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한인회장 지낸 오한남 대한배구협회장, “여자배구, 도쿄올림픽 경기 응원해주세요”
바레인한인회장 지낸 오한남 대한배구협회장, “여자배구, 도쿄올림픽 경기 응원해주세요”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0.02.1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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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인 출신으로 대한배구협회장 맡아...바레인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갔다가 비즈니스로도 성공한 CEO
오한남 대한배구협회장
오한남 대한배구협회장

대한배구협회(회장 오한남)는 2월7일 서울 리베라 호텔에서 2020 배구인의 밤 행사를 열었다.

시도종목단체 및 전국규모연맹체 대의원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결산과 새해 예산(125억8천만원)을 통과시키고, 협회 정관개정 등을 심의한 후 열린 이벤트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 여자 배구대표팀이 최우수 단체상을 받았다.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끈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 주장 김연경(터키 엑자스바시)은 각각 최우수지도자상과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한국 여자배구가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 개최국 일본, 강호 브라질, 세르비아 등과 같은 조에서 경쟁한다.

오한남 회장은 이밖에도 이날 각 분야에서 배구발전에 기여한 배구인, 지도자, 선수 등 총 69개에 달하는 개인 및 단체한테 상을 수여했다.

오한남 회장이 대한배구협회 회장을 맡은 것은 2017년 7월이다. MB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회장과 박승수회장에 이어 서병문 주물공업조합 이사장이 협회장으로 취임했다가 불과 5개월만에 불명예퇴진 하면서 오 회장이 제39대 회장으로 대한배구협회장직을 맡았다.

오 회장은 정통 배구인 출신이면서도 중동에서 사업으로도 큰 성공을 이룬 CEO다. 1952년생인 오 회장은 배구 명문 대신고에서 공격수와 세터로 뛰면서 공식경기 148연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이끌어냈고, 명지대-대한항공을 거치며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선수은퇴 후에는 여자 실업팀 한일합섬 감독을 역임하고, 중동으로 날아가 두바이 프로배구팀과 바레인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일했다. 오 회장이 사업가로 변신한 것은 바레인에서 음식점 ‘아리랑&에도’와 킹덤 팰리스 호텔을 운영하면서였다.

오 회장은 바레인에서 한인회장으로도 오래 봉사했다. 2003년에서 2004년 바레인한인회장을 지낸 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또 한인회장으로 봉사했다. 2008년부터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바레인지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지회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이같이 봉사하면서도 그는 서울시배구협회장(2010-2013년)과 제5대 대학배구연맹회장(2013-2017)을 지내며, 배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갔다.

기자가 오 회장을 만난 것은 설연휴 직후였다. 태국 나콘랏차시마에서 열린 예선전에서 승리해 3차례 연속 올림픽 본선진출권을 따낸 한국여자배구팀이 귀국할 때 오한남 회장과 대한배구협회에서 나서서 꽃다발을 증정하는 것을 보고 연락했는데, 마침 만남이 성사됐던 것이다.

대한배구협회는 협회 사무실을 최근 서울 강동구 성내동으로 옮겼다. 양재대로 둔촌4거리에 접해있는 건물로 올림픽공원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협회를 찾아가자 이사를 막 마쳐서였는지 축하화분들이 늘어서 있고, 외부 손님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었다.

“이 분은 명세터였던 유경화 선수입니다.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구기종목으로는 처음으로 여자배구가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습니다.”

오한남 회장이 유경화씨를 소개했다. 유경화 선수가 현역으로 뛰던 1970년대는 우리 여자배구의 전성기였다. 여자배구는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4위를 차지했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유경화 선수는 은퇴후 대한민국배구협회 이사, 국민생활체육회 전국배구연합회 부회장, 프로배구 경기감독관을 거치고, 유소년 스포츠배구클럽 지도자로 재능기부를 해왔다고 한다.

오 회장과 얘기를 나누고, 인근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대한배구협회 간부들이 대거 자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전(前) 국가대표 감독 김남성 홍보이사와 고병열 생활체육 담당이사 그리고 박범창 전 사무국장 등도 동석했다.

오 회장이 중동으로 간 것은 한일합섬 여자배구 감독을 마치던 1991년이었다. 당시 중동에서 는 한국 지도자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프로배구 1,2,3부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는 한국 지도자가 많을 때는 40명까지 있었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오 회장은 카타르 사우디 쿠웨이트 등에서도 제안을 받았으나 바레인 국가대표팀을 선택했다.

그는 바레인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있으면서 한국사람이 열었던 ‘아리랑’이라는 식당을 넘겨받아 경영하기 시작했다. 사업의 길로도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실패하고 자리를 옮겨 한식과 일식을 함께 하는 ‘아리랑&에도’를 오픈했다. 그 결정이 주효했다. 바레인 연안에서 잡히는 다금바리 비슷한 생선를 사다가 회도 떠 주고 스시도 만들었다. 활어회 수족관도 현지인의 호기심을 끌었다. 식당 2층에는 바와 스테이지를 꾸며 필리핀 가수가 팝송과 아랍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이런 자유스러운 분위기에 끌려 손님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한 달에 소주를 100박스 가까이 팔기로 했다고 한다.

바레인은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33개의 섬으로 구성된 국가다. 아라비아반도와는 25km에 이르는 다리로 연결돼 있다. 사우디 사람들이 주말이면 바레인으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후 오 회장은 호텔 사업 진출을 결정했다. 라마단(금식 기간)이 끝나면 사우디 사람들이 몰려오는데 호텔이 모자란 점에 착안했다. 객실 30개 정도의 소규모 콘도식 호텔을 임대한 게 대박이었다. 아랍인들은 호텔 안에서 요리도 해 먹고 응접실에서 담소도 나눌 수 있는 콘도식을 선호했다. 고객들이 찾으면서 콘도가 7개까지 늘었고, 이것이 현재의 킹덤 팰리스 호텔을 인수로 이어졌다. 그는 이후 서울 마포에 오피스텔을 지어 임대사업도 하는 부동산 임대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사업가로서도 자리를 굳힌 것이다.

“오 회장은 대한배구협회장으로 취임해서 대담한 정책을 추진해나갔습니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습니다. 리스크가 큰 결정이었습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선수출신이 아니며, 16세부터 배구 지도자의 길을 걸어온 사람입니다. 이탈리아 청소년 대표팀 코치로 2003년과 2007년 유럽청소년선수권 금메달, 2005년에는 4위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2017년부터는 브라질 리그 미나스테니스 클럽 감독을 맡아 2018년 세계 클럽 선수권에 2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배구협회 사무실에서

김남성 홍보이사가 옆에서 말을 거들었다. 아무리 훌륭한 감독을 모셔다 놓아도 경기에서 몇 번 지면 불평이 협회로 쏟아지게 마련이다. 이같은 리스크를 오 회장은 대담하게 감수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에는 아시아 여자배구 최대 축제인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잠실체육관에서 성황리에 개최했어요. 여자배구 아시아선수권대회는 1975년 호주 멜버른에서 제1회 대회를 개최한 이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대회를 유치하게 된 것입니다. 국제대회를 자주 유치해야 국제사회에서 발언권도 커지게 됩니다. 오 회장님의 결단이 빛을 본 거지요.”

배구는 공이 땅에 닿으면 점수를 잃는다. 구기 종목 중에서 땅과 친해지면 안 되는 유일한 종목이다. 두부와 빈대떡, 메밀국수가 어울린 속이 이뤄진 이날 만찬은 7월의 도쿄올림픽이 주된 화제로 떠올랐다. 오 회장도 올림픽에 참여해 선수들을 격려할 것이라고 했다.

“식당 벽에 빨리 TV를 달아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못 와요. 지금 배구경기가 한창 진행 중일텐데...” 누군가 이런 주문을 날리며, 이날 만찬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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