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 보이는 ‘사실’이 다는 아니다
[대림칼럼] 보이는 ‘사실’이 다는 아니다
  • 이동렬<소설가, 동북아신문 대표>
  • 승인 2020.02.1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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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도 ‘블랙홀’의 실체를 알아본다

요즘 모든 사람의 관심사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예방과 중국 우한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사망자·확진자에 관한 추이다. 

모 국내 언론에 따르면 “2020년 1월29일 당시만 해도 중국 내 확진자는 5494명이었는데, 2020년 2월1일 1만4000여명을 넘어 2월7일엔 3만명을 돌파했고, 2020년 2월11일 현재 중국 내 신종코로나 확진자는 총 4만171명”이라며 “사망자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데 2020년 1월29일 131명에서 2월11일엔 이미 1017명이다”하고 했고, 한국도 “(현재)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존재하는 나라 28곳 중 6번째로 확진자 수가 많은데, 2020년 2월11일 기준 278명”이라고 전했다. 

이런 보도는 사실이고 팩트이다. 이런 팩트가 있기에 중국에서는 이미 시진핑 주석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인민 전쟁’을 선포했고, 중국 전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전국적인 방역시스템을 촘촘히 작동시켰다. 대부분 지역의 버스나 기차, 심지어 비행기운행마저 정지시켰고 학교, 식당, 오락 장소 등을 비롯해 무릇 사람들의 모임 장소라면 모두 영업을 중지시켰다. 심지어 대부분 사업장이 자택 근무를 하도록 했으며, 주택 단지 출입도 제한해서 사람의 이동 경로를 최소화하고 있다. 말 그대로 위로부터 아래로 철저한 ‘인민 전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코로나바이러스를 박멸하겠다는 중국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진실이다. 우리는 흔히 이런 사실로부터 사실의 진실을 발견하고 진실에서 감명을 받고 그런 진실한 사실의 진행 과정에 동참하게 된다. 

우리는 사실(事實 fact)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을 뜻하는 말이고, 진실(眞實)은 ‘거짓이 없는 사실’을 뜻하는 말이란 것을 안다.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는 사실과 사실 보도다. 그러나 사실 보도가 결코 다는 진실 보도가 아니다. ‘이미 일어나고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고 사실일 때 언론 보도는 언론사 기자마다 나름의 해석으로 ‘진실’을 말한다. ‘누구에게나 자기의 진실을 믿고 싶은 것을 믿을 권리’가 있기에 하나의 사실에 나름의 여러 가지 ‘진실’을 말할 수가 있다.     

그러나 사실을 떠난 “자기의, 또는 자신이 속한 언론사나 자기 진영의 진실을 위해 의도를 갖고 사실을 뒤흔드는 것은 그야말로 날조이며 죄악”이라고 정통 언론가들은 말한다. 한국 언론은 대부분 사실과 팩트를 통해 국민이 공감하는 ‘진실’을 말한다. 그러나 편파적이고 부정적인 ‘진실’을 설파하는 언론사도 적지 않다. 구독 수를 늘리고 독자의 시선을 강하게 끌려면 무조건 “남달라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우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방역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우한시에 대해 일부 한국 언론은 ‘사람이 없는 썰렁한 거리’에 대한 집요한 보도를 통해 “공포의 도시”로 부각하고 있다. MBC 1월30일자 뉴스투데이는 현지 교민의 증언 ‘우한은 지금 유령도시’라는 제목을 달아 “현재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시는 유령도시처럼 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여기서 제목을 ‘유령도시’라고 지칭한 것은 “사람이 살지 않는, 죽은 사람의 혼령이 떠돌아다니는, 무서움이 극치에 달하는 도시”라는, 시청자들에게 극도로 무서운 자극을 심어주어 어쩜 시청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한 번의 보도로 그 언론사를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이번 보도의 제목이 너무 강하고 부정적이고 과장이 돼 있다. 물론 이는, 한국 교민이 전한 사실을 인용해서 제목을 뽑은, 그 교민의 시각에서 본 ‘진실이기도 하다. 우한시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사망자가 무서울 정도로 불어나기 때문이요, 정부의 방역시스템 작동으로 거리에 사람이나 차량 이동을 볼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진실’만을 말할 때 우리는 다른 사실에 내재해 있는 ‘진실’을 외면할 수가 있다. 

우한시 시민들이 정부지침에 따라 대부분 자기 아파트 내에서 생활의 어려움과 정신적인 무서움을 떨쳐내며 자체 격리를 하고 있다는 점, 전국이 우한의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팩트, 등이 그러하다. 한국 국내 방송에서 내보낸 아파트 내에 자체 격리를 하는 시민들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아파트단지들을 향해 ‘우한 쨔유(우한 힘내라!)’라고 외치는 장면을 언뜻 본 기억이 있다. 1천만이 사는 우한은 ‘유령’의 도시가 아닌, 스스로 무서움을 감내하는, 극도의 자제력으로 죽음과 맞서 싸우는 “영웅의 도시”이다.

얼마 전에 우한은 ‘중국의 속도’로 10일 만에 건설된 병상 1천개 규모의 훠선산(火神山) 병원을 지었고, 환자 진료도 이뤄지고 있다. 또 병상 1천600개 규모의 레이선산(雷神山) 병원도 8일 사용 허가를 받았다. 현재 중국 각지에서는 수많은 의료인원을 우한에 파견해 환자 치료에 돌입하고 있다.

지난 1월26일 정월 초이튿날, 연변대학교 부속병원 호흡과 주임 의사 왕아암, 감염질병과 부주임 의사 진녕, 중증과 주치의 주성걸이 장춘으로 이동해 길림성 호북지원 의료팀에 합류하여 호북성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중 사랑하는 어린 자식들을 떼어놓고 생사 결단의 결전지로 떠난 주성걸 주치의의 사적은 너무 감동적이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10일 오후 SNS에 공개한 중국 시안의 간호사 20여명이 우한으로 떠나기 전 전원 삭발한 모습의 영상이 공개돼 감동을 무척 감동을 주었다. 간호사들이 잇따라 머리카락을 자르는 이유는 바이러스의 감염 확산을 철저히 차단하고 옷과 보호 장비 등을 착용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해당 동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당신들의 용기를 존경한다”는 등 수많은 응원의 댓글을 올렸다. 이는 진실한 사실 보도의 ‘나비효과”이다. 

따라서 한국 언론은 언제나 부정적인 시각만 갖고, 시민들이 봐도 저들만의 ‘사심’이 내재한 사실 보도를 하는 ‘블랙홀’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이는 사람들이 언론을 의심하게 하고, 또 이 사회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가 있다.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한 후 일부 한국 언론들은 중국인 대한 혐오와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을 뽑아 보도했다.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 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 불량 심각’ △‘우한 폐렴’ 비상... 대림동 차이나타운 위생관념 여전히 부족…” 등. 특히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등 중국인 밀집 지역과 더불어 중국에 대한 혐오 정서를 불러일으켜 대림동 상권에 타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림지역은 중국 국적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것은 팩트이고 진실이다. 한국 언론에서 이런 진실 보도를 보기가 쉽지 않다. 2016년 서울시 후원(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으로 진행된 사단법인 동북아평화연대와 동포모니터링단 ‘강강술래’는 한국사회의 중국동포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결과 “한국의 청년세대(20~35세) 246명에게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 94%가 조선족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범죄사건에 대해 조선족을 특정한 일반화, 지나친 부정어의 사용, 강력범죄에 대한 지나친 선정적 보도가 주류를 이루었다”, “사건 자체보다 불법체류를 부각하는 때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렇게 형성된 중국동포의 이미지는 “범죄자, 하층민으로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에 놓여있으며 돈의 노예, 분노 조절 장애, 배타적 집단으로 각인되고 있다”고 경고를 했다. 

일찍 한겨레신문 편집국 기자를 지낸 김훈 소설가는 ‘연필로 쓰기’ 산문집에서 신문 보도에 대해 이렇게 피력했다. “모든 기자는, 언론사는 각자의 진실을 생산할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이 권리는 반드시 진실이 진실로서 가치를 가질 때만 성립한다. 그래서 기자의 사명은 기사가 아니다. 사실을 취재하고 그것이 오염되지 않도록 기록해서 보존하는 일에 있다. 작금의 언론은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는 또 “진실이 아닌 사실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이 잊지 못할 상처를 입게 된다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한국 사람은 물론, 특히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동포들은 한국 언론이 너무 편파적이고 부정적이고, 심지어 어느 진영이나 소속 언론사의 입장을 위해 자기들만의 ‘진실을 생산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 정치를 못 믿고 한국 언론도 못 믿는다. 어쩌면 이런 언론사나 소속 기자들의 경향도 심한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려있는지 모른다. 아주 오래전부터 말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수칙은 “호흡기 증상자와의 접촉을 피하기,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 씻기, 옷소매로 가리고 기침하기…”등이다. 우리의 언론도 어쩜 이런 예방수칙을 지켜 소속 언론사의 경향이나 자기 진영의 이익을 위해, 또는 권력 관계 등에서 오는 압력 등에 못 이겨 자기들만의 ‘진실을 만들어낸 보도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 언론인 본연의 초심을 지켜 “호흡기 증상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 씻기”를 잘해서 ‘진실을 보는 안목”을 길러 통찰력이 있는 ‘진실한 보도”를 생산했으면 좋겠다. 

사실은 영어로 fact(팩트)라고 한다. 즉 사실이란 실제 존재했던 일을 말한다. 진실은 영어로 truth라고 한다. 즉 ‘사물의 상태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그 사물과 일치하고 있는 참(=진리)”을 지칭한다. 이것에 대해서 일치하고 있지 않을 때는 거짓(=오류)이다. 따라서 기자는 자신의 판단력과 양심에 따라 사실을 토대로 진실을 일깨우고 진실을 보도해야 이 시대의 진정한 기자라고 할 수가 있다. 

필자소개
중국 서란시 출생. 소설가, 언론인. 동북아신문 사장/대표, 재한동포문인협회 초대회장/現대표. 중국 작가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월간잡지 中國新聞 차이나위크(한국어판) 편집주간, 도서출판 바닷바람 발행인. 장편소설집 ‘고요한도시’, ‘낙화유수’ 중단편소설집 ‘눈꽃서정’, ‘토양대’ 등 4부. 연변조선족자치주문학상 등 10여 차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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