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칼럼] 결과가 뻔한 트럼프 탄핵 재판 왜 밀어붙이는가?
[이계송칼럼] 결과가 뻔한 트럼프 탄핵 재판 왜 밀어붙이는가?
  • 이계송(재미수필가)
  • 승인 2020.01.27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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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재판이 한참 진행 중이다. 결과는 부결이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왜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탄핵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까? 민주당 출신, 80대 노정객 펠로시 하원의장의 노련한 정치적 감각과 계산에서 벌인 일이다. 무엇보다도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유리한 판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보았을 것이다. 어쨌든 하원의 탄핵 소추 가결은 펠로시 개인적으로도 정치적 승리임이 틀림없다.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견제자로서 하원 수장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과연 펠로시 계산대로 될 것인가?

펠로시는 무엇보다도 배심원이 아닌 배심원으로서 미국국민의 도덕적 판단을 기대하는 것 같다. 검찰로서 하원을 주도하는 민주당과 배심원으로서 상원을 주도하는 공화당 간 탄핵의 적법절차와 쌍방 간 논리를 재판과정에서 주권자로서 국민이 예의 주시한 후, 차기 대선에서 최종 재판장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하버드 법대 Noah Feldman 교수는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기초자들의 입법 취지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헌법기초자들은 탄핵 조항을 대통령직 박탈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을 거라고 분석하면서, 최종 가결 요건을 하원의 단순 과반수와 상원의 2/3로 규정함으로써 오히려 박탈의 가능성을 낮추었을 거라고 단정한다. 그 이면의 핵심은 탄핵 소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처벌이라는 것이다. 하원에서의 탄핵 소추 요건을 2/3 찬성으로 규정하지 않은 데서 이를 알 수 있다는 거다.
 
역사적인 경험치를 예로 들었다. 과거 Johson과 Clinton 대통령은 둘 다 탄핵 소추에 살아남았지만, Johnson은 두 번째 임기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지 못했고, 재임 중이었던 클린턴의 경우, 차기 민주당 대통령 후보 Al Gore가 클린턴 탄핵의 영향을 받아 선거에 낙선했다. 그리고 2016 선거에서 Hillary Clinton후보에게까지 마이너스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트럼프가 자신에 대한 여성 문제 공격을 빌 클린턴의 얘기로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Feldman 교수는 탄핵의 과정을 특히 장기적인 ‘헌법수호’ 차원에서 조명한다. 상원이 만약 단순히 당파적 입장에서만 이를 부결시킨다면 대통령의 권력 남용의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될 것이고, 이 경우 나라보다는 대통령에 충성하는 정치 풍토가 형성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조차도 탄핵 재판이 대통령의 권력 남용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라고 보는 국민적 믿음은 돌려놓지는 못할 거라는 것이 Feldman의 주장이다. 

만약 소추의 증거가 충분치 못하다고 국민이 믿는 경우는 어떨까? 사실을 분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나라의 집단적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지만, 그 또한 헌법적 규범에 대한 의미심장한 훼손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등범죄와 경범죄의 비중을 구분하는 정도이며, ‘헌법수호’의 측면에서 치명상은 가장 적을 거라고 Feldman은 보고 있다. 
 
그러면 가장 위험한 부정적 결과는 어떤 것일까? 대통령의 권력 남용이 자신의 정치적 이득 차원에서 행사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대통령의 일상적인 업무로서 탄핵할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는 경우다. 이는 결국 도덕성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미국 헌법의 기초를 닦은 4대 대통령이자 변호사였던 제임스 메디슨이 헌법제정 당시 의회에서 했던 말을 Feldman은 상기시킨다. “어떤 정부도 국민이 높은 도덕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자유와 행복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 입헌 민주주의에서 도덕성은 필수이고, 도덕성의 소멸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일이라는 것이다.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양대 진영으로 나뉘어 피 터지게 정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또한 청와대의 아슬아슬한 초헌법적 권력 행사를 염려하면서 트럼프 탄핵 재판을 떠올려 보았다. 민주주의의 성패는 헌법수호에 있다. 그것은 결국 국가 지도자는 물론 국민의 높은 도덕성에 달려 있음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자각하고 성찰해야 할 때다.

필자소개
이계송/재미수필가,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광주일고, 고려대정치외교학과졸업
저서: <꽃씨 뿌리는 마음으로>(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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