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의 미래세상] 지금 한국에도 ‘잃어버린 20년’ 망령이 엄습하고 있는가?-2
[이동호의 미래세상] 지금 한국에도 ‘잃어버린 20년’ 망령이 엄습하고 있는가?-2
  • 이동호 월드코리안신문 명예기자
  • 승인 2019.12.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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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지금이 디플레의 시작인가?

세계경제의 위기 예측에서 미국을 제외하고 앞으로의 주요 경제 국가들의 미래 경제가 모두 부정적인 상황으로 클로즈업되고 있다. 1997년 동남아와 한국을 휩쓸고 간 국가 부도 사태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야기된 글로벌 금융사태,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8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 출현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가 넘실거리는 지금이 제3의 세계경제 위기의 시작이 아닌지 우려의 소리가 높다. 그리고 이 위기가 바로 우리 턱 앞에 와 있지 건 않은지 냉철히 가늠해야 할 때이다. 중국, EU, 일본이 마이너스 물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주시 되는 가운데 한국도 물가지수가 올해 3분기 -1.6%를 기록하며 2018년 4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계속 물가가 하락해 왔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통계청이 생긴 이래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마이너스 물가시대를 좀 더 살펴보아야 미래 경제를 정확히 예측해 볼 수 있다.

디플레이션(Deflation)이란 상품 및 서비스 가격뿐만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현재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진 게 아니라고도 말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연속 4분기까지 소비자 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지난 8월 -0.04%로 1965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다 하더라도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올해 들어 8월까지 1% 상승했고 주가와 집값 등 주요 자산 가격이 아직 디플레이션 징후는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민경제의 총체적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올 9월 말 디플레이터가 1.6% 하락을 기록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9월 말)까지 연속 4분기를 연속 내림세고 하락 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디플레이션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이는 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의 공포를 키운다. 저성장보다 더 무섭다는 저물가 시대가 도래한 것인가? 자본주의 이후 가장 무서운 병이 디플레이션이다. 연간 수만%씩 오르는 인플레이션보다 더 무서운 죽음의 병이다. 이렇게 무서운 디플레가 우리에게 오는 걸까?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7년 3분기에서 4분기에 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을 시작했다. 바로 그 직후 2018년 최저임금 16.4% 인상이 이뤄지면서 거시경제에 강력한 비용 증가 충격이 가해진다. 2019년 다시 10.9% 인상이 단행되면서 두 해에 걸친 급격한 노동 비용 충격이 있었다. 이러한 급격한 비용 상승은 부정적 공급 충격으로 작동하며 고용 축소를 비롯해 경기 위축이 된다. 2018년부터 고용이 크게 나빠졌고 2019년에도 고령층 단기 일자리를 제외하면 30~40대 일자리 감소가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올 9월 말 기준 2018년 9월 대비 40대 제조업 취업자가 2.5% 11만명, 도매 및 소매 취업자가 1.9% 6.5만명이 감소했다. 2017년 3.2%를 기록했던 실질 경제성장률이 2018년 2.7%로 하락했고 2019년 2% 미만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교역량이 위축되면서 우리 GDP의 43%(2018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도 만 1년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만성적으로 수요가 부족하면 결국 공급 능력을 위축시켜 잠재성장률을 더 낮출 가능성이 크다. 잠재 성장을 결정하는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감소세로 전환됐으며 우리 경제에 존재하고 있는 초과공급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기업투자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사회적 대타협 없이 생산성 향상도 기대하기 힘들다. 수요 부족이 공급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수요 부족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을 심화시킬 것이다.

디플레에 걸려든 경제는 가격이 계속 내려가기 때문에 오늘 사는 것보다 내일 사면 더 싸므로 소비를 미루고, 기업은 생산할수록 손해니 투자도 생산도 미룬다. 왜 디플레가 오는 걸까? 역사상 미국의 대공황은 증시 붕괴에서 시작해 1929년 GDP가 1030억달러에서 2년 만에 760억달러로 추락하고 실업률은 25%로 뜀박질했다. 일본은 부동산·주가 동시 폭락에서 왔다. 즉 자산버블 붕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와 고령화가 겹쳤다. 이렇게 되면 수요 증발로 디플레가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 1994년 물가 하락을 경험한 후 20년간 만성적 하락세가 지속된 일본은 디플레이션의 대표적 사례다. 대만은 산업경쟁력 상실이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진 사례다. 

1990년대 제조업 원가 절감을 위한 중국 진출이 이어지며 국내 투자와 고용이 감소했고, 이것이 총수요 부진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 초반 글로벌 정보기술 버블 붕괴까지 덮치며 대만의 디플레이션은 더욱 악화했다. 대만 역시 2002~2003년 저물가 이후 성장도 지지부진해 지금까지 반전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EU 유로 지역은 2012년 이후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둔화하다 2013년부터 과다채무국인 그리스, 포르투칼, 스페인 등에서 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과도한 부채가 문제 돼 재정긴축정책이 이어졌고, 이에 따른 공공부문 위축이 민간부문까지 영향을 끼쳐 수요 부족이 퍼진 것이다.

0.04%에 그치는 소폭의 물가하락에도 경제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디플레이션이 가져올 후폭풍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일본, 대만, 유럽 등 앞서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국가들은 아직도 경제 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만성적인 저성장 늪에 빠져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 경제에 자산 가격 붕괴가 있는가? 없다. 그런데 왜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 망령을 걱정해야 하는가? 디플레의 진짜 원인은 물론 개인의 소비 부족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기업이 금리를 낮춰도 투자를 하지않는 데서 찿아야 한다. 즉 기업의 노동 공급 축소와 낮은 생산성인 것이다. 52시간 근로제가 디플레의 원인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은 주 40시간제를 하지만 한국처럼 52시간이 넘으면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없다. 

이외에도 디플레이션 원인을 제공하는 정부 정책을 열거하면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공무원 증원, 청년들에게 현금 지급, 최저임금 인상 보전, 부자 증세, 분양가상한제 등 사회주의 정책들을 들 수 있다. 요즈음 글로벌 측면에서 한국은 외국인 직접투자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국내 기업도 해외로 나가 투자를 하는 나라가 됐다. 또한 우리의 주식 시장에서도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지난달 7일부터 이달 4일까지 20거래일 연속 주식을 팔아치웠다. 대만과 일본 등에서는 매수에 나서고 있는 외국인들이 유독 한국에서만 5조원이라는 금액을 증시에서 빼고 있고, 환율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외국인들이 '셀(Sell) 코리아'를 넘어 '엑시드(Exit) 코리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미국 증시 1·2위인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주가를 합치면 약 2조달러인데 한국 증시 전체는 1조3500억달러 밖에 안된다. 여기서 한국은 자산 폭락도 없는데 왜 디플레에 걸려 들려 하는지 전모가 드러난다.

마이너스 물가 시대의 소비자 행태

초저가만 살아남는 유통업계 실상들이 즐비하다. 어느 마트의 할인가보다 저렴한 가격의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초저가 행사 내용이다. 칠레·스페인 와인을 대량 매입해 병당 4900원에 지난 8월1일~9월3일 40만병 팔은 도스코파스 와인 판매 행사, 개당 480원짜리 다이알 비누가 같은 기간 16만개나 팔렸다. 100매에 700원인 물티슈도 판매 5일만에 16만 개가 팔렸다. 여기서 자주 쓰는 생필품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가 잘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는 이커머스가 100조원 규모로 팽창하면서 실시간 가격 비교가 가능해진 점도 초저가 경쟁을 촉발한 면도 있다. 불황에 강한 편의점 업계도 증정할인행사 경쟁으로 초저가 상품 격전지가 됐다. A편의점은 증정행사 상품 수가 취급상품의 10%에 육박한다. B편의점은 1+1이나 2+1 등 증정할인 상품 비중이 35%에 달한다. 

가격이 1만원대를 훌쩍 넘은 빙수도 저가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인기 상품 반열에 올랐다. 가성비 높은 어느 편의점 원두커피(1300원 아메리카노)가 2016년 2250만잔이 팔렸고, 지난해 9200만잔을 넘어 올해는 1억잔 돌파가 확실하단다. 그런데 서울 종각 젊음의 거리에서 노래방과 고깃집을 운영하는 어느 사장님은 "사드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오지 않아 큰 타격을 입은 후 주 52시간 근무제로 회식 문화도 사라져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라며 "2년 전에 비해 매출이 3분의 2로 줄어 종업원도 7명에서 5명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의류 업계에도 '국민 가격'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의류나 화장품도 초저가라야 잘 팔리는 세상이 됐다. 

이랜드 스파오는 올 여름 '데일리지 팬츠'라는 남성 바지를 2만9900~3만9900원에 출시했다. 출근이나 주말 복장으로 두루 입을 수 있는 콘셉트로 인기를 끌며, 유사 제품군의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200% 증가했다. 국내 최대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도 연간 최대 세일 행사인 '올영세일'을 진행하며 '100원 특가' 아이템을 대폭 늘렸다. 여기서 지금의 한국 유통 업계 추이가 한국은 이커머스 전환율이 워낙 빨라서 국내 오프라인 유통 매장은 저가 상품을 팔면서 고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운영해 수익성 확보가 힘들어서 오프라인 매장도 대형화, 전문화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면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 집 근처에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 자주가는 마트가 있다. 어느 때부터인가 물건을 살 때 '1+1' '대박 할인' 등의 팻말이 붙었는지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갔다가 이런 팻말이 없으면 빈손으로 온다. 며칠 뒤 다시 마트를 찿으면 여지없이 전에 사려고 했던 물건에 '할인' 팻말이 붙어 있다. 이제는 물건을 정가에 사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1+1' '대박 할인' '초특가 세일'은 일상이 됐다. 할인하지 않으면 물건을 사지 않고 할인할 때까지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면 할인 폭이 더 커질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물가 하락 기대 심리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예를 들면 조만간 '1+1' 물건이 나오기를 기다린다면 물가가 50% 하락할 것을 예상하는 것이다.물가가 하락하면서 경기 침체를 몰고 오는 디플레이션 기대 심리는 가격 할인을 기대하는 소비자 심리와 유사하다. 소비를 미뤄 낮아진 가격에 물건을 사는 습관이 들면 개인은 이익일 수 있지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해악을 가져온다. 소비가 줄면 기업들이 만든 물건이 안 팔린다. 기업들은 속속 문을 닫는다. 생산은 위축되고 경제는 쪼그라든다. 결국, 경제 내에서 수요 감소, 물가 하락, 경기 침체가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소비자의 가격 하락 심리를 충족시켜주지 않으면 기업도 물건을 팔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은 잇달아 '초특가 세일'을 벌이고 있다. 이들 매장에선 라면, 생수, 물티슈 등 생필품 가격을 반값으로 낮췄다. 소비자들의 디플레이션 심리를 공략한 영업 전략이다. 소비자 기대보다 더 가격을 많이 내려야 실질적인 할인행사가 될 수 있어 세일 폭은 갈수록 커진다. 지금이야 있는 물건을 팔기 위해 세일을 벌이지만 다음에는 생산량을 줄여 상황 변화에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시대의 행동패턴이다.

그런데 디플레가 아니라고? 이러다 우리도 실기(失机)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지금의 정부와 한국은행 정책당국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의 최근 나타나고 있는 징후를 디플레이션 징후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 이유로 상당히 많은 품목에서 지속적인 물가 하락이 계속돼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품목은 460여 개다. 이 중 전기료, 사립학교 납입금 등 사실상 가격이 통제되고 있는 품목이 상당수다. 가중치가 높은 전·월세 가격은 투기 심리와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고 휘발유 등은 해외 상황 변화에 민감하다. 당국자들의 말대로 물가지수가 광범위하고 지속해서 하락하는 상황은 수요 위축에 더해 해외 변수 및 정책 방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발생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지표상으로 물가의 광범위한 하락을 확인할 때는 디플레이션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후일 가능성이 크다. 디플레이션을 진단할 때는 지표보다 '기대 심리'가 훨씬 중요하다. 시장에서 물가 하락을 기대하고 소비를 줄이는 행태가 얼마나 확산하고 있는지가 디플레이션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다. 경제 현장은 변하는데 책상에서 지표만 확인하는 식의 안일한 태도로는 우리 경제 초유의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을 펼 수 없다.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일본 사회에는 설마란 생각이 더 컸다. 물가 하락이 경기 침체와 추가적인 물가 하락을 부르는 2차 대전 후 첫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대한 염려가 일본 언론에 등장한 것은 1998년이다. 그당시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을 개탄하기 시작했을 때에야 비로소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깨닫기 시작했다. 현실 인식이 늦다 보니 대응은 지연됐고 결국 잃어버린 20년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한국의 지난 8월 물가상승률(-0.04%)이 통계 집계 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정부는 디플레이션 진입으로 보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제반 경제 상황은 이미 일본형 불황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된다는 주장을 하는 학자들이 많다. 여기서 우리 국민 모두가 눈여겨볼 것은 일본이 무한정 양적 완화란 극약 처방을 내놓고도 여전히 물가상승률(연 2%) 달성에 실패하고 있어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의 만성화를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일본은 전례가 없었다는 핑계라도 있었지만 우리는 일본이란 반면교사 대상도 있다. 하루빨리 경제정책 전반을 일본식 불황 탈피에 집중시켜야 한다. 지금이 일본을 통해 한국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또 다른 극일(克日)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다음은 하편에서 이어집니다)

필자소개
월드코리안신문 명예기자
중국 쑤저우한국상회 고문
중국 쑤저우인산국제무역공사동사장
WORLD OKTA 쑤저우지회 고문
세계한인무역협회 14통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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