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열의 동북아談說-48] 일왕 즉위식과 알베르 대공
[유주열의 동북아談說-48] 일왕 즉위식과 알베르 대공
  •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1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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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2일 오후 일본 도쿄의 지요다구의 왕궁에서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건강문제로 사임한 아키히토(明仁) 상황에 이어 제126대 일본국 천황으로 공식 즉위했다. 그의 새로운 연호 레이와(令和 아름다운 조화)는 5월1일부터 시작됐지만, 이날 즉위식은 9세기 이래 전통이 된 6.5m 높이의 ‘다카미쿠라(高御座)’에서의 예식으로 아베 총리를 위시한 일본 주요 인사와 한국의 이낙연 총리 등 180개국의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세계 28개국의 군주국 중 16개국의 국왕이 즉위식에 직접 참가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작은 영토를 가진 모나코 왕국의 대공 알베르 2세도 보였다. 알베르 2세의 어머니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미국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1929-1982)이다. 그녀가 레니에 3세와 결혼하여 낳은 외아들이 지금은 환갑을 지낸 알베르 2세이다. 그레이스 켈리의 아버지는 제7회 앤트워프 올림픽 경기에서 조정 경기의 싱글 스컬과 더블 스컬에서 2관왕 금메달리스트였고 어머니는 체육 코치 출신이었다. 알베르 2세도 이러한 외가의 유전자를 이어받아서인지 봅슬레이 선수 생활도 한 스포츠맨으로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레이스 켈리는 뛰어난 미모와 연기로 혜성처럼 나타나 ‘하이 눈’에서 게리 쿠퍼와 공연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악당과 결투를 기다리고 있는 외로운 보안관 남
편을 끝까지 보살피는 정숙한 부인역이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그녀는 서스펜스의 대가 히치콕 감독에 의해 발탁되어 클라크 케이블, 제임스 스튜워드, 게리 그랜트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과 공연했다. 1954년 빙 크로스비와 갈채(Country Girl)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레이스 켈리는 1955년 프랑스의 칸 영화제에 초청되어 인근 모나코의 레니에 3세 대공을 소개받았다. 그레이스 켈리는 화보를 찍기 위해 모나코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레니에 3세의 정식 초청을 받고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한다. 레니에 3세는 당시 32세의 미혼이었다. 그레이스 켈리는 영화 팬들의 아쉬움을 남기고 한창나이인 26세에 레니에 3세와 결혼했다. 1956년 4월18일, 모나코 왕국의 축제가 된 세기의 결혼식은 TV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결혼에 앞서 그레이스 켈리는 가임 검사(fertility test)까지 받았다고 한다. 

모나코 왕국은 1844년 프랑스와의 조약에 의해 대공비로부터 자녀가 없으면 모나코는 대공이 죽은 후 자동으로 프랑스에 귀속된다. 대공비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임 검사를 받아 모나코 왕국을 지속시켜야 했다. 그레이스 켈리는 결혼 후 바로 첫 딸 캐롤라인 공주 이어서 알베르 왕자 그리고 스테파니 공주 등 1남 2녀를 낳아 모나코 왕국의 독립을 유지코자 하는 모나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82년 9월13일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모나코에서 자동차 사고가 일어났다. 그레이스 켈리 대공비는 막내딸 스테파니와 함께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여 모나코에서 조금 떨어진 별장에 다녀오다 사고가 난 것이다. 그녀가 운전한 자동차는 높이 37m의 절벽에서 굴렀다. 크게 상처를 입은 스테파니는 생명에 지장이 없었지만, 머리를 심하게 다친 대공비는 다음날 사망했다. 

당시 그레이스 켈리의 교통사고 뉴스를 보고 그녀가 게리 그랜트와 공연한 히치콕 감독의 ‘나는 결백하다(To Catch a Thief)'라는 영화가 기억났다. 그 영화는 그레이스 켈리가 결혼하기 직전에 촬영을 끝낸 그녀의 마지막 영화였다. 그 영화의 배경이 모나코왕국 주변의 니스 등 프랑스 리비에라의 산악지대였다. 영화 속에 왕복 2차선의 구불구불한 산등성이의 길에 자동차가 질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처럼 빠르게 달리면서 커브에서 차선을 침범한 트럭과 마주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사고의 원인은 대공비의 뇌졸중이었다고 한다. 그 후 프랑스 남쪽 지중해 연안 리비에라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리비에라는 이탈리아어로 강안(江岸) 또는 해안의 뜻으로 이탈리아로부터 연결되는 지중해 연안을 통틀어 말한다.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시작하여 세계적인 음악제가 열리는 산레모 그리고 모나코, 프랑스의 니스, 칸, 트롱 그리고 마르세유로 연결된다. 지중해 연안의 남유럽은 북유럽보다 가족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사회라는 인상을 받았다. 

리비에라에는 깨끗한 해변에 고급 호텔 등 휴양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뒤로는 높은 산이 막고 있었다. ‘코트다쥐르’라고도 불리는 프랑스 리비에라에는 따뜻한 지중해 햇살과 옥색 바다로 19세기부터 영국의 귀족 등 상류층의 겨울 별장지로 인기를 얻었다. 윈스턴 처칠이 즐겨 찾은 곳으로 유명하다. 도시와 도시 간의 육로 이동은 산의 허리에 만들어진 2차선 도로에 의지하고 있었다. 

그레이스 켈리의 결혼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동화 같은 나라 모나코를 둘러보았다. 1863년에 개장한 몬테카를로 카지노장에 들어가서 게임도 해 보았다. 그레이스 켈리가 사고를 당한 그 길을 우리 일행의 차량이 지나갔다. 산의 모습에 따라 들쑥날쑥한 길이다. 산허리를 잘라 만든 좁은 길에 반대 방향 차들이 마주 보고 지나가게 되어 운전에 능하지 않으면 다니기 어려워 보였다. 그레이스 켈리의 비운 때문인지 기억에 남은 여행이었다.

필자소개
한중투자교역협회(KOITAC) 자문대사, 한일협력위원회(KJCC) 사무총장. 전 한국외교협회(KCFR) 이사, 전 한국무역협회(KITA) 자문위원, 전 주나고야총영사, 전 주베이징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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