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이웃 할머니의 거북이 정원을 방문하다 
[Essay Garden] 이웃 할머니의 거북이 정원을 방문하다 
  • 최미자 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9.11.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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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수퍼마켓에서 물건 값을 내려고 줄을 서있는데 꼬부랑 할머니가 로매니 상추와 캐일 야채를 잔뜩 싣고 나의 다음 차례에 서서 기다리고 계셨다. 내가 궁금하여 여쭈니 그녀는 집에 기르는 거북이 밥을 샀다고 했다. 집에서 거북이들을? 신기하여 밖의 주차장에서도 나는 또 물었다. 걸음걸이는 느릿느릿 힘이 없어 보이는 86세 할머니는 아직도 운전을 하신다. 우리 집 근처에 사신다기에 내가 거북이 뜰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다음날 오후에 방문을 허락했다.

약속시간에 찾아갔다. 우리 집보다 더 오래된 동네여서 집들이 자그마하고 길도 좁다. 현관 입구부터 아기자기하게 인형 집처럼 꾸며놓은 할머니 집안에 들어서니 예쁜 백인 대학생 손녀(Sara)가 커다란 검둥이와 삽살개와 함께 우리 일행을 반겨준다. 나는 방울토마토를 선물로 드렸더니 리넷(Lynet) 할머니는 당신의 기호식품이라며 좋아하신다. 우린 할머니를 따라 안마당으로 들어갔다.

마당 가운데엔 할머니의 네 자녀들이 놀며 자랐다는 넓은 수영장이 있다. 오른쪽 뜰 연못에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색색의 잉어들이 춤을 추고 있다. 소꿉놀이하듯 가지가지 작은 예술 조각품들이 정원 여기저기 놓여 있어 할머니의 취미를 알 수 있다. 동양을 좋아하시는지 부처의 얼굴 조각상도 있다. 그리고 다른 넓은 뜰의 삼면이 넓은 거북이 정원이다. 나는 한 두어 마리 인줄 예상했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응접실 유리장안에는 알에서 갓 태어난 아주 작은 새끼 거북이가 있었고 마당으로 문을 열고 나가니 어항 같은 유리장 안에는 값이 수천 달러하는 남아메리카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해양 생물인 지오셀론(Geochelone) 종자라는 거북이를 할머니는 설명해주셨다. 할머니의 손자가 선물해 준 거북이란다. 할머니를 닮은 손자는 더 많은 동물의 왕국을 그의 집에 꾸며 놓고 산다고 말하셨다. 십년 전에 할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외로우셨는지 할머니는 거북이 가족이 더 늘어났다며 미소를 지었다.

오른쪽 정원에는 흑색깔 껍데기 등을 가진 동물원에서 흔하게 본 거북부부가 살고 있다. 사막에 사는 거북이란다. 동물들은 자연과 어울리는 껍데기의 보호색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그의 움직임을 보면서 오래 산다는 거북이의 존재를 내가 새삼 깨닫는다. 신기하게도 내가 정원 안으로 들어서니 강아지처럼 반가워 거북이들도 나에게 다가 왔다.

주인집 손녀가 노랑 무궁화 꽃을 꺾어 나에게 먹여 보란다. 욕심쟁이 인간처럼 먹이다툼을 하며 거북부부가 먹는 모습에 우린 많이 웃었다. 무궁화 꽃나무는 약초로 알려져 있는데 거북이가 그걸 먹고 있다. 아마 리넷 할머니는 자녀들이 준 용돈으로 몽땅 거북이 먹이를 사는 재미로 사는 분 같다. 다른 거북이를 괴롭히는 사나운 한 녀석은 왼쪽 정원에 따로 격리되어 있다. 손녀가 데려 온 검둥이랑 삽살개가 컹컹 짖으며 독거 중인 거북이랑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모두 어린아이처럼 즐거웠다.

떠나기 전에 다시 집안으로 들어오니 리넷 할머니는 나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재봉틀이 있는 작은 바느질 방으로 안내했다. 길가를 내려다보이는 창문이 있는 방은 무척 깔끔하게 예술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나는 참 부러웠다. 바느질 좋아하는 나는 집안에 나의 공간이 없어 아무데서나 손바느질이나 재봉틀로 종종 옷들을 수선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서랍 속에서 꺼낸 여러 개의 작은 귀여운 융단이불들을 나에게 보여주며 연말에 미혼모들에게 보낼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해마다 손수 만든 아기 담요를 수십 개씩 만들어 수년 동안 보내고 있었다. 재벌이 아니지만 미국사람들은 그렇게 작은 베품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작지만 나도 법정 스님이 세운 한국의 ‘맑고 향기롭게’를 통해 수 십 년 동안 독거노인과 결식아동 반찬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우연히 마켓에서 만나 처음엔 리넷 할머니가 내가 누구인지 몰라 경계했지만, 나의 신분 확인을 하고는 다정하게 자기의 삶을 모두 들려주시는 이웃이었다. 기관지가 안 좋으신지 영어 발음이 명확하지 않아 조금 듣기가 어려웠지만, 나를 따라간 딸이 통역해주었다. 내가 사진을 찍자고 하니 할머니는 활짝 웃으며 다정하게 포즈를 잡아주셨다. 거북이처럼 말과 행동이 느릿느릿한 고운 성품의 할머니는 아마 백세이상 장수하실 것 같다. 부자는 아니지만 생물을 사랑하며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며 자비로운 모성애를 지닌 분 앞에 나는 존경을 보낸다.

필자소개
경북 사범대 화학과 졸업
월간 ‘피플 오브 샌디에이고‘ 주필역임, 칼럼니스트로 활동
방일영문화재단 지원금 대상자(2013년) 선정되어
세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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