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김치제조 명가인 홍천의 ㈜우영채널··· 택배주문 물량만 제조해 공급
[탐방] 김치제조 명가인 홍천의 ㈜우영채널··· 택배주문 물량만 제조해 공급
  • 홍천=이종환 기자
  • 승인 2020.03.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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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마늘 등 모든 재료는 국산 사용··· 홍천화로구이 들렀다가 공장 탐방 나서
박미란 ㈜대복 부사장
박미란 ㈜대복 부사장

차가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빠져 나와 다시 44번 국도로 접어들었을 때 박미란 ㈜대복 부사장이 말을 꺼냈다. 차창가로 스치던 눈이 제법 굵은 빗방울로 바뀌었을 무렵이었다.

“화로구이 집이 유명하니 한 집을 들러서 점심을 하고, 공장을 방문하지요.”

금강산도 식후경. 마침 시계도 정오를 막지나 출출할 때였다. 강원도 홍천은 화로구이로 유명하다. 특히 홍천읍 오안리에는 화로구이 맛집들이 모여 있어서 서울 등지에서 일부러 이곳을 찾아 손님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이참에 맛집 탐방을 한번 하시지요.”

이렇게 말하는 박미란 부사장은 대한민국 한식포럼에서 선정한 한식대가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1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국식문화대축제 때 한식대가로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상을 받았다.

오안 공용주차장이 있는 길옆으로 ‘홍천화로구이’와 ‘양짓말화로구이’ 집이 보이고, 길 건너편으로는 ‘배가야화로구이’와 ‘머슴참숯구이’, 길 앞쪽으로는 ‘무궁화숯불구이’ ‘홍천한우애’ 간판도 보였다. 비슷한 메뉴의 맛집들이 모여 있는 것은 서로 경쟁도 되지만, 손님들의 발길을 이끌어 들이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게 분명했다.

“원조는 홍천화로구이집이지만, 오늘은 양짓말화로구이집으로 가지요.”

박 부사장의 안내로 양짓말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코로나 때문인지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 공장 관리 때문에 이곳을 종종 지나다닌다는 박 부사장은 “보통 때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붐비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화로구이는 소스를 바른 돼지고기를 화롯불에 구워 먹는 메뉴다. 흔히 ‘고추장 삼겹살 구이’라고도 한다. 우리도 이 메뉴를 시켰다. 기본 반찬이 깔리고, 소스를 바른 삼겹살을 화롯불에 올리자 삼겹살 익는 냄새가 화로 주변에 퍼지며, 향기로운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매콤달콤한 맛을 내는 소스가 화로구이집의 비밀 레시피 같았다. 양짓말집의 화로구이는 매콤한 맛보다는 달콤한 맛이 강했다. 화로에 구운 소스를 바른 삼겹살을 양파와 부추를 썰어 넣은 소스에 다시 찍어 먹는 게 제대로의 식법(食法)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반찬과 야채 셀프코너도 마련돼 있어서 이곳을 몇 번 찾은 사람들은 일찌감치부터 야채 등을 들고 와 쌈으로 싸 먹기도 했다.

이어 된장국과 잔치국수로 주식을 한 뒤 화로구이집 옆에 있는 커피샵으로 갔다. 앤디 워홀 풍의 마릴린 먼로 얼굴 그림들이 벽에 전시돼 있고, 20세기 초 서구 모습을 연상시키는 도구와 그림들이 소품으로 갖춰진 아늑한 카페였다. 아메리카노를 시키자, 손잡이 없는 길쭉한 금속제 잔으로 커피가 나왔다. 아이스커피용 잔인데, 이날 특별히 핫커피용으로 제공했다는 설명이었다.

커피를 기울여 마실 때면 안에서 용액이 파도쳐서 콧등으로 커피방울이 떨어지는 게 성가시면서도 이색적인 맛이어서 인상에 남았다. 

이어 공장으로 달렸다. 공장은 차로 몇 분 거리 되지 않는 상오안농공단지 안에 있었다. 앞서 점심과 커피를 했던 곳이 하오안이었고, 공장은 상오안이었다. ㈜우영채널이 공장이자 회사 이름이었다. 배추김치와 오이소박이, 깍두기 등 다양한 김치를 만드는 회사였다.

“8년 전 ㈜대복이 인수해 직영하는 공장입니다. 배추김치를 포함에 20-25가지 아이템을 만들고 있어요.” 공장장으로 일하고 있는 조성순 이사가 흰 가운과 흰색 장화, 마스크까지 낀 작업복 차림으로 소개를 했다.

“공장 내부는 회사 비밀이기도 해서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오늘은 해외한인 독자분들을 위해 오픈하겠습니다. 김치공장에서 어떻게 김치를 만드는지 순서대로 보여드릴게요.”

조성순 공장장의 안내로 공장 투어가 시작됐다. 맨 먼저는 공장에 들어가는 옷부터 차려입어야 했다. 식품공장이어서 위생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방문객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치 방호복을 닮은 1회 용 흰 가운과 모자, 흰색 장화를 신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어 공기 소독실을 통과해 작업장 내부로 들어섰다. 작업장에는 배추를 다듬어 씻고 절이는 과정을 거쳐 양념을 버무려 넣는 공정과 불순물검사, 포장, 출하까지가 라인으로 연결돼 있었다.

“이 공장에서는 음식점용 벌크나 마트용 포장제품으로 내놓지 않고, 전체 물량이 택배로 공급됩니다. TV 홈쇼핑 등을 통해 들어온 주문대로 포장해 택배로 보냅니다.” 출하라인에 도착하자, 조성순 공장장이 이렇게 설명하며, “박 부사장님이 TV홈쇼핑에 나가면 공장이 무척 바빠진다”고 덧붙였다. 

박미란 부사장은 직접 TV홈쇼핑에 나가서 방송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홈쇼핑계에서는 얼굴이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다. 공장라인을 나와서는 넓은 뜰을 두고 맞은 편에 있는 냉동창고로 갔다. 창고를 여닫는 커다란 스테인리스 철문이 다섯 개나 붙어 있는 대형 냉장창고였다.

“지금은 배추가 창고에 꽉 차 있습니다. 150평 창고입니다. 트럭 한 대에 배추가 3천 포기 실리는데, 창고 하나당 10대분이 들어갑니다.” 창고 전체를 채우면 15만 포기는 들어간다는 얘기다.

“겨울 월동배추는 진도와 해남 등지에서 12월과 1월에 생산됩니다. 이를 수거해서 창고에 재어놓고 봄배추가 나올 때까지 나눠서 사용합니다.” 봄배추는 노지배추로, 가을도 노지배추로 사용하고, 여름에는 6월부터 영월 태백 정선 등지에서 출하되는 고랭지 배추를 쓴다는 설명이었다.

“요즘 배춧값이 무척 비쌉니다. 해남이나 진도에서 가져오는 운반비도 적지 않아서 김치공장으로서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김치 제조가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경쟁이 심한 거지요.” 이렇게 소개하는 조성순 공장장은 “우리 공장에서는 김치 마늘 등 모든 재료를 국산으로 쓴다”면서 창고에서 김치 재료들을 소개해 보였다. 공장 성수기는 5월에서 11월. 그때면 직원 45명이 늦게까지 일에 매달린다고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김치를 잘 먹지 않습니다. 시대 흐름이지요. 김치 업계가 풀어야 할 난제입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박미란 부사장이 덧붙였다. 이 때문에 그는 김치 이외에도 갈비탕, 도가니탕, 냉동떡 같은 다양한 냉동식제품들을 개발해 홈쇼핑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세상 편한 집밥’이라는 저서를 발간해 히트를 친 그는 오는 4월 ‘세상 편한 혼밥’이라는 책도 또 출간한다면서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박미란 부사장은 대학졸업 후 용산 미군기지 안에 있던 리처드 맬번 하이스쿨에서 ELS 교사로 오래 근무하다가 2002년 ㈜대복 창립주주로 합류해 현재 부사장으로 회사를 경영하며 2대 주주로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박미란 부사장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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