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호 미얀마한인회장 “그간 시집 세권을 출간했어요”
전성호 미얀마한인회장 “그간 시집 세권을 출간했어요”
  • 양곤=이종환 기자
  • 승인 2019.12.0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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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에서 대형 한국의류매장 운영··· 내년 칠순 맞아 네 번째 시집 낼 예정
전성호 미얀마한인회장
전성호 미얀마한인회장

양곤 시내의 대형 ‘코리안패션’ 매장 위의 집무실에 손님 몇 사람이 찾아왔을 때 전성호 미얀마한인회장이 말을 꺼냈다. 미얀마를 방문해 공연한 팀 매니저 등으로,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인사를 드리려고 찾아왔다고 했다. 많지 않은 개런티에도 불구하고 미얀마를 찾아준 데 대한 전성호 회장의 성의 표시인 듯했다.

전성호 회장은 미얀마에서 한국산 의류를 유통하고 있다. 한때 다른 지역에도 매장들을 진출시켰으나, 관리 문제 등으로 인해 지금은 양곤의 노스 오클라파 지역에만 대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얀마 경기가 좋지 않습니다. 최근 전기세도 한꺼번에 250%가 올랐습니다. 미얀마에 진출한 교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미얀마가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펴야 빠르게 발전할 텐데··· 잠재력은 큰 나라지요.”

전 회장이 미얀마에 진출한 것은 2001년이다. 대학 졸업 후 ㈜대우에서 의류 수출을 담당했던 그는 유럽의 대형 바이어의 한국 바잉오피스로 옮겨 10년을 근무하고, 이어 독립해 러시아와 폴란드 등 동구권을 상대로 의류무역도 크게 했다. 미얀마는 ‘자비량’ 기독선교사업과 글쓰기로 진출로 진출한 것이 벌써 20년이 됐다.

미얀마에서는 한인사회를 위한 봉사에도 적극 나서서 2010년부터 13년까지 한인회 부회장, 수석부회장으로 줄곧 일했고, 이어 16기 민주평통 미얀마지회장으로 봉사한 후 2018년부터 한인회장을 맡아 일해 왔다.

그가 한인회장을 맡아 한 일은 무척 많다. 민주평통 지회장 때부터 시작한 클린(청소)활동은 한인회와 민주평통, 상공회의소 등 여러 단체가 함께 하는 연례행사로 정착했고 대사관, 상공회의소와 함께 기업들을 돌며 애로사항을 듣던 기업방문 활동은 2020년부터 상공회의소가 맡아 진행하기로 했다. 해마다 찾아오는 홍수로 재난을 당한 수재민 돕기 행사도 일찌감치 한인회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활동이 우윈틋조 장학회다. 우윈틋조씨는 한국 밀양의 자동차부품업체에 일하다가 지난해 작업중 사고로 안타깝게 사망한 미얀마 출신 근로자다. 미얀마 양곤에서 태어난 우윈틋조씨는 3남 1녀 중 막내로, 사망 당시 44세의 미혼이었다. 성실히 근무해 우수 외국인 근로자로 정식 초청됐던 그는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로 늘 남을 먼저 살피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미얀마에서는 10살에 불교의식을 행하는 전통이 있는데 우윈틋조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불교의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사비로 도와주곤 했으며, 신장이 안 좋아 수술 한 친고모의 병원비를 지원해주는 등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늘 나누고 봉사하는 생활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하늘나라로 갔다. 그의 가족들이 뇌사에 빠진 그의 장기기증에 동의했던 것이다. 그의 가족들은 국가에서 주는 장례지원금 전액도 부산대학교 병원 측과 협의해 어린이를 돕는 기관에 기부했다고 한다.

전 회장은 이 같은 그의 선행을 기려서 ‘우윈틋조 장학회’를 만드는 데 앞장섰으며, 이 활동은 미얀마와 한국을 잇는 따뜻한 사랑의 끈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얀마에 진출한 많은 한국업체와 개인들이 장학금을 기부했습니다. 기부한 내용은 매달 나오는 한인회보에 빠짐없이 실었습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께서 미얀마를 방문하셨을 때도 우윈틋조 장학회를 두 번이나 언급하며 격려해 주셨어요.”

전 회장이 회사 집무실은 수수하기 짝이 없다. 약간 낡은 소파 앞의 탁자 아래로는 바둑판과 책 몇 권이 놓여있고, 벽에는 ‘실천문학사’라는 글이 찍힌 전 회장의 대형 얼굴 사진 포스터 정도가 눈에 띌 뿐이었다.

미얀마 양곤 시내에 있는 코리안패션<br>
미얀마 양곤 시내에 있는 코리안패션

혹시 실천문학에 등단했는지를 묻자, 전 회장은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라면서 “사실 2001년 미얀마에 오기 직전, 한국 문단에 시평으로 등단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남았으면, 시인 활동이 알려지기도 했을 터이지만, 미얀마로 오는 바람에 한국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시집 세권을 꺼내와 보였다.

그가 건넨 시집은 창비에서 출간한 ‘캄캄한 날개를 위하여’(창비시선 263, 2006년), 실천문학사에서 간행한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실천시선 191, 2011년), ‘먼 곳으로부터 먼 곳까지’(실천시선 236, 2015년)라는 제목의 시집이었다.

저자는 전성호. 각 시집에는 각기 60편 가량의 시들이 실려 있었다. 시집 날개에는 “1951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나, 동아대 경영학과와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을 졸업했다. 2001년 ‘시평’에 ‘기관구를 엿보며’ 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캄캄한 날개를 위하여’ 등 시집과 시산문집 ‘지속되는 사랑, 미얀마’가 있다”는 소개가 적혀 있다.

시집을 꺼내 펼치자 시문들이 눈을 이끈다. 우포늪, 상원사 등 한국을 노래한 시도 있고, 베트남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다룬 시도 있다. 미얀마를 담은 시는 시집마다 들어있었다.

“훌라잉 강과 바고 강이 만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양곤 강, 소리 없이 바라보면/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뼈 없는 몸처럼 멀리 흘러간다/ 몸서리친들 벽이 울더냐/ 노을 구름 가르며 물비늘이 묻는다/ 지워질 때처럼/ 다시 아침 햇살이/ 온몸으로 달려와 매달리는 하구의 미이와/탁류의 나는 말문을 닫는다/”(양곤 엘레지, 시집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에서)

“풍선처럼 온 하늘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았다/ 2008년 5월 1일 12시에서 18시까지/ 미얀마 북태평양 남서부 상공/ 서쪽 하늘이 무너져 버렸다// 살아남은 자들의 입도 눈도 귀도 사라졌다/ 순식간이었다 17만명의 얼굴과 손발이 사라지는 것은// 뱅골만 안다만을 들어 올려 물속에 던져 버린/ 태풍 나르기스/ 하늘 아래 무서운 고요...”(나르기스, 시집 ‘먼곳으로부터 먼곳까지’에서)

“살 빠진 낙타 한 마리/짜일난(미얀마 서부의 마을) 불볕 사막길 걸으며/ 오아시스를 찾고 있다// 가끔 긴 목을 들어 서울 바라보는 늙은 낙타/ 두꺼운 발바닥을 가지고도/ 흙길 걷는데 눈썹이 무겁다// 목적지는 아득하고/해는 한발밖에 남지 않고/업무를 마치고 돌아올 길은 어둠의 늪...”(출장, 시집 ‘캄캄한 날개를 위하여’에서)

2015년에 낸 시집 ‘먼 곳으로부터 먼 곳까지’에는 시집 말미에 다음과 같은 ‘시인의 말’이 붙어있다.

“흙탕물 속에서 물고기가 된 듯 뛰어노는 아이들, 잿빛 습지 속에서 자라는 풀과 쓰레기들, 트럭에 사람을 가득 싣고 달리는 라인 카들, 하수구와 수돗물이 없어도 금빛 불탐과 세인빤의 향기에 기대 하루하루의 굴욕을 이겨내는 남루한 사람들, 나는 매일 이들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나는 이곳에 둥지를 틀고 미얀마와 모국의 시계추가 된 지 15년째(2015년)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숨만 쉬어도 정치요 권력인 것은 이곳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곳에서 보면 놓은 언덕에 올라서서 들판을 내려다보듯 선명해지는 것들이 많아. 제국들의 각축과 주변부 국가들의 야만적인 통치는 물론 아시아 전 지역에서 거의 같은 수준의 고통을 양산하는 힘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보이고 만져진다....”

전 회장의 시집을 넘기면서 향후 계획을 묻자 “그동안 쓴 글들을 모아 전집을 내고 싶다”고 한다. 내년에 맞는 칠순을 기념해서라는 대답이다. 새 시문집은 어떤 제목으로 선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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