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79] 이미륵
[아! 대한민국-179] 이미륵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9.12.07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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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독립운동가이자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를 쓴 작가 이미륵(본명 이의경, 1899~1950)을 추모하는 기념 동판이 2019년 5월, 독일 남부 뮌헨 근처 도시인 그라펠핑에 세워졌다. 동판은 가로세로 60cm 크기에 이미륵의 얼굴과 한옥 지붕, 장미꽃을 형상화한 조각을 새겼다. 그가 생전에 즐겨쓰던 “사랑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에게는 가시동산이 장미동산이 되리라”는 문구와 친필 서명을 새겨넣어 머나먼 이국에서 향수를 달래며 창작혼을 불사르던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미륵 동판 바로 옆에는 쿠르트 후버(1893~1943) 전 뮌헨대 교수의 동판이 나란히 서 있다. 쿠르트 후버는 생전에 이미륵과 교류했던 독일 지식인으로 히틀러의 만행에 항거하면서 반나치 운동을 주동하다 체포당해 1943년 처형당한 인물이다.

1899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이미륵은 경성의전 3학년 때 일어난 3.1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국내 비밀조직인 대한민국청년외교단에서 활동 중 일제경찰의 수배를 피해 중국 상해의 임시정부로 갔다가 안중근 의사의 사촌인 안봉근의 권유로 1920년 독일로 망명했다. 김법린(1899~1964), 이극로(1893~1978) 등과 1927년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피압박민족회의에 참여하는 등 줄기차게 항일운동을 펼친 독립운동가였다.

이미륵은 독일에서 의학을 계속하려 했지만, 생활고에 시달린 데다 학위과정이 오래 걸리는 의학보다 동물학을 선택, 우리나라 동물학 박사 1호가 된다. 그의 학위논문 제목은 ‘비정상적인 조건 하에서 플라나리아 재생에 나타나는 규칙적인 현상’이라는 것이었는데, 이는 일제식민지라는 비정상적인 조건에 놓여있는 조국의 현실을 플라나리아의 재생이라는 희망과 연결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미륵이 1946년에 쓴 『압록강은 흐른다』는 소설은 출간 당시 이례적으로 100편 넘는 서평이 도착했고, 열기가 이어져 독일 여러 주(州)의 교과서에도 수록됐다. 인간의 고독과 역사적 사건을 뛰어넘으려는 의지가 반영된 자전소설로 평가받는다. 이 소설은 요절한 전혜린(1934~1965)에 의해 우리 말로 번역되어 아직도 그 개정판이 나오는 스테디셀러다.

“… 아주 오래전 우리 고국을 끝없는 만주벌판으로부터 갈라놓았던 국경의 강은 쉼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중국의 도시는 모든 것이 거대하고 음산했지만, 저 너머 우리 고국은 모든 것이 아기자기하고 화사했다. 압록강은 쉼 없이 쏴쏴 거리며 흘러가고 있었다.”(『압록강은 흐른다』 중 일부분)

『압록강은 흐른다』 출판 후, 1948년부터 그는 뮌헨대 교양학부에서 ‘한국의 언어와 역사’, ‘맹자’(孟子), ‘동아시아 문학사’ 등을 강의했다. 그가 쓴 한국어 문법과 맹자, 공자의 강의 노트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는 특히 맹자를 좋아했다고 한다.

지난 5월28일 바이에른주 그레펠핑시에서 이미륵 박사 부조동판 제막식이 개최됐다.
지난 5월28일 바이에른주 그레펠핑시에서 이미륵 박사 부조동판 제막식이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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