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낚시탐방기-3] 통천 시중호는 물과 환경과 경치가 살아 있는 천혜의 낚시터
[북한낚시탐방기-3] 통천 시중호는 물과 환경과 경치가 살아 있는 천혜의 낚시터
  • 안영백 뉴질랜드 네이쳐코리아 대표
  • 승인 2020.02.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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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교민으로 현지에서 북한 전문 여행사 네이쳐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제임스 안 씨가 지난 9월19일부터 25일까지 7박 8일간 북한에서 낚시여행을 다녔다. 황해북도 사리원시 경암호에서 열린 제17차 전국낚시질애호가대회를 참관한 그는 강원도 원산과 고성, 통천을 거쳐 평양으로 돌아오는 동안 명사십리, 해금강, 삼일포, 시중호 등을 돌며 낚시를 즐기고 또 낚시인을 만났다. 제임스 안 씨의 북한낚시기행을 4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주>

해돋이

외교단사업총국휴양소에서 해안까지는 전용통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해안가에 쳐진 철책에서 경계근무 중인 군인들이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소나무 숲을 지나자 통천해수욕장이 펼쳐졌다. 하늘에는 한줄기 구름이 떠 있었고, 바다는 잔잔했다. 나는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진 동쪽을 바라보며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먼 수평선 끝에서 손톱만 한 붉은 반점이 드러나더니, 곧이어 주황색 태양이 서서히 그리고 불끈 솟아올랐다.

한껏 몸집을 부풀린 동해의 태양은 커다란 불덩이가 되어 하늘과 바다, 그리고 앞바다의 섬들을 붉게 물들였다.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단순한 볼거리로 그치지 않았다. 가슴을 뜨겁게 하는 감격(感激) 그 자체였다. 산줄기 위로 솟아오르는 백두산의 해돋이가 찬란하다면,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동해의 해돋이는 장엄했다. 장엄한 태양 아래에서 섬들은 보석처럼 빛났고, 총석정(叢石亭)의 바위들은 더욱 도드라졌다. 동해의 위대한 아침이었다.

시중호(侍中湖)

아침 안개가 걷히고 구름이 흩어지자 진정한 가을이 나타났다. 가을은 금강산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었다. 저것이 세월에 깎인 산인가, 아니면 조물주의 작품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남쪽으로 아스라이 보이는 금강산에서 신비로움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감회는 아닐 것이다. 금강산 자락이 관동 팔십 리에 떨친다고 했던가. 어디서든지 금강산은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눈앞에 드리워졌다. 동해안을 따라 통천과 원산을 잇는 도로 옆에는 철도가 놓여 있었고, 소나무 숲과 물안개 너머로 시중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중호는 관동팔경의 하나로 강원도(江原道) 통천군 강동리, 산논리, 석도리에 걸쳐 있으며, 북한 천연기념물 제212호, 자연경승 제14호로 지정되어 있었다. 시중호는 시중대(侍中臺)라는 정자에서 유래된 이름이었다. 옛날 강원도 관찰사 한명회(韓明澮)가 세조(世祖)로부터 우의정에 제수받았다는 정자라고 해서 고을 사람들이 우의정의 고려시대 관직명인 시중(侍中)을 들어 시중대라고 불렀다고 한다.

광활한 호수의 서쪽과 남쪽에는 평탄한 야산 아래로 농지와 개활지가 넓게 펼쳐져 있고, 동쪽은 소나무들로 가득한 긴 모래언덕이었다. 불과 삼백여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바다까지는 좁은 물길로 연결되어서 바닷물과 민물이 수시로 섞이었다. 언덕에 올라서자 잔잔한 호수와 소나무 숲 너머의 푸른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소나무로 덮인 천도, 난도, 우도, 승도, 송도, 석도 그리고 백도라는 일곱 개의 섬들은 바다와 절묘하게 어울렸고, 과연 가슴 속까지 후련해지는 절경을 만들어냈다.

단조롭게 보이던 호숫가 숲 그늘이 그렇게 아늑할 수가 없었다. 물가에 설치된 좌대로 건너갔다. 자리를 잡기도 전에 나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맑은 물이었다. 불순물이 전혀 섞이지 않은, 엎드려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 둘레가 삼십 리에 달하고 깊이가 4미터가 넘는다는 호수에는 잉어, 붕어, 황어, 숭어, 전어, 초어, 기념어, 버들치, 뱀장어, 뚝지 등 십여 종의 물고기와 새우, 게, 까막조개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뭐라 표현 못 할 흥분이 일어났고, 묘한 유혹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나는 호수의 맑은 물을 향해 낚싯대를 던졌다. 일렁이는 물결 아래에서 물고기들이 숨 쉬는 것조차 느껴지는 듯했다. 세상이 부러울 것이 없다는 기분이 아마 이렇지 않을까. 햇살이 부딪치는 수면에 비친 내 모습은 이미 신선이었고, 그런 착각 속에서 나는 시간을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과연 시중호는 물과 환경과 경치 등, 모든 것이 살아있는 천혜의 낚시터였다.

감탕

감탕은 시중호의 빠뜨릴 수 없는 자랑거리였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호수의 바닥에는 4,5미터가 되는 진흙층이 깔려 있었다. 광물질 성분들이 듬뿍 섞여 있는 검은 진흙을 몸에 바르는 시중호 감탕은 예로부터 건강에 좋기로 유명했던 것이다. 또한 호수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샘물 덕분에 겨울에도 잘 얼지 않아서 고니와 물오리 같은 철새들이 많이 날아든다고 했다. 한나절을 신선으로 살았던 나는 현실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다.

소나무 숲속에 자리 잡은 시중호 호텔에 들렀다. 현대식 시설로 꾸며진 호텔은 깨끗하고 조촐했다. 2층 건물 주변에는 휴식공간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꽃밭은 색색의 꽃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마당에서 평양이나 원산에서 낚시하러 왔다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사람들은 여유로웠고, 친절했다.

“다양한 물고기들이, 그것도 큰 놈들도 많이 잡힙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시중호를 자랑하기에 바쁜 그들은 역시 낚시애호가들이었다. 지나온 어디에서나 그랬듯이 나는 시중호 주변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았다. 세상 어디에 이만한 낚시터가 또 있을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다음 예정지인 원산을 향해서 출발했다.

필자소개
안영백(제임스 안):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교민으로 북한 전문 여행사인 네이쳐코리아 (www.naturekorea.org)를 운영하고 있다. 백두산 천지와 백두고원을 잇는 백두산 트레킹을 기획했으며 북한낚시 여행상품을 개발했다. 남북의 스포츠레저, 학술, 문화, 자연환경보호 등 민간교류 사업을 하고 있다.<Tel: +64 27 489 1801, Talk: nature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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