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발렌틴 선생님을 추모하며
고 최발렌틴 선생님을 추모하며
  • 김원일(국제관계학 박사, 전 모스크바한인회장)
  • 승인 2020.02.1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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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전 모스크바한인회장과 고 최발렌틴 선생(오른쪽).
김원일 전 모스크바한인회장과 고 최발렌틴 선생(오른쪽).

김원일 전 모스크바한인회장이 추모사를 보내왔다. 고인과 각별한 인연이 있었던 탓에 “최발렌틴 선생님 별세 소식에 영 마음이 어수선하다”면서 이렇게 말을 이었다. “그동안 이분은 단체를 이끄시느라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한국정부의 지원도 거의 없었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라고 문재인정부 들어서 형편이 좀 펴지나 싶더니 이렇듯 허망하게 세상을 뜨시는군요. 80을 넘기셨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한 분이셨습니다. 또 한가지 문제는 러시아 자체가 조직이 규칙이나 규범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듯 고려인 단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분이 없는 독립유공자단체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후에 이 단체가 어떻게 존재할지 운영될지도 걱정입니다.” 그의 추모사를 소개한다.<편집자주>

최발렌틴 선생님! 그리도그리워하셨던 최재형 할아버님을 이젠 하늘나라에서 만나 뵈셨는지요? 선생님께서 이 땅에서 할아버님을 위해 애쓰셨던 것,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최재형 할아버님의 애국 애족하셨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최재형 할아버님이 바라시던 대로 독립된 조국 대한민국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속에 선진화된 국가로 우뚝 솟아나 빛나고 있다는 것도 말씀드리셨는지요?

지난 토요일 아침, 최발렌틴 선생님께서 운명하셨다는 비보를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하늘이 참으로 야속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은 많이 허락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최발렌틴 선생님께서 독일에서 큰 사고를 당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저는 선생님께서 타고 난 건강 체질이시고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시어 건강만은 자신하셨기에 금방 병상에서 훌훌 떨고 일어나실 줄 알았습니다. 평소같이 밝은 모습으로 모스크바로 돌아오시리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도 이렇듯 비보를 접하니 비통하기가 그지없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러시아에 흩어져 있는 한국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애국자분들을 발굴하고 그분들의 업적을 기리는 일에 자신의 삶을 전부 바쳐오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1995년 러시아독립유공자후손협회를 설립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금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운영해오셨습니다. 이 단체의 설립으로 러시아에 거주하는 독립운동유공자 후손들이 비로소 서로 소통하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습니다. 러시아독립유공자후손협회의 설립은 한국에서는 러시아와 구소련지역 독립유공자들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했던 지난해 2019년은 선생님 생애에 매우 뜻깊은 한해였습니다. 지난해는 선생님께서 그리도 소원하셨던 할아버님 최재형 선생님을 기념하는 박물관이 우수리스크에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10년 넘게 발간을 위해 애쓰셨던 <사진으로 보는 독립운동> 3권이 발간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선생님의 그동안의 노고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선생님께 한국국적을 수여하였습니다. 이렇듯 2019년은 선생님께서 여러 십 년 동안의 쏟아오신 노력이 좋은 결과를 맺어나가기 시작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슬프고 안타깝게도 하늘은 선생님께 더는 허락하지 않고 이렇듯 갑작스럽게 선생님을 앗아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평소에 제게도 매우 각별히 대해 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저는 선생님 생전에 조금이라도 선생님께 보답해 드릴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음을 큰 다행으로 여기게 됩니다. 선생님께서는 사진으로 보는 독립운동 3권 발간을 위해서 한국정부 측과 기업체 등에 10년 넘게 협조를 부탁하고 있는데 어쩐 일인지 아무도 후원을 않고 있다며 책 발간이 늦어지고 있음을 항상 안타까워하셨습니다. 다행히 제가 한국외대 토대연구단을 소개하여 책 발간에 협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선생님께서 책을 발간하시고 기뻐하시던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작년 일 년 내내 각종 기념사업 업무와 행사들로 바쁜 일정을 보내시면서도 항상 밝고 즐거운 모습이셨습니다. 평생을 바쳐온 자신의 일이 큰 성과를 내기 시작할 때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셨습니다. 작년 말에 선생님을 뵈었을 때 2020년은 한러 수교 30주년, 최재형선생 순국 100주년이 되는 해로 2020년에도 2019년과 같이 뜻 깊은 행사들과 기념사업들이 한국과 러시아에 연달아 있다고 하셨습니다. 2020년도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하시면서 기뻐하시는 선생님을 뵌 것이 마지막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별세하신 것에 큰 상실감과 비통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선생님께서 살아생전에 독립유공자분들을 선양하는 당신의 노력이 성과를 이루어 가는 것을 보신 것을 큰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외람되지만 선생님의 영혼께서 아쉬움이 크시겠지만 그래도 하늘나라로 오르셔서 기쁜 마음으로 최재형 할아버님을 뵈었으리라고 믿습니다.

최발렌틴 선생님. 선생님께서 그리도 바라셨던 대로 최재형 할아버님과 독립유공자분들은 우리 민족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그리고 최발렌틴 선생님께서는 할아버님과 함께 기억될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하시던 사업, 준비하셨던 사업들은 우리 후손들이 이어나갈 것입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사랑하시고 존경하셨던 최재형 할아버님과 함께 저희를 지켜보아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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