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 ⑨] 쿵짝 쿵짝 네 박자 속에~ 사랑도, 이별도, 눈물도
[홍미희의 음악여행 ⑨] 쿵짝 쿵짝 네 박자 속에~ 사랑도, 이별도, 눈물도
  • 홍미희 기자
  • 승인 2020.02.07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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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프로그램 통해 트롯 열풍
1900년대 초 미국 폭스트롯, 일본→한국 전파
요즘 트롯, 다양한 분야의 음악 무섭게 흡수

요즘 트롯이 대세다. 많은 매체에 프로그램이 생기고, 노년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트롯을 다양한 연령층에서 즐기고 부르고 있다. 왜 갑자기 트롯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유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한 프로그램이 촉발제인 듯하다. 예술이나 소비는 높은 수준의 것들을 많이 접할 때 그 눈높이가 달라진다. 방송과 유튜브의 시대를 맞아 수준 높은 무대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라 일반인들의 무대에 대한 인식 역시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현실에서 수준 높은 무대란 ‘자본’을 의미한다. 좋은 노래를 위해서는 좋은 작곡자가 필요하고, 좋은 가수는 계획된 트레이닝을 통해 만들어진다. 반주도 그냥 MR만 가지고 연주하기보다는 오케스트라, 또는 뛰어난 연주자, 그것도 팀이 필요하다. 무대는 음향시설이 좋아야 하고, 의상도 받쳐주어야 하고 뒤에서는 춤으로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또한 그를 만들기 위해 뒤에서 필요한 인력 역시 만만치 않다. 멋진 무대를 위해서는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트롯에서는 우리가 수준 높은 무대를 접할 기회가 적었다. 그런데 한 방송사에서 트롯을 주제로 경연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수준 높은 무대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음악은 다양한 종류와 형식을 가진다. 이때 음악의 성격을 규정짓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음계다. 음계란 음악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음을 말한다. 요리할 때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음식이 달라지는 것처럼 음계에 따라 음악의 성격이 달라진다. 그래서 음계는 나라, 민족, 시대에 따라 다른 구성을 가지면서 음악의 느낌을 다르게 만들어간다. 얼마 전 성당에서 노래로 미사를 본적이 있다. 예전에는 중요한 미사는 거의 창미사(Missa Cantata)로 봤는데 요즘은 그렇게 연습된 성가대도 적고 미사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미사를 드리던 주교님은 “지금 드리고 있는 미사곡은 세계 어디를 가도 같은 곡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런 곡은 ‘그레고리안 찬트’라 하여 중세시대부터 내려온 멜로디라 할 수 있다. 미사를 드리다 보니 중간 기도문을 주고받는 부분은 도리아 선법처럼 ‘레’로 끝나는 음계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많은 신자가 자신도 모르게 ‘라’로 끝내고 있었다. 흔히 사용하고 있는 장조와 단조의 음계 중 음악의 흐름에 따라 단조로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음계는 우리가 늘 먹는 밥처럼 의식 속에 존재한다. 그래서 다른 민족의 음악이 오면 본인들이 사용하던 음계와 합쳐져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트롯은 1900년대 초 미국의 폭스트롯(Foxtrot)이라는 4박자의 춤곡이 일본으로 전파되고, 그것이 다시 우리나라에 넘어와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폭스(Fox)는 여우, 트롯(Trot)은 말이 빠르게 걷는 것을 의미하는 두 개의 단어가 합해진 것으로 여우나 말의 걸음걸이를 응용한 춤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 레, 미, 파, 솔, 라, 시의 7음 음계를 사용하는 미국의 ‘춤곡’이 어떻게 ‘노래’가 되어 우리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일까? 미국의 춤곡인 폭스트롯은 일본의 전통음계인 요나누키, 미야코부시 음계(4음, 7음을 생략하고 부르는 5음계, 도-레-미-솔-라, 라-시-도-미-파)를 만나 ‘엔카(演歌)’가 되고, 이 엔카는 우리나라에서는 남도민요의 영향을 받아 떠는 창법과 꺾는 창법이 추가된 ‘트로트’가 된다. 그래서인지 미스트롯에서 1등을 한 ‘송가인’ 역시 예술고에서 국악을 전공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많은 국악 전공자들이 트롯의 느낌을 잘 살려 노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엔카, 즉 연가는 술, 눈물, 여자, 비, 바다, 북쪽 지방, 눈, 이별 등을 주제로 부르기 때문에 연(戀)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연설을 의미하는 연(演)으로 민중가요와 같은 성격의 노래였다가 개인의 애환을 노래하는 곡이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트롯을 왜색이라고 해서 금지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일본 역시 전쟁 후 미국의 음악을 적성 국가의 음악이라 해서 금지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때 미국의 음악을 대신해서 들어온 라틴, 독일 음악의 영향으로 퍼커션, 즉 타악기의 사용이 늘어났다. 우리가 트롯을 부를 때 쿵짝쿵짝 하는 4박자의 리듬에 맞춰 두드리기도 하고, 반주에 리듬악기를 많이 사용하여 흥을 돋우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미스터트롯에는 ‘마스터’라는 이름의 심사위원 군단이 있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은 매우 중요하다. 심사위원의 구성이 그 프로그램의 진행 방향 및 목적을 이야기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은 장윤정, 진성과 같은 트롯가수 뿐 아니라 작곡자인 조영수, 엄마팬덤, 아이돌, 가수, 기획자, 미스코리아, 리액션 담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과연 이 사람들이 트롯 심사에 적당한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출연자들 역시 일반적인 트롯의 음계와 박자가 아닌 “이 곡도 트롯이었나?”하고 반문하게 되는 곡을 경연곡으로 선정한다. 그리고 팀의 구성 역시 일반팀, 아이돌팀, 가수팀, 영재팀 등 다양하다. 그리고 개인별 미션에 이어진 장르별 팀 미션의 분야를 보면 트롯의 변화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정통트롯, 댄스트롯, 발라드트롯, 락트롯, 국악트롯, 세미트롯, 블루스트롯, 올드트롯 등으로 이름 붙여져 있다. 이제 트롯은 정통트롯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음악을 무섭게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인기의 가장 큰 비결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수준이 낮으면 동네 학예회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끝났겠지만 출연자의 높은 수준과 열정, 무대연출 등 많은 요소가 트롯을 변화시키고 있다.

심사위원 ‘장윤정’ 역시 세미트롯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다. 옛날 트롯이 노래 ‘네박자’의 가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별, 눈물, 사랑 등을 노래한 4박자의 곡’이라면 이제는 가볍고 밝게 분위기를 띄우는 가벼운 댄스곡도 많아진 것이다. 작곡가 조영수의 ‘사랑의 배터리’ 역시 그러하다. 또, 이들의 심사평을 들으면 어떤 것을 트롯이라 하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트롯은 그냥 쿵짝쿵짝이 아닙니다. 강하고 약한 부분을 조절하면서 노래해야 합니다.” “꺾기를 해야 하는 부분과 아닌 부분을 알아야 합니다.” 또, 어린 출연자에게는 “너무 성인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지 말고 자신만의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냥 부드럽게 분위기만 살려 노래하는 출연자에게는 “노래에 완급이 없어요. 스타카토를 넣어서 조절하면서 부르면 더 트롯의 맛이 살아날 겁니다.” 이렇게 조언한다.

트롯은 기본적으로 4박자의 노래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4박의 기본인 강-약-중강-약이 아닌 ‘끌고 당기는 맛이 있는 강약, 즉 쿵짝’인 것이다. 그래서 앞에 스타카토를 넣으라는 말이 절묘하다. 스타카토를 넣으면 당연히 앞의 박이 더 강해지는 효과가 있고 살짝 쉼표가 들어가면서 밀고 당기는 맛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제 트롯을 ‘5음 음계의 기본을 가지고 있는 4박자의 노래’로만 생각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또 마냥 형식을 지켜서 노래하는 것보다는 살짝 형식을 벗어난 것이 긴장감, 설렘, 즐거움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그렇지만 흥미와 경연을 위해 너무 다른 장르의 음악에 치우쳐 노래하는 경연자에게는 “그것은 트롯이 아니다”라고 경고를 하는 모습을 보면 트롯의 기본적인 모습을 지키고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더욱 다양한 형식과 틀을 벗어난 즐거움, 위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는 출연자들, 그를 지켜보면서 연구하는 기획팀의 모습에 앞으로 다가올 트롯의 미래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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