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열의 동북아談說-50] 경자년의 쥐(鼠) 이야기
[유주열의 동북아談說-50] 경자년의 쥐(鼠) 이야기
  •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2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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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쥐해이다. 음력설을 지내야 우리 고유의 경자년이 된다. 경자는 천간(天干)의 경(庚)자와 지지(地支)의 자(子)자로 이루어졌다. 경은 오방색의 흰색을 상징하고 자는 쥐를 의미하므로 금년은 ‘흰 쥐’해가 된다. 

쥐는 우리에게 이중적 의미를 주고 있다. ‘쥐잡기 운동’ 포스터를 보고 자라서인지 쥐는 박멸해야 하는 동물로 생각해왔다. 쥐가 나쁜 것은 우리의 양식인 곡식을 훔쳐 먹고 인류에 큰 해를 끼친 페스트(흑사병)를 옮기기 때문이다. 한때 외국에서 우리 국민을 레밍(lemming)에 비유하여 논란이 있었던 것도 기억난다. 레밍은 우두머리 쥐가 물에 빠지면 같이 뛰어들어 집단자살을 할 정도로 생각 없이 무리 지어 다니는 유럽의 들쥐를 말한다. 

쥐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다. 쥐는 과학자의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한다. 인간 유전자와 99% 정도 비슷한 쥐는 실험동물로 희생되어 의학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지난해 기해년(己亥年)은 돼지해였는데 공교롭게도 아프리카 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이 만연되어 중국과 북한이 큰 피해를 입었다. 세계 10억 두의 돼지 중,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사육된다고 할 정도로 중국에서는 고기(肉)의 대명사인데 돼지 절반이 살처분됐다고 한다. 금년은 최소한 쥐로 인한 질병의 피해는 막아야 한다

다사다난한 돼지해가 끝나면서 12년의 주기가 한 바퀴 돌아 다시 쥐해가 됐다. 쥐는 12동물 중 제일 먼저일 뿐만이 아니라 쥐와 앙숙 관계인 고양이는 그중에 끼이지도 못했다. 음악과 함께 고양이를 매우 좋아했다는 알베르트 슈바이처 이래 고양이는 ‘힐링의 아이콘’으로 많은 사람의 반려동물로 각광받고 있는데 고양이 해가 없어 유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불교의 고사에 의하면 스님이 절을 지키는 12명의 수문장을 뽑기 위해 주변의 동물들에게 지원요청을 하였다고 한다. 제일 먼저 도착한 동물은 고양이었다. 이어서 소 호랑이 토끼 등 순서로 이어지고 느림보 돼지가 제일 나중에 나타났다.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리던 고양이가 급한 용무가 생겨 평소 친한 쥐에게 자리를 부탁했다. 

그 사이 수문장 나타나 12동물을 차례로 수문장으로 임명하게 됐다. 고양이 대신 잠깐 자리를 맡은 쥐가 뻔뻔하게 제일 먼저 수문장이 된 것이다. 탈락된 고양이가 땅을 치고 한탄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그때부터 화가 난 고양이는 쥐를 보기만 하면 달려들었는지 모른다. 미국 만화 ‘톰과 제리’처럼 우둔한 고양이와 꾀 많은 쥐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베트남과 네팔에서는 고양이의 억울함을 아는지 12동물에서 토끼 대신에 고양이를 포함시키고 있다.

12지 중 가장 작은 동물인 쥐는 서배(鼠輩 소인배) 서담(鼠膽 겁이 많다) 서목(鼠目 쥐의 안목) 등의 표현처럼 부정적 이미지가 많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이 흔들릴 충격에도 쥐 한 마리 고작)도 쥐가 작고 보잘것없다는 의미이다. 소나 개에게는 공(公)이라는 작호를 내려 우공(牛公) 견공(犬公)하지만 쥐는 겨우 생원의 말직을 주어 서생원(鼠生員)으로 부르기도 한다. 

쥐는 재빠르게 다니면서 날카로운 이빨로 어디든 파고든다. 쥐(鼠)의 글자의 윗부분(臼)은 툭 뛰어나온 쥐의 주둥이를 의미한다. 조선시대에는 탐관오리를 석서(碩鼠 큰쥐)에 비유했다. 부정으로 나라의 재물을 훔쳐 먹는 큰 쥐라는 의미이다. 예나 지금이나 석서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고양이는 진짜 고양이가 아니다. 쥐의 번식력은 동물 중 으뜸이라서 다산을 상징하고 있다. 12지에 쥐 서(鼠)자 대신에 자식 자(子)를 사용하는 이유라고 한다. 자(子)는 다시 자(滋)가 연상되어 풍요를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네즈미잔(鼠算)’이라는 표현이 있다. 쥐가 번식하듯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남을 비유하는 말이다. 

쥐는 평소에 곡식을 훔쳐다가 쌓아놓고 먹는다. 쥐꿈을 꾸면 숨겨 놓은 재산을 찾게 된다든지 재물이 들어온다는 길몽으로 여기기도 한다. 집에서 쥐가 나가면 쥐의 예지력을 믿는 사람은 그 집이 흉가가 될 것을 우려하여 쥐 따라 이사를 한다고 한다. 

쥐와 친숙한 동양에서는 쥐를 의인화(擬人化)한 이야기가 많다. ‘쥐뿔’도 모른다는 말은 쥐가 서방님으로 둔갑한 줄도 모르고 섬겼다는 어리석은 여인을 비웃는 이야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쥐를 가장 위대한 신랑감으로 소개한 중국의 문호 루쉰(魯迅)의 ‘쥐가 결혼하다(老鼠成親)’라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돈 많은 중국의 부부가 외동딸을 시집보내는데 사윗감을 골라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배필로 생각되는 태양을 찾아갔다. 태양은 자신을 언제든지 가리는 구름을 이길 수 없다면서 사양했다. 부부는 구름을 찾아갔더니 바람을 추천했다. 구름을 날려 보내는 힘센 친구가 바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바람은 벽에 부딪히면 힘을 못 쓴다면서 벽이 가장 강하다고 알려 주었다. 

벽을 찾았더니 뜻밖에 보잘것없어 보이는 쥐가 가장 두렵다고 한다. 쥐의 예리한 이빨은 벽에 구멍을 내고 벽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부부는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된 쥐를 사위로 삼았다. 사실 태양을 가장 무서워하는 쥐는 뻔뻔하게도 예쁜 신부와 결혼(成親)하였다. 그렇지만 태양이 무서워 햇볕이 들지 않는 어둠속에 살고 있다. 일본에서는 쥐를 ‘어두운 나무뿌리 사이에 산다(根棲)’고 하여 ‘네즈미’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쥐라는 말을 쓰면서 쥐가 아닌 것에 박쥐가 있다. 박쥐는 중국에서 편복(蝙蝠)이라고 부른다. 중국에서는 쥐가 천년이 지나면 박쥐가 된다(千年鼠化蝙蝠)는 속설이 있다. 편복은 발음상 편복(遍福 두루 복을 받는다)과 같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중국의 영향으로 길상무늬로 박쥐를 이용하였다. 어릴 때 베게 커버에 3마리의 박쥐를 수놓은 것을 자주 보았다. 어른들은 삼복(三蝠)을 삼복(三福)으로 읽으면서 좋아하였다. 최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중국 ‘우한(武漢) 폐렴’이 박쥐에서 시작됐다 하여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기해년은 북한의 김정은이 비핵화할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농담 삼아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핵(核)이란 글자는 목(木 나무)과 해(亥 돼지)로 이루어져 있다. 핵이 해체되면 나무와 돼지가 빠져나오는데, 나무는 방사능 걱정이 없는 그린 환경을 상징하고 돼지는 풍요로운 경제를 의미한다. 비핵화로 유엔의 제재가 풀렸다면 북한 경제가 도약하는 길을 열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자년의 경(庚)자는 오행 중 금(金)을 상징하므로 변혁을 가져오는 해라고 한다. 120년 전 경자년에는 중국에서 의화단운동이 일어났다. 우리 역사에서는 경술년(1910)에 나라를 빼앗겼고, 6.25 전쟁은 경인년(1950), 4.19 혁명은 경자년(1960), 5.18 민주화 운동은 경신년(1980)에 일어났다. 

금년은 조용한 한 해를 기원하고 있으나 나라 안팎의 사정이 녹녹치 않아 보인다.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선언한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재선을 앞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쥐가 예민하게 주의를 경계하는 수서양단(首鼠兩端)을 우유부단한 기회주의자로 매도하지만 금년 쥐해에는 쥐처럼 신중하고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필자소개
한중투자교역협회(KOITAC) 자문대사, 한일협력위원회(KJCC) 사무총장. 전 한국외교협회(KCFR) 이사, 전 한국무역협회(KITA) 자문위원, 전 주나고야총영사, 전 주베이징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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