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율칼럼] 청도 대남병원에 모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코로나에 쓰러지면 안 됩니다!”
[이승율칼럼] 청도 대남병원에 모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코로나에 쓰러지면 안 됩니다!”
  • 이승율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20.03.25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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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호트 격리로 방문 못 해··· 의료진에 감사드릴 뿐

올해 91세 되는 어머니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집단감염 진원지 중의 하나로 유명세(?)를 치른 그 대남요양병원에 계신다. 5년 이상 서울 맏이(필자) 집에 계시다가 허리를 다쳐서 거동이 불편해 1년 가까이 서울 근교 요양병원에 계셨는데, 그러다가 어느 날 외삼촌이 입원해 계시는 고향인 청도 대남병원으로 가시겠다고 우겨서 옮겨 가신지 만 3년이 지났다.

그새 우리 5남 2녀 형제들이 한 달에 한 번씩만 찾아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자식들을 만나보는 꼴이다. 비교적 건강하셨고, 행복하게 입원 생활을 해오신 터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지에 폐쇄돼 있다.

발병 초기에 대남병원의 정신병동 환자들이 집단으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고, 어머니가 계시는 요양병원에도 확진자가 2명 발생하는 등 그야말로 극도의 공포와 긴장 상태로 잠시도 안심을 못 하는 나날이 계속됐다. 이제 한 달 보름 가까이 지나면서 병원 측에서 조치한 ‘클린 존’ 방역체계가 효과를 나타내 더 이상의 위험은 없으리라고 하지만 여전히 걱정된다.

그동안 4차례 종합검진을 한 결과 요양 동의 80여 입원자들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 다소 마음이 놓이기도 하지만 그 불안감은 여전히 부푼 풍선 같다. 어머니를 서울에 있는 큰 병원으로 옮겨 볼까도 생각하지만 이도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환자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설사 전원을 허락한다고 한들 대남요양병원에서 기저질환 환자로 오래 있었던 90대 노인을 어느 병원에서 선뜻 받아 주겠는가?

우리 형제들은 여러 날을 고민하며 숙의한 끝에 어머니가 청도에 그냥 계시도록 대남병원 측에 가족들의 의사를 전달했다. 어떤 면에서는 정신병동 전체를 코호트 격리 조치한 대남병원의 방역 시스템과 경험이 다른 병원에 비해 더 철저한 예방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게 했다. 또한 그동안 3년간 간호하면서 어머니의 병세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에 직면하여 눈물겹도록 힘써 보살펴 주신 의료진과 간호사분들을 생각하면 그분들보다 더 미더운 사람들이 어디 있으랴 싶다.

아! 이런 처지에 놓인 채 날은 지나고 새봄이 왔다. 지금 당장 어머니 곁에 가서 손이라도 잡아드리고 싶은 심정이야 오죽하랴! 그러나 외부인 접촉이 일절 금지된 상황에 아들이라고 거기에 가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오히려 자칫하면 지방에 갔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오기라도 하면 어떡할 거냐고 막무가내로 막아서는 2남 1여 자식들의 성화도 이유가 될 만하다. 그래서 한 달 반이 지나가는 나날 속에 가슴앓이만 하며 지내고 있는데, 벌써 봄이 성큼 다가왔다.

그런데 이놈의 봄은 왜 이리 곱고 따뜻한가? 서울 양재천 뚝방길에서 만나는 개나리, 옥매화, 벚꽃의 자태가 경이로울수록 내 맘속에 일어나는 죄책감과 분노의 불길을 다스릴 수 없어 나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하나님! 우리 어머니가 코로나바이러스에 희생당하면 안 됩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쓰러지면 안 됩니다! 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못하고 있다는 불효의 죄책감에 마음이 참으로 몹시 아프다.

필자소개
승율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이사장은 연변과학기술대학과 평양과학기술대학의 대외부총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중앙회장, 참포도나무병원 이사장, 신아시아산학관협력기구 이사장, 북경대동북아연구소 객원연구원, (중국) 중앙민족대학 민박동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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