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낚시탐방기-2] 삼일포 바위섬에서 낚싯대 드리우니 온갖 시름 달아나
[북한낚시탐방기-2] 삼일포 바위섬에서 낚싯대 드리우니 온갖 시름 달아나
  • 안영백 뉴질랜드 네이쳐코리아 대표
  • 승인 2020.02.22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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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교민으로 현지에서 북한 전문 여행사 네이쳐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제임스 안 씨가 지난 9월19일부터 25일까지 7박 8일간 북한에서 낚시여행을 다녔다. 황해북도 사리원시 경암호에서 열린 제17차 전국낚시질애호가대회를 참관한 그는 강원도 원산과 고성, 통천을 거쳐 평양으로 돌아오는 동안 명사십리, 해금강, 삼일포, 시중호 등을 돌며 낚시를 즐기고 또 낚시인을 만났다. 제임스 안 씨의 북한낚시기행을 4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주>

삼일포(三日浦)

물안개가 걷힌 아침의 삼일포는 한 폭의 그림이라는 진부한 표현이 결코 감당할 수 없는, 그야말로 선경(仙境)이었다. 옛날 하루 일정으로 놀러 왔던 왕이 아름다운 경치에 반하여 삼일 더 머물렀다는 일화에서 비롯된 삼일포 구역은 삼일호(三日湖)와 바위섬들, 그리고 호수를 둘러싼 장군대(將軍臺), 연화대(蓮花臺), 봉래대(蓬萊臺)대를 포괄하는, 예로부터 관동팔경(關東八景)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승이었다.

호수 가운데에 떠 있는 와우도(臥牛島)와 크고 작은 바위섬들의 절묘한 배치는 차라리 조물주의 솜씨가 아닐까 싶었다. 둘레가 십여 리에 달하는 호수에 이렇듯 정교하게 숲을 세우고 섬을 띄우며 바위를 늘어놓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것은 조물주가 정성 들여 꾸민 신선(神仙)의 정원(庭園)이었다.

날씨는 화창했고,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나는 작은 거룻배를 저어 호수 가운데로 나갔다. 그리고 바위섬에서 낚싯대를 드리웠다. 옥빛 맑은 물을 내려다보자 온갖 시름이 달아나면서 삶에 찌든 몸마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대로 바위가 되고 싶었다. 하염없이 앉아 있는 나를 일행 중의 한 사람이 달랬다.

“안 선생님께서 요청하신 대로 낚시 허가가 가능할 것 같으니 그때 와서 실컷 앉아 계시오.”

귀가 번쩍 뚫리는 한 마디였다. 호반(湖畔)의 옥류동면옥에서 냉면을 먹었다. 옥류동(玉流洞)은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마치 옥구슬을 굴리는 것 같다는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개운하고 담백한 냉면의 원조는 금강산이 아닐까.

그리고 해금강(海金剛)

해금강으로 갔다. 해금강은 말 그대로 바다에 펼쳐진 금강산이었다. 바다에 비치는 것으로는 마음에 차지 않은 조물주가 금강산의 기암괴석들을 벽해(碧海)라 불리우는 푸른 바다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바닷물과 바닷바람, 그리고 햇볕에 깎이고 씻기어 천태만상을 이룬 바위들, 푸르른 소나무들과 갖가지 이름을 달고 있는 돌기둥들은 해만물상(海萬物相)을 이루고 있었다.

바다에는 해조류들이 무성하고 고기떼들이 천천히 헤엄치는 광경이 수족관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삼일포가 아름다움의 극치라면 해금강은 신비함 그 자체였다. 나는 금강산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았다. 청명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가을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색을 뽐내는 금강산 앞에서 나는 숨이 멈추는 듯했다.

그러한 경관을 즐기고 있는 것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었고, NGO단체 소속의 서양인들이었다. 나는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가슴이 시리도록 아름답고 신비로운 경치를 자유롭게 보지 못하는 아픔은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닐 것이었다.

남쪽을 바라보자 금강산 끝자락 멀리 남한의 통일전망대가 보였다. 나는 한반도기를 펼쳐 들어 힘차게 흔들었다. 관광객들이 한반도기에 대해서 물었다. 한반도기에서 금강산의 위치를 알려주면서, 우리 금강산을 자랑했다. 사람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금강산에 가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참대사업소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농촌 마을을 지났다. 누런 들판과 늙은 소나무들이 잘 어울렸다. 가느다란 대나무 울타리를 두른 농가의 주황색 지붕에는 옥수수가 널려 있었고, 짐수레가 다니는 골목에는 아이들이 뛰어다녔다.

참대사업소를 방문했다. 대단히 넓은 부지에는 굵은 대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시퍼런 이파리를 무성하게 거느린 대나무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었다. 한눈에 대단히 잘 키웠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나무는 기후상 남쪽 지방에서만 자라는 줄 알았던 내게는 약간 생경하게 보였고,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대사업소는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사업이었고, 대나무를 재료로 하는 특산품과 우리 전통의 참대나무 낚싯대를 생산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대나무의 활용방안에 대해서 실무자들과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었다. 문득, 최고급 죽염(竹鹽)을 만들었던 인산(仁山) 선생이 한때 금강산에서 지냈다는 말이 떠올랐다.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금강산 온천이 있었다. 과연 금강산 자락에는 관광에 관련되는 한, 없는 것이 없었다. 삼일포와 해금강을 둘러본 후의 온천욕은 피로를 풀기에 충분했다. 숙소의 로비에서 한반도기를 중심으로 기념촬영을 했던 NGO단체 소속의 스위스인들을 만났다.

다음날은 통천(通川)으로 갈 예정이었다. 통천은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 회장의 고향이었다. 빈손으로 고향을 떠나서 한국의 최대기업을 키워낸 정회장은 늘 고향을 그리워했다. 정 회장은 소떼를 몰고 휴전선을 넘어갔다. 그 후, 많은 이산가족이 금강산호텔에서 가족들을 만났다. 북한 사람들 역시 정 회장의 업적을 높이 기리고 있었다. 정 회장의 숙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안타까웠다. 나는 잠이 들었다.

필자소개
안영백(제임스 안):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교민으로 북한 전문 여행사인 네이쳐코리아 (www.naturekorea.org)를 운영하고 있다. 백두산 천지와 백두고원을 잇는 백두산 트레킹을 기획했으며 북한낚시 여행상품을 개발했다. 남북의 스포츠레저, 학술, 문화, 자연환경보호 등 민간교류 사업을 하고 있다.<Tel: +64 27 489 1801, Talk: nature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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