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용 LA한인역사박물관장, “독립운동사적지 안내, 내가 맡겠다”
민병용 LA한인역사박물관장, “독립운동사적지 안내, 내가 맡겠다”
  • LA=이종환 기자
  • 승인 2020.02.1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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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인독립운동 자료 수집에 일생 바친 언론인··· ‘미주한인100년사’도 집필
민병용 LA한인역사박물관장
민병용 LA한인역사박물관장

최근 ‘한인역사박물관 소장품’이라는 책이 국제우편물로 월드코리안신문 편집실에 도착했다. LA한인역사박물관 민병용 관장이 지난해 11월 말 출간한 책이었다.

잡지 사이즈의 국배판 크기로 낸 이 책에는 한인 미주이민 역사를 담은 진귀한 자료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민 관장이 1976년 이래 발품을 팔아 하와이, 남가주 그리고 미주 곳곳을 다니면서 수집한 미주 한인이민역사(1903~2020) 자료들이었다.

분류하면 △독립운동 관련 저서 149권 △초기이민 관련 저서 146권 △이민 관련 저서 80권 △일반 관련 저서 469권 △종교 관련 저서 123권 △문화 관련 저서 164권 △통일 관련 저서 42권 등 1173권의 책과 다수의 독립운동 관련 논문, 이민 관련 자료·사진, 이민역사 동영상 목록까지 담은 이른바 ‘소장자료 목록집’이었다.

목록 속에는 진귀한 자료들도 많았다. 1908년 3월2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티븐슨을 저격한 후 투옥된 장인환 의사가 석방된 후 전명운 의사를 만나는 사진 원본, 장인환 의사회 샌퀸틴교소도 수감기록, 1903년부터 1940년까지 하와이와 샌프란시스코, LA지역의 초기이민 사진, 미주동포 맹성렬씨가 수집해 기증한 1950-1953년 6.25전쟁때의 미군 측 촬영사진 등 과거 자료들은 물론 1992년 4.29 LA폭동자료와 LA한인회, 남가주한국학원 자료 등 최근 자료들까지 망라돼 있었다.

LA를 찾아 민병용 관장을 만난 것은 이 책을 출간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하순이었다.

기자는 세계한인영리더육성회와 월드코리안신문이 세계한인사회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2020년 여름에 개최할 제1회 미주서부한인독립운동사적지 및 첨단산업지역 탐방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와 LA를 찾았을 때, LA 한인역사박물관을 방문해 민 관장을 만났다.

코리아타운의 한 대형빌딩 지하층에 소재한 한인역사박물관은 좁은 사무실 벽 3면으로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고, 바닥에도 자료들이 놓여 발 디딜 틈 없어 보였다. 민 관장의 책상에도 자료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민 관장은 언론인 출신으로, 과거 한국일보에 재직할 때도 다양한 특종으로 이름을 떨쳤을 뿐 아니라 한국일보를 떠나서도 독립운동과 이민사 주요인물 관련 자료 수집 및 집필을 계속해왔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 12월 한국일보 제26기 수습기자로 입사한 그는 모친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충격을 받고, 유신 체제로 국내가 어려운 때 미국에 가서 석사 학위를 받고 컴백하겠다는 생각에 1973년 문교부 유학시험을 쳐서 합격해 미국 땅을 밟았다.

로스앤젤레스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중 1974년 10월부터 그는 한국일보 서울 본사 파견 기자로 LA 지사에서 신문기자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LA에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 언론사들이 활동을 시작할 무렵이었다.

당시 LA한국일보 근무 당시 그가 특종보도한 ‘어린이고추사건’은 한국 국내에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가서 어린애가 이쁘다고 함부로 고추 만졌다가는 어린이 성범죄로 3년형을 받는다’는 소문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한국일보 LA지사 편집국장(1978. 10-1980. 3), 한국일보 미주본사 편집국장 (1984.9-1988.9), 논설위원 등으로 20여 년 근무한 그는 1998-1999년 한국일보 캐나다 본부장(사장)을 끝으로 30년의 신문기자 생활을 마감했다.

민 관장은 이후 LA에서 ‘피플 뉴스’를 발간하며 한인들의 역사를 찾는 일을 시작했다. 좋은 사람을 찾아서 소개하면서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피플 뉴스’ 낸 뒤에는 2009년부터는 ‘시티즌스 뉴스’도 펴냈다. 한인 역사박물관 소식지 역할을 한 잡지였다.

“1970년대 LA에는 하와이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와이로 이민왔다가 LA로 건너온 우리나라 초기 이민자들이었습니다. 당시 80세로 1916년에 하와이로 이민왔다는 분도 만났습니다. 이들은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면서 독립자금을 지원했다고 했습니다. 충격이었어요. 기자로서 사명감이 생겨났습니다. 이런 얘기들을 발굴해서 기사로 쓰자, 그 게 내 소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민 관장의 미주한인역사에 대한 관심은 이런 만남들이 계기가 됐다. 그는 이후 취재와 집필을 반복해 17권의 저서를 냈다. 1948년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LA한인회관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한 한인여성지도자 소니아 석의 일대기를 담은 ‘맨발의 소니아 석’을 1984년 간행한 것을 시작으로, 1986년에는 ‘미주이민 100년, 초기이민을 캔다’는 274페이지짜리 단행본을 한국일보에서 발간했으며, ‘성공이민시대’(1998년), ‘후즈후한인인명록’(2001년), ‘동양선교교회 30년사’(2002년)에 이어 2002년 11월에는 654페이지에 이르는 ‘미주한인이민100년사’도 발간했다.

이어 ‘미국 땅에서 역사를 만든 한인들’(2011년), ‘남가주한국학원 30년사’(2013년), ‘민주평통 LA30년사’(2013년) 등 현지의 한인 발자취를 담은 기록들도 차례로 펴냈다. 이번에 제작한 ‘한인역사박물관 소장품’이라는 단행본은 그가 그동안 모은 기록들과 자료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으로, 차세대 연구자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언론인으로 살면서 각계각층의 한인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닿았던 귀중한 인사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과 나아가 주류사회로 뻗어 나가는 롤모델을 찾아서 차세대들에게 소개해주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소개하는 민 관장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쉽게 그가 수집한 자료들을 볼 수 있도록 ‘인터넷 한인역사박물관(kahistorymuseum.org)’도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역사관’ ‘한인인명록’ ‘자랑스런 한인들’ ‘남기고 싶은 이야기’ ‘한인교회사’ 등의 카테고리를 두고, 다양한 수집 자료들을 공개하고 있다.

먼저 ‘역사관’을 누르면 ‘미주이민 100년의 역사’ ‘미국의 독립유공자’ ‘초기이민선구자’ 등을 소개한 자료가 정리돼 있다. ‘한인인명록’에는 ‘주류사회의 한인들’ ‘남가주의 한인들’ ‘전미주의 한인들’로 구분돼 있고, ‘주류사회의 한인들’은 또 공직자, 법조인, 군인, 학계, 언론인 등으로 나뉘어 개인별로 소개돼 있다.

‘자랑스런 한인들’ 카테고리에서는 ‘성공사업가’ ‘한인사회를 빛낸이들’ 등이 부제로 나오고, ‘성공사업가’를 누르면 고석화 윌셔은행 이사장, 정영인 터보스포츠웨어사 회장 등의 소개가 나온다.

설령 일부 항목에 불충분한 점이 있다고 해도 이 같은 방대한 작업을 민 관장이 직접 해냈다는 점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 사이트에는 인명자료 뿐 아니라 독립유적에 대한 탐방기록과 행사들도 정리돼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업데이트작업이 뉴스자료 이외에는 대부분 2015년을 끝으로 멈춰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한인역사박물관’의 후원이사도, 운영임원도 공란으로 비어있다. 독지가들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였을까?

“세계한인사회 중고교 학생들이 LA지역 역사탐방을 할 때는 제가 안내를 하겠습니다. 리들리와 다뉴바에는 차만재 박사님이 현지 독립운동 기록들도 정리하고 유적지들도 보기 좋게 다듬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한인박물관이 생겨서 유적지 보존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분들의 도움도 받으시면 정말 뜻깊은 탐방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안내 도우미를 자청한 민 관장은 자리에서 일어서는 기자에게 LA와 리버사이드, 중가주지역을 소개한 ‘독립운동 및 초기이민 사적지 안내서’와 ‘LA 로즈데일 묘지에 잠들어 있는 미주 독립유공자 21명’ ‘3.1만세 이후 미주여성의 독립운동’이라는 팜플렛 자료집을 건넸다.

LA한인역사박물관을 나와 민 관장이 건네준 자료집 하나를 펼치니 ‘독립사적지가 우리를 기다린다’는 제목으로 민 관장이 쓴 글이 눈에 들어왔다.

“미주에서 독립운동 사적지 안내서를 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독립지사 발굴사업과 사적지 보존 운동, 더 나아가 미주 (한인)독립운동사가 우리 손으로 나오는 그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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