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낚시탐방기-4] 한반도 동해안에서 세계적인 낚시 명소 나왔으면 
[북한낚시탐방기-4] 한반도 동해안에서 세계적인 낚시 명소 나왔으면 
  • 안영백 뉴질랜드 네이쳐코리아 대표
  • 승인 2020.02.2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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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교민으로 현지에서 북한 전문 여행사 네이쳐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제임스 안 씨가 지난 9월19일부터 25일까지 7박 8일간 북한에서 낚시여행을 다녔다. 황해북도 사리원시 경암호에서 열린 제17차 전국낚시질애호가대회를 참관한 그는 강원도 원산과 고성, 통천을 거쳐 평양으로 돌아오는 동안 명사십리, 해금강, 삼일포, 시중호 등을 돌며 낚시를 즐기고 또 낚시인을 만났다. 제임스 안 씨의 북한낚시기행을 4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주>

원산(元山)

동명호텔에 도착한 것은 늦은 오후였다. 원산 바닷가와 항만이 내려다보였다. 백사장 왼쪽으로 멀리 갈마지구의 현대식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로수 그늘 아래에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잠시 휴식을 취한 후, 도심의 낚시용품점에 들렀다. 깨끗한 진열장 안에는 여러 가지 낚시도구들이 정연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닐이나 카본낚시대, 찌 등 기본적인 도구 외에도 첨단 소재의 도구들도 눈에 띄었다. 물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빠뜨린 것은 없어 보였다.

커다란 배들이 닻을 내린 항구의 저편에는 현대식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철이 지나서 놀러 나온 사람들은 별로 없었지만, 근처에 사는 듯한 아이들이 바닷가를 뛰어다녔다. 작살을 들고 바위에서 물속으로 뛰어드는 큰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작은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모여서 바위틈에서 작은 게를 잡기도 했다.

내내 일정을 함께 했던 조선낚시질협회 위원이 허리를 굽혀 손가락으로 모래 위에 평양어부(平壤漁夫)라고 썼다. 작은 글씨가 성에 차지 않는지 더 커다랗게 썼다. 일부러 모래에 그런 글씨를 쓴 것으로 보아, 낚시를 다룬 남한의 인기프로그램인 도시어부(都市漁夫)를 의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어부와 평양어부가 함께 하면 어떨까.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정(情)이 아닐까.

장덕섬으로 이어지는 방파제에는 자전거들이 세워져 있었고, 산책을 나오거나 낚시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버지와 아들인 듯한 두 남자가 나란히 서서 낚시줄을 던지는 모습은 뭉클하기까지 했다. 낚싯꾼들 중에는 꽤 비싸 보이는 낚싯대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고, 다리 난간에 붙어서서 신중하게 때를 기다리다가 그물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하루 이틀 해 본 솜씨들이 아니었다.

푸르른 하늘 아래, 맑은 바닷물에 낚싯대를 드리워 놓고 바위에 기대어 앉은 사람들이 부러웠다.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방파제 안쪽으로 들어갔다. 방파제 한쪽에 알록달록한 천막이 쳐져 있었다. 혹시나 하면서 천막 안을 들여다보았다. 과연 그곳은 내가 기대했던 장소였다. 이미 몇몇 낚시꾼들이 자기들이 직접 잡은 물고기들과 조개를 구워 먹고 있었다.

사람들은 한눈에 달라 보이는 나를 스스럼없이 불렀고, 나는 그들 틈에 끼어 앉았다. 그리고 도토리 소주를 주고받았다. 숯불 위에는 팔뚝만 한 물고기와 주먹만 한 조개들이 익고 있었다.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도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는 것, 더욱이 소주를 곁들여 마신다는 것은 이미 마음을 터놓고 가까워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온 나였다. 옹색한 나무의자에 올라 앉아 낯선 사람에게 소주를 권하는 그들은 소박한 생활이 몸에 베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어디서 왔느냐고 묻지 않았고,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지 않았다. 다만 낯선 사람이라는 것이 소주를 나누어 마시는 이유의 전부였다. 특유의 붙임성이 더욱 친근하게 만들었다. 그들 앞에서 나는 이방인이 아니고 싶었다. 여행 중이라는 긴장감은 어느새 풀려버려서 오랜 세월동안 서먹하게 지냈다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노을로 물든 방파제를 보자 기분이 무조건 좋았다. 바람마저 기분좋게 불었다.

지나온 절경(絶景)들

살다보면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 있기 마련인 것이다. 나는 평양에서부터 동행해 온 자연보호연맹, 조선낚시질협회, 진달래 아동기금의 관계자들에게 내가 그려왔던 계획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지난 며칠 동안 아름답고 신비로운 삼일포와 해금강, 맑고 푸른 시중호, 그리고 멀리서 바라본 가을빛으로 물든 금강산에 대한 나의 감회를 낱낱이 털어놓았다. 천하의 절경들을 보며 지나온 며칠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었으며, 한 걸음 한 걸음이 감동이었고, 새로운 경험이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더불어 곳곳에서 우연히 만났던 사람들 특히 조개와 물고기를 안주로 소주를 나누어 마신 사람들에게서 느꼈던 뜨거운 동포애(同胞愛)도 놓칠 수 없었다. 애당초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꼈으면서 가만히 있다는 것은 절경에 대한 배반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나는 어떤 것도 설명하지 않았다. 오로지 있는 그대로를 깨우쳐 주고 싶었다. 관계자들은 내 계획에 개인적으로 동의하면서 또한 현실적인 성과가 가능한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나는 큰 아쉬움을 안고 평양으로 돌아왔다. 백두산, 금강산, 구월산, 묘향산과 함께 북한 오대 명산 중의 하나이며, 사람에 따라서는 금강산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한다는 칠보산(七寶山)을 일정 때문에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바다에 잇닿아 있는 해칠보(海七寶)에는 해금강에서 보지 못한 더 기이한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며, 온천과 바다낚시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곳을 관광과 휴양 그리고 낚시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동해안 관광의 마침표로 생각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탐방문을 마쳐갈 즈음, 좋은 소식이 날아왔다. 내가 제안했던 동해안에서의 국제낚시대회의 개최가 결정되었다는 공문이었다. 전 세계의 낚시애호가들을 대상으로, 시중호에서 칠보산에 이르는 동해안의 절경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행사이다. 처음 열리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반도 동해안이 낚시와 휴양을 포함한 세계적인 관광의 명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간절하게 가져본다.

필자소개
안영백(제임스 안):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교민으로 북한 전문 여행사인 네이쳐코리아 (www.naturekorea.org)를 운영하고 있다. 백두산 천지와 백두고원을 잇는 백두산 트레킹을 기획했으며 북한낚시 여행상품을 개발했다. 남북의 스포츠레저, 학술, 문화, 자연환경보호 등 민간교류 사업을 하고 있다.<Tel: +64 27 489 1801, Talk: nature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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