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의 사자성어] 미추미생(美醜未生)
[미학의 사자성어] 미추미생(美醜未生)
  • 하영균(상도록 작가)
  • 승인 2019.12.28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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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미생(美醜未生)

미추미생(美醜未生)의 의미는 미(美)도 추(醜)도 생성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말의 의미는 만일 어둠에 빛이 없는 상태라면 미인도 추녀도 누가 누구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바로 그 상태를 의미한다. 즉 아직 미(美)로도 추(醜)로도 구별되지 않는 미생의 순간인 것이다. 그 순간에 빛이 들어오면 바로 확인이 된다. 누가 미녀이고 누가 추녀인지 밝혀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계의 빛이란 무엇일까? 다른 표현으로 빛은 있지만 장님이라면 미녀인지 추녀인지 구별이 가능할까?

만져보아서 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바라보고 알 수는 없다. 따라서 빛이 들어 오지 않은 상태나 장님인 상태나 미(美)와 추(醜)를 구별할 수 없는 것은 똑같다. 즉 아름다움을 파악할 수 없는 상태일 때는 미(美)도 추(醜)도 없다는 말과 같고 미(美)도 추(醜)도 구별되지 않는다는 발도 되고 미(美)도 추(醜)도 형성되지 않았다는 말도 된다.

미(美)가 무엇이고 추(醜)가 무엇인지는 노자의 말에 따르면 미(美)는 추(醜)가 있어 미(美)로 구별되고 추(醜) 속에는 또 미(美)와 추(醜)를 구분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추(醜)가 있기에 미(美)가 있는 것이고 미(美)가 있기에 추(醜)가 있는 것이다. 미(美)와 추(醜)는 한 뿌리이다. 이것은 마치 음양과 같다. 음이 있어 양이 있는 것이고 양이 성하면 음으로 변하고 음이 성하면 양으로 변하는 음양오행설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과 같다.

미(美)와 추(醜)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변화한다. 음양이 변화하듯이 미(美)와 추(醜)의 경계 영역도 변화하는 것이다. 미(美)의 확장은 결국 추(醜) 속에 감추어져 있는 미(美)를 발견하는 것이다. 마치 쓰레기 더미에서도 쓸모 있는 것을 찾아내듯이 추(醜)하다고 이름 지어진 속에서 미(美)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 출발은 개념이고 관점이다. 쓰레기 더미에서 쓸모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은 그 쓰임새를 알고 있어야 찾아낸다. 추(醜)에서 미(美)를 찾아내는 것도 바로 미(美)를 구별해 낼 줄 아는 관점이나 개념을 알고 있어야 구별해서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관점과 개념의 차이에 따라서 가장 극명하게 갈렸던 미술사적 시기는 바로 인상파의 탄생 시기이다. 이들이 등장하면서 그전에 단순히 잘 그리는 그림이 아름답다고 했던 그런 미술계의 일반적인 평가를 완전히 뒤집었다. 즉 당선되지 않는 작품들이 따로 전시하는 순간 새로운 미(美)와 추의 구분이 된 것이다. 당선작보다 훨씬 못 그리고 추하다고 평가했던 그림들이 이제는 미술사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고 지금의 개념미술 탄생까지 이어진 것이다.

무엇이 그 시대에는 아름다운가 하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실제 고전주의 시대의 그림과 인상파나 입체파 등 현대 미술 작품을 비교해보면 그냥 잘 그리거나 똑같이 묘사하는 수준은 오히려 고전주의 시대의 작품이 더 좋은 것도 많다. 하지만 누가 더 아름다운가 하는 질문에는 답하기 곤란하다. 바로 미학적 관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잘 그리는 것 즉 묘사를 잘하는 것으로 미학적 수준이 높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진이 더 확실하고 구체적인 묘사를 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래서 묘사의 관점으로 미(美)를 구분하면 안 된다. 예술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의 질문에 이제는 미적 구분을 해주는 또는 관점을 제시하는, 아니면 개념을 제시해 주는 그런 사람이 현대의 예술가라고 본다.

미추미생(美醜未生)의 미학관은 바로 미추(美醜)를 구분하는 출발이 관점과 개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현대적으로 보면 개념미술과 일치하는 미학관이다. 개념미술 작품을 보면 보이는 것만 보아서는 그게 왜 아름다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개념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디가 미적 관점인지를 훈련받거나 가이드를 받아야 가능하다. 그런 관점으로 보기 시작하면 전혀 다르게 보인다. 마치 3D 화면을 그냥 보면 오히려 이상해 보이지만 3D 안경을 쓰고 보면 완전히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개념미술도 훈련된 관점으로 보면 완전히 달라 보인다. 즉 미도 추도 어떻게 바라보고 그 구조를 세우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1999년 영국 런던의 테이트갤러리에서는 터키계 여성 작가인 트레이시에민의 ‘나의 침대’라는 설치미술 작품이었다. 마치 작가가 자기 침실을 옮겨 놓은 것 같다. 일반적으로 생활하는 자신의 침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속에서 정돈되지 않는 이불 낡은 속옷 스타킹 콘돔 술병 등등 그냥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침대이다. 그런데 그것을 영국 최고의 전시장으로 옮겨와 전시했고 그 작품은 현재 20억 이상을 한다. 그런데 우리 생활 속에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추한 모습을 드러내고 그것이 예술 작품이라고 개념 지어지는 순간 완전히 다른 미학적 대상이 된 것이다.

즉 미추미생(美醜未生)의 상태에서 어떻게 미의 상태로 뽑아내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바로 예술가다. 어쩌면 예술은 이제 미추미생(美醜未生)의 철학을 기본으로 삼아야 할지 모른다. 어디까지가 아름다움이고 추한 것인지를 개념 지을 수 있어야 예술가이다. 그리고 누구도 미(美)라고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미를 발견해 내는 사람이 위대한 예술가이다. 미추미생(美醜未生)의 미학관은 현대 미술에 가장 어울리는 미학관이다. 한국의 현대 미술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 보인다. 미추미생(美醜未生)의 미학관에 관한 연구가 더 필요할지 모른다.

필자소개
서울대학교 농생물학과 졸업, 동아대학교 경영대학원 마케팅 전공 수료, 가치투자 전문 사이트인 아이투자 산업 분석 칼럼 연재(돈 버는 업종분석), 동서대학교 전 겸임교수(신발공학과 신제품 마케팅 전략 담당), 영산대학교 전 겸임교수(신제품 연구소 전담 교수), 부산 정책과제-글로벌 신발 브랜드 M&A 조사 보고서 작성 책임연구원, 2017년 상도록 출판, 2018년 대화 독법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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