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호칼럼] 한반도 넘어 지구촌 얘기 나누는 무대 만들어야
[전성호칼럼] 한반도 넘어 지구촌 얘기 나누는 무대 만들어야
  • 전성호(시인, 미얀마 한인회장)
  • 승인 2019.12.1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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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와 쉴러가 활동하던 19세기 독일을 흔히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독일의 근대국가로서의 사상적 토대와 민족의식이 고취되고 있던 시대이니 젊은이들이 낡은 체제에 대해 반항적인 성격을 지닌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대학가나 진보적 지식인들 사이에는 마치 한국의 7~80년대처럼 ‘우리 것’, ‘우리다운 것’이 젊은이의 주요한 관심사였다. 청바지와 계량 한복이 인사동과 종로와 대학가를 휩쓸던 분위기와 흡사하지 않았을까 싶다.

프랑스의 시민혁명과 영국의 산업혁명이 유럽의 중세적 권위와 정치 그리고 역사의 지형을 바꿔 놓는 동안 여전히 신성로마제국의 광휘에 사로잡혀 있던 독일은 수많은 영주 국가로 나뉘어 여전히 분열과 종교적 억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괴테와 쉴러가 문예부흥 운동을 주도하는 대학가에는 “One And All”이란 구호가 공공연하게 나붙고 새로운 자유와 휴머니즘의 사상이 열병처럼 독일 사회를 들끓게 했다.

내가 서두를 독일의 19세기를 끌어들인 것은 너무도 비슷한 구호성 문구를 불과 2달 전 서울 그랜드워커힐 호텔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장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세계한인회장대회가 펼쳐지는 서울 그랜드워커힐 호텔은 전 장관을 비롯한 정당 대표 등 평소 얼굴을 마주하기 힘든 인사들과 75국에서 참석한 약 400명의 한인회장으로 대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내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긴 것은 지난해 경우 ‘더 커진 하나, 한반도의 빛이 되다’라는 것과 올해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 재외동포가 함께한다는 문구였다.

나는 기념식장을 둘러 보며 이 자리에 75개국의 한인회장들이 참석하는 대신 한인회 청년들이 모여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관들이나 각 정당의 대표들 대신 방탄소년단이나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세계 톱 클래스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 등 이미 10대와 20대에 세계를 압도하는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 세계에서 그들을 보러 몰려온 이국의 청년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나는 우리 청년들의 좌절할 줄 모르는 용기와 에너지, 드라마틱하고 기상천외한 창의력을 믿는다. 그들이 밝고 건강한 에너지로 만들어 가는 지구촌의 새로운 관계망이야말로 <한반도의 미래>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의 젊은 청년들은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나라에서 뛰어나게 능력을 발휘하여 한국을 빛내는 것이 진정한 힘이자 빛이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발을 딛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 편협한 일국주의에 사로잡히지 않는 진정한 세계인들이 되길 원한다. 돈을 잘 벌고 스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또 다른 모국의 물고기나 동물과 식물들의 이름 등 재외동포로서의 현지 생활 문화를 학습하여 적응돼야 한다. 또한, 진정으로 세계 그 자체를 사랑할 줄 아는 한국의 동포 청년들이 모여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번영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촌과 <또 다른 우리> 지구촌 사람들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함께 모여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는 한인의 날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대회 내내 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 퍼져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한인 동포들은 한국 관변과 정당의 들러리가 아니다. 세계의 저 깊은 곳을 향해 모국이란 정체성을 가슴에 담고 모험을 떠난 진정한 한국인이자 세계인들 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성호(시인, 미얀마 한인회장)
전성호(시인, 미얀마 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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