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의 사자성어] 검이불루(儉而不陋)
[미학의 사자성어] 검이불루(儉而不陋)
  • 하영균(상도록 작가)
  • 승인 2019.12.14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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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불루(儉而不陋)

뜻은 검소해 보이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말의 기원은 삼국사기에 나오는 말로 백제 온조왕이 궁궐을 지으며 사용했다고 한다. 짝으로 쓰는 말이 화이부치(華而不侈)로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는 않다는 말이다. 이 두 가지의 사자성어는 백제의 모든 예술의 기본 미학적 관점이 됐다. 이 두 가지 말을 대변하는 백제 미학의 정수가 바로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이다. 검이불루(儉而不陋)의 미학적 관점을 보이는 것이 석가탑이고 화이부치(華而不侈)의 관점을 보이는 것이 다보탑이다. 왜 이 두 가지의 전혀 다른 성격의 탑을 세웠는지 하는 것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두 가지 양극단의 관점이라 보였기에 이렇게 백제의 장인은 두 개의 탑을 전혀 다른 미학적 관점으로 세운 것이다.

검이불루(儉而不陋)의 미학적 의미는 남아야 하는 것만 남긴다는 의미이다. 즉 더하거나 덜해도 미학적 완성이 안 된다. 꼭 그만큼 만 남아야 한다. 버릴 것도 더할 것도 없는 최적의 상태가 바로 검이불루(儉而不陋)의 미학관이다. 마치 중도의 철학인 것이다. 그런데 이 미학관은 현대의 기능주의 디자인 미학관과 일치한다. 즉 가장 핵심이 되는 기능적인 부분만 남기고 비실용적이고 장식적인 모든 것을 추려낼 때 남아 있는 그 맑고 순수하고 결정체로서의 아름다움인 것이다. 실제 이것은 디자인의 미니멀리즘과도 통한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미학관으로 바로 가구 디자인의 미학관과도 통하는 것이다. 이런 미학관은 그 기원부터가 백제부터 왔기에 그 영향은 백제 문화권에 있었던 일본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검이불루(儉而不陋)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일본의 디자인 제품들이다.

일본의 사찰에 가보면 단청이 없다. 일본의 사찰을 방문할 때마다 그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이유는 한국의 단청이 왜 일본으로 전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한국의 단청기원은 고려 때라고 보고 있는데 일본은 백제의 문화가 넘어가고 통일 신라 시대부터 문화교류가 끊어졌다. 분명 단청에 관한 기술들은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참 일본과의 교류가 많았던 조선 초기 이후에는 왜 단청기술이 전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분명 단청기술이 전해졌지만, 일본에서는 이를 채택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기술은 전수 받았지만, 그 기술을 써서 사찰의 단청을 장식하지 않았다. 이유는 바로 검이불루(儉而不陋)의 미학 사상으로 인해서 오히려 단청으로 사찰을 치장하는 것은 어쩌면 불교의 시대 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이 사상은 이후 일본의 국보인 이도다완(井戶茶碗)에 대해서 평가할 때도 분명히 검이불루(儉而不陋)의 미학관이었기에 그렇게도 높게 평가할 것일지 모른다. 화려함에 익숙한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이도다완(井戶茶碗)과 같이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막사발에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높은 미학적 평가를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미학관의 뿌리는 바로 검이불루(儉而不陋) 즉 백제의 미학관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 보인다.

검이불루(儉而不陋)의 미학이 아직도 살아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식탁 위의 미학이다. 그릇의 미학이다. 그릇은 그 그릇에 담길 음식을 넘어서면 안 된다. 그릇이 화려하면 음식을 넘어선다. 장식용이 아니라면 화려하지 않고 그 바탕을 지탱해 주는 그릇이 아름답다. 즉 그릇은 음식을 지향해야 한다. 화려한 그릇은 그릇 스스로 뽐내기 위한 것이지 먹을 사람을 위해서 음식이 빼어나게 하지는 않는다. 검이불루(儉而不陋)의 그릇 위에 화이부치(華而不侈)의 음식이 올려지는 것이다. 그럴 때 최고의 미학적 완성이 이루어진다. 이미 검이불루(儉而不陋)의 미학적 세계관은 우리 생활 속에 남아 있다. 우리의 건축이 그렇고 우리의 식탁 위 그릇과 가구가 그랬다. 검이불루(儉而不陋)의 미학 사상은 타인에 대한 배려의 미학 사상이다. 스스로 드러나기보다는 그 위에 올려지는 타인을 드러내게 만드는 미학 사상이다. 우리 시대는 다시 이 미학 사상을 깊이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검소하지만 남루하지는 않은 바로 백제의 미학이다.

필자소개
서울대학교 농생물학과 졸업, 동아대학교 경영대학원 마케팅 전공 수료, 가치투자 전문 사이트인 아이투자 산업 분석 칼럼 연재(돈 버는 업종분석), 동서대학교 전 겸임교수(신발공학과 신제품 마케팅 전략 담당), 영산대학교 전 겸임교수(신제품 연구소 전담 교수), 부산 정책과제-글로벌 신발 브랜드 M&A 조사 보고서 작성 책임연구원, 2017년 상도록 출판, 2018년 대화 독법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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