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 중국동포 국회의원 탄생을 기대하며
[대림칼럼] 중국동포 국회의원 탄생을 기대하며
  • 문민 서울국제학원장
  • 승인 2020.04.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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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악조건 속에서도 대한민국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무사히 치러졌다.

대한민국에서 참정권을 부여받은 지 26년째. 그동안 대통령 선거 다섯 번, 국회의원 선거 일곱 번. 그리고 지방선거, 보궐선거까지 합치면 스무 번 정도 투표를 한 것 같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투표를 했다.

투표하라고 임시휴일까지 줬는데 투표하지 않으면 왠지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 같고, 4~5년 내내 마음의 빚을 질 것 같았다. 때로는 투표 시작 시간에 맞춰 일찍 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마감 시간에 쫓겨 뛰어가 투표한 적도 있다.

기표 박스에 들어가 마음이 바뀌어 기권하거나 무효 도장을 찍은 적 한 번도 없다. 특정 후보자를 위해 선거운동을 한 적도 없고 후보자에 소상히 잘 알지는 못하지만 소신껏 찍었다. 찍고 나서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투표 결과가 때로는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되기도 하고 때로는 탈락하기도 했다.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됐을 때에는 묘한 소속감을 느낀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구나! 역시 내 선택이 맞았구나! 앞으로 4년은 지금보다 꼭 나아질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4년 내내 의정활동을 지켜보기도 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4월15일, 필자는 여느 때와 같이 지정된 투표소로 갔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30분이 지나서야 나의 차례가 됐다. 긴긴 투표용지를 받고 후보자 이름 옆에 도장을 찍는 시간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평소에 마음에 뒀던 후보자 이름을 찾아 바로 찍었다.

저녁 6시가 되자 우리 동네 후보자를 포함해 전국 각 지역 후보들의 얼굴과 이름들이 계속 방송에 나왔다. 내가 속한 지역구는 아니지만 관심 있었던 몇몇 후보가 있었다. 그중 1명은 당선했고 1명은 탈락했다. 필자의 관심 대상은 당연히 이민자 후보이다.

외교관 탈북자 출신 태구민(본명 태영호) 당선자의 아이콘은 ‘엘리트’다. 2016년 한국으로 망명 오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북한 외교관으로 일했다. 21대 후보자 중에서 한국생활 기간이 가장 짧은 국회의원일 것이다. 그런 그가 엘리트답게 한국에 온 후에도 한국에서 부자들이 많은 강남에 정착했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지역대표로 출마했다. 전문성이 돋보이는 선거운동을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방송하며 지역주민들을 찾아다녔다.

필자가 관심을 가진 또 다른 후보자는 꽤 오래전 필리핀에서 이민 온 이자스민씨이다. 한때는 새누리당 비례대표로19대 국회의원이기도 했다. 4년 동안 이주민 정책을 위해 뛰었지만 연임에서 고배를 마신 후 정의당으로 이적했다. 이적하는 이유야 많았겠지만 당선될 이유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또 고배를 마셨다.

개인적으로 이주민 출신들에 관심이 많았지만 정작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이슈는 18세 청소년 투표였다. 고등학교 학생 50만명이 대학진학을 앞두고 처음으로 투표를 했다. 이주민 출신 학생들도 포함됐다. <2019 한국청소년백서>에 따르면 다문화학생이 5년 전에 비해 5만5천명이 늘었다. 이런 증가 추세라면 10년, 20년이 지나면 다문화 학생 비중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4.15 총선을 앞두고 지난 3월 중국동포들이 모여 선거에 대해 소규모 세미나를 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한 발표자가 중국동포들은 한국말도 잘하고 한국인과 가까운데 선거 경선에서 조차 힘겨운 것은 지지층이 국내체류 중국동포들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지적하고 더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국 결혼이민자 등 ‘중국’계를 모두 아울러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단체 설립도 동포에 한정하지 말고 국내체류 중국 출신을 모두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름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지지층이 두터운 ‘중국’계 후보자가 많았어야 했고 또 이쯤이면 당선자도 있어야 할 텐데 … 아직도 후보자나 당선자가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히려 ‘중국’이라는 두 글자가 주홍글씨로 되어 한국국민들의 편견은 더 자극하는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장기거주 하는 중국동포는 중국보다 한국이 더 익숙할 것이다. 한국인들과의 동질성을 강조하고 유대관계를 더 끈끈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언젠가는 중국동포 출신 국회의원이 꼭 탄생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일하는 일꾼을 선발하는 것이지 특정 국가의 대표를 뽑는 것이 아니다. 태구민 당선자는 비록 북한출신이기는 하나 북한 대표로 국회의원이 당선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강남구 구민의 대표로 당선됐다.

중국동포 출신 차세대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로 ‘중국’이나 ‘동포’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임을 강조하고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일할 준비가 돼야 한다. 그리고 차세대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이번에 학교에서 투표를 해본 차세대들에게 말이다. 장기적인 안목과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4.15 선거는 교육적인 의미가 크다. 대학입학 전 선거를 직접 경험한 차세대들은 대학에서 어떻게 전문성을 쌓아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수십 번의 선거를 경험하면서 나날이 발전하는 한국을 체험했다. 10년 후, 20년 후에도 지속 가능한 한국의 발전을 보고 싶거든 차세대 양성에 힘쓰자. 아직 특정 후보를 두둔해서 선거운동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나의 제자 중에 누군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출마한다면 발 벗고 나설 것이다.

필자소개
서울대학교 교육학 석사 졸, 이주동포정책연구원(2010~2013),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강사 (2011~현재), 어울림주말학교 교장(2014~2017), 서울국제학원 원장(2014~).

저서: 귀화시험 한 권으로 합격하기, KBS ‘거리의 만찬-대림동 블루스’ 출연(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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