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석칼럼] 호주 개나리꽃의 교훈, 찬 겨울이 있어야 꽃을 피운다
[박대석칼럼] 호주 개나리꽃의 교훈, 찬 겨울이 있어야 꽃을 피운다
  • 박대석 칼럼니스트, (주)예술통신 금융부문 대표
  • 승인 2020.04.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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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공기와 좋은 햇볕 덕에 가지와 잎은 한국에서 보다 무성했지만,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첫해라 그런가보다 여겼지만 2년째에도, 3년째에도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호주 시드니에 사는 분이 오늘 새벽 보내온 글이다. 고국을 다녀가는 길에 개나리 가지를 꺾어다가 자기 집 앞마당에 옮겨 심었으나 여태 꽃 피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사연을 적었다. 매일 아침 좋은 말을 전해주시는 ‘마리아 킴’님의 글이다.

[사진=농촌진흥청 홈페이지]

한국처럼 추운 겨울이 없는 호주에서는 개나리꽃이 아예 피지 않는다고 한다. 저온을 거쳐야만 꽃이 피는 것을 '춘화현상(春化現象)'이라 한다. 튤립, 히아신스, 백합(百合), 라일락, 철쭉, 진달래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이런 얘기도 있다. 매년 가뭄과 폭우로 농사를 망치는 한 농부가 자기 마음대로 비를 내리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늘에 빌었다. 하늘은 흔쾌히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 농부의 말대로 해가 뜨고 비가 내렸다. 벼는 그 어느 해보다 잘 자랐다. 신이 난 농부는 벼를 베어서 쌀을 찌었는데, 웬일인지 모두 빈 쭉정이였다. 농부는 하늘에 따졌다. 하늘은 말했다. 난 네가 원 하는 대로 다 해주었다. 농부는 거친 바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꽃도 벼도 어려움을 겪어야 비로소 생명을 잇는 아름다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만들어 영글게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과연 생물만 그럴까?

코로나19로 지구와 지구인들이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발생한 지 단 석 달 만에 262만 명의 확진자와 18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 사람들을 집에 가두고, 사람과 거리를 두게 하고, 입에는 재갈 같은 마스크를 물렸다. 수많은 새처럼 하늘을 날던 비행기를 땅에 묶어 놓았고, 사람들의 재산을 약 30% 이상이나 줄여놓았다. 

앞으로 이 사태가 얼마나 갈지, 얼마나 더 커질지 아무도 모른다. 지구에 존재하는 약 1조 개의 바이러스 중의 단 한 종이 만들어 놓은 일이다. 코로나19 신종 바이러스는 자신이 살기 위하여 사람을 숙주로 택한 것뿐이다. 이런 환경을 누가 만들었을까? 그동안 사람들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동, 식물 등이 자기를 위해 있는 것인 양 잘못 알고 정복자 행세하며 마음대로 훼손하여 벌어진 일이 아닐까. 인간들에게 추운 겨울을 보낼 수도 있다는 무서운 자연의 경고다.

미래통합당이 이번 총선을 포함해서 4번이나 선거에 참패를 당하고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영입을 두고도 한목소리를 못 내고 우왕좌왕이다. 지금은 감옥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과거 선거에 지고 나서 여의도 공터에 천막을 만들었다. 추운 겨울, 스스로 천막에 들어가 선거를 진두지휘하여 선거에 승리,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까지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1987년 전후로 해서 혹독한 겨울을 지낸 사람들이 많다. 친구 집에 숨어서, 아스팔트에서 20여 년간 모진 세월을 보낸 386이다. 그러니 탄핵사태로 얻은 정권을 쉽사리 내주겠는가? 그들은 싸움과 선거에는 달통해 있다. 아직도 주류라고 착각하고 세상이 변한 것을 실감하지 못한 미래통합당의 수준으로는 이기기 어렵다. 고도의 전략과 전술, 그리고 때로는 조직원들 스스로가 자기 팔다리를 자르는 희생을 감수하며, 흠이 있어도 똘똘 감싸 안을 줄 아는 지금의 여당을 이긴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미래통합당은 누가 당을 맡든 당의 살가죽을 벗겨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광야로 내몰아야 한다. 생존을 위한 본능을 깨우쳐야 한다, 그것이 살가죽을 벗겨 새롭게 한다는 혁신(革新)이다. 나라를 위해서도 품격과 자기희생을 기본으로 하는 건강한 보수의 탄생이 필요하다.

16일 오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 후[사진=미래통합당 홈페이지]
16일 오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 후[사진=미래통합당 홈페이지]

정치하는 당(黨)뿐만 아니다. 요즈음 자녀 한명이 대세다. 자식농사 역시 옥이야 금이야 온실에서 키우면 작은 바람에도 쓰러진다. 어려서부터 칼에도 손이 베이기도 하고 거친 흙도 먹어보며, 배고픔도 알고 커야 제대로 알이 꽉 찬 사람으로 만들어지고 인생의 긴 항로에서 모진 풍파도 이겨낼 수 있다. 언론에 자주 보는 자살 소식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선친께서 강제로 외우게 하였던 T. S. 엘리엇의 ‘황무지’는 첫 구절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April Is the Cruelest Month’이 핵심이 아니고,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Lilacs out of the dead land’이다.

박대석 칼럼니스트, (주)예술통신 금융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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