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시가 있는 아침] 래여애반다라 6-이성복
[신지혜의 시가 있는 아침] 래여애반다라 6-이성복
  • 뉴욕=신지혜 시인
  • 승인 2019.12.0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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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시인
이성복 시인

래여애반다라 6 

헤아릴 수 없는 곳에서
무엇을 헤아리는 지 모르면서

끓는 납물 같은 웃음을
눈 속에 감추고서

한낮 땡볕 아스팔트 위를
뿔 없는 소처럼 걸으며

또 길에서 너를 닮은 구름을 주웠다
네가 잃어버린 게 아닌 줄 알면서

생각해보라,
우리가 어떤 누구인지,

어디서 헤어져서,
어쨌길래 다시 못 만나는 지를
 


뇌리에 한 번 박히면 결코 잊히지 않는 시가 있다면 바로 이 좋은 시다.

‘래여애반다라’라는 이 시는, 어떤 화두 같기도 하고 불교 경전 구절 같기도 하지만, 이 구절은 신라 시대 향가 「풍요, 공덕」의 한 구절로 전해진다. 또한, 그 뜻은 "이곳에 와서(來), 같아지려 하다가(如), 슬픔을 보고(哀), 맞서 대들다가(反), 많은 일을 겪고(多), 비단처럼 펼쳐지고야 마는 것(羅)" 이다. 곧 이 세상에 와서 누구나 같은 삶의 과정을 겪는 운명적 수레바퀴를 굴리는 어쩔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이 시가 일깨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우리 존재들은,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반복될 뿐인 운명적 존재일 뿐일 것인가. 그렇다. 이 노래가 우리에게 묻는다 

'헤아릴 수 없는 곳에서 / 무엇을 헤아리는 지 모르면서// 끓는 납물 같은 웃음을/ 눈 속에 감추고서// 한낮 땡볕 아스팔트 위를/ 뿔 없는 소처럼 걸으며' '생각해보라 / 우리가 어떤 누구인지// 어디서 헤어져서 /어쨌길래 다시 못 만나는 지를' 

하여, 시인은 노래한다. 이 세상에 사는 너는 누구이며 왜 여기 사는지, 왜 헤어져야 하는지, 이 운명적 수레바퀴에서 너는 벗어날 수 없음을! 우리 존재의 비애적 근원과 삶의 통찰적 질문이 들어있는 이 시는 질문인 동시에 대답으로, 우리를 동조시키며 심성을 울리고 있다. 

이 시는 세상에 온 자들의 가장 영원한 질문이자 한이 서린 궁극적 노래이며 멈추어질 수 없는 삶의 노래인 것이다. ‘래여애반다라’가 저 역사의 시간을 건너 이 시대를 관통한다. 시공을 뛰어넘는 공감대 속에서 우린 가슴을 에이며 이 시에 절절하게 공감하게 된다.
 
자, 그대와 나는 과연 여기서 누구란 말인가. 멈출 수 없는 래여애반다라!

이성복 시인은 1952년 경북 상주 출생. 서울대 불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불어불문학 박사. 1977년 계간 《문학과 지성》에 시 「정든 유곽에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남해 금산』 『그 여름의 끝』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아, 입이 없는 것들』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래여애반다라』가 있으며, 산문집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 등과 시선집 『정든 유곽에서』, 잠언집 『그대에게 가는 먼 길』, 산문집 꽃핀 나무의 괴로움』, 문학앨범 사랑으로 가는 먼 길』 등이 있다. 현재 계명대 인문대학 문예창작과 명예교수이며,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육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필자소개
《현대시학》으로 등단,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 미주동포문학상, 미주시인문학상, 윤동주서시해외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세계 계관시인협회 U.P.L.I(United Poets Laureate International) 회원. 《뉴욕중앙일보》 《미주중앙일보》 《보스톤코리아》 《뉴욕일보》 《뉴욕코리아》 《LA코리아》 및 다수 신문에 좋은 시를 고정칼럼으로 연재했다. 시집으로 밑줄』예술위원회 우수도서>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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