍긴다. 1천여 개의 미로 같은 골목길, 극히 일부를 걸으면서 Argan 오일, 가죽 염색공장·제품 등 특산품을 즐겼다. 모로코의 최대도시 카사블랑카는 세계 3번째 규모의 이슬람사원이 자리 잡고 있다.

다시 스페인, 지중해의 발코니라고 불리우는 미하즈(Mijas), 동화 속의 마을처럼 아름다웠다. 몇 달쯤 살고 싶다. 그라나다시에 들려 점심, 알함브라 맥주는 기가 막히게 맛이 있다. 이곳에서 3시간여 드라이브하면 유명한 꼬르도바시다. 차 창가에는 끝도 갓도 없는 올리브밭이 이어진다. 스페인은 전 세계 올리브 50%를 생산한다. 노화/콜레스톨 방지에 아주 좋다. 스페인 사람들이 건강해 보이는 이유다. 꼬르도바시는 10세기경 바그다드와 더불어 세계 2대 도시였다. 이슬람문화의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모스크였던 꼬르도바성당은 모스크의 기둥들이 떠받치고 있다. 가톨릭 성화나 성상들을 빼놓으면 모스크가 분명하다.

바르셀로나 구엘공원

마드리드로 가는 길에 중세기 천연 최고의 요새, 똘레도에 들렸다. 스페인의 명동성당인 똘레도 대성당의 위용은 엄청나다. 우리의 고려 시대 무렵, 266년간 지었다고 한다. 성당도 성당이지만 외곽에서 보는 요새 도시 똘레도는 주변으로 흐르는 1천Km 따오강과 함께 아름다운 장관이 기가 막히게 펼쳐진다. 이어서 마드리드, 피카소와 고야가 태어나 활약했던 도시, 마요로 광장과 드라마 ‘꽃할배’ 촬영지 San Manuel 맛 시장이 이채롭다. 

마드리드에서 고속열차로 3시간여 달리면 스페인 제2 도시 바르셀로나, 2002년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황영조의 흔적이 있다. 올림픽 주경기장 근처에 세워진 기념비를 찾았음은 물론이다. 여행의 마지막 정점은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와 만남이다. 그의 걸작 구웰공원,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주택, 공연장과 벤치, 새들의 집들도 곁들인 아름다운 덮개 산책로, 동화 ‘헨젤과 그레텔’ 속에 나오는 ‘과자의 집’··· 가우디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다. 그의 또 다른 걸작은 지구촌의 명품 중의 명품인 사그리다 파밀리아 대성당이다. 일명 ‘가난한 서민의 대성전’, 가톨릭 전통성당의 안과 밖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수많은 섬세한 성상들이 건물 외벽을 뒤덮고 있고, 성당 내부는 아주 단순하다.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건축설계다. 이 성당은 137년째 짓고 있으며, 가우디 서거 100주년 되는 해인 2026년에 일단 완공할 예정이다.

역사는 과거만이 아니라, 미래를 쓰는 역사도 역사다. 이번 여행지는 특히 나 같은 늙은이들만 보기에는 너무도 아까웠다. 위대한 현대역사를 쓴 우리다. 이제는 과거 서양 못지않은 미래의 역사도 써가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특히 이런 여행을 권유하고 싶다. 아름다움과 풍요는 승리한 자의 것, 우리 젊은이들의 안목에 달렸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필자소개
이계송/재미수필가,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광주일고, 고려대정치외교학과졸업
저서: <꽃씨 뿌리는 마음으로>(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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