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앙선관위는 우리 말도 모르나
[취재수첩] 중앙선관위는 우리 말도 모르나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0.01.10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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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질의에 어려운 답변으로 혼란 야기
이석호 월드코리안신문 편집국장
이석호 월드코리안신문 편집국장

(사)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는 새해에 재외선거참여 캠페인을 벌이기로 하고 이에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권순일)에 질의서를 보냈다. 재외선거 참여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연합회나 지역한인회 이름으로 내걸 수 있는지 등 간단한 질문들이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가 보내온 답변은 난해했다. 일문일답으로 쉽게 해주면 될 것도 여러 질문을 하나로 모아 퉁 쳐서 답하면서, 내용을 알기 어렵게 만들면서 혼란을 자초했다. 중앙선관위에서 선거규정 해석을 담당하는 해석과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

아총연은 지난해 12월 태국 방콕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선거참여추진본부를 구성했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 아시아 주요 도시를 순방해 선거참여 캠페인을 벌이기로 하면서 순방 캠페인에 앞서, 지난 12월27일 선관위에 캠페인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질의는 모두 4개 항이었다.

특히 심상만 회장이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친오빠임을 감안해 연합회장이나 한인회장의 형제자매가 국회의원에 출마할 경우에도 그 단체가 재외선거참여 캠페인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의도 담았다. 이같은 아총연의 질의에 대해 선관위는 거의 보름이 지난 1월9일 서면으로 답변을 보내왔다. 아총연이 필리핀 세부에서 선거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이어 클락에서 캠페인을 예정하고 있던 날이었다.

아총연이 중앙선관위에 서면으로 보낸 질의는 다음과 같다.

(1)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형제자매가 대표자로 있는 단체는 ‘공직선거법’ 제10조에 따라 공명선거 추진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 재외선거 투표참여 권유활동도 제한되는가?

(2)연합회 회장과 간부 등이 대사관 및 지역별 한인회를 방문하거나 지역별 한인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통화하는 방식으로 투표참여 권유활동을 할 수 있나?

(3)연합회와 22개 회원국 한인회 단체가 투표참여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나?(예: “해외동포 여러분의 한 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꿉니다”)

(4)연합회가 선거 60일 전에 해외동포 1만명 이상 거주하는 지역에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교민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통화하는 방식(재외선거인 등록 신청안내 포함)으로 투표참여 권유활동을 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독자 여러분이라면 어떤 답을 기대하겠는가?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 ‘yes’냐 ‘no’냐를 명확히 해주고,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 법령이나 규정을 덧붙여주는 정도의 답을 기대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선관위는 이상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해석하기 어렵게 만든 답을 서면으로 보내왔다. 가령 3번 질의처럼 “해외동포 여러분의 한 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꿉니다”라는 글귀의 현수막을 연합회나 한인회 이름으로 내걸어도 되느냐는 질의에도 ‘yes’냐 ‘no’냐가 아니고 애매한 답을 해왔다. 다음은 선관위가 아총연에 보내온 서면 답변이다. 가감 없이 글귀 그대로 소개한다.

<답변>

(1) 귀문의 단체가 ‘공직선거법’ 제58조 2규정을 준수해 투표 참여 권유행위를 할 경우에는 같은 법 제10조(사회단체 등의 공명선거 추진활동) 제1항의 단서에 제한을 받지 아니한다.

(2)~(4) 귀문의 연합회 및 한인회가 현수막을 게시하거나 대사관, 지역 한인회 관계자 및 교민과 전화 통화하거나 호별방문에 이르지 않는 범위에서 기관·단체를 방문해 투표참여 및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을 독려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상 가능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같은 법 제58조의 (투표참여 권유활동) 각호에서 금지하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 내용과 함께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58조 2항을 첨부해 보내왔다. 이에 따르면 누구든지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지만, △호별로 방문해 하는 경우 △사전투표소 또는 투표소로부터 100미터 안에서 하는 경우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현수막 등 시설물, 인쇄물, 확성장치·녹음기·녹화기, 어깨띠, 표찰, 그밖의 표시물을 사용하는 경우엔 공직선거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답변이 어렵고 애매하기 짝이 없지만, 특히 2-4번에 대한 질문에 한꺼번에 답한 선관위의 답변은 혼돈을 자초하고 있다. 글 내용으로만 봐서는 현수막을 걸어도 되는 것인지 아닌지 알수가 없다. 전화통화도 마찬가지다.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알수가 없다.

결국 아총연은 이 답변을 받고 다시 중앙선관위 해석과에 연락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전화로 현수막은 내걸 수 있고, 전화로도 선거참여를 호소할 수 있으며, 단 호별방문만은 삼가 달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호별방문을 했을 경우 특정 후보 지지나 비난, 금품 수수 등의 행위가 일어날 소지가 있어서라는 것이다.

이처럼 간단한 내용을 선관위는 왜 그렇게 애매한 표현으로 혼란을 자초할까? 선관위는 선거규정 해석에 앞서 우리말 공부부터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중앙선관위가 보내온 공문도 사진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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