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의 미래세상] 대공황과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이동호의 미래세상] 대공황과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 이동호 월드코리안신문 명예기자
  • 승인 2020.05.11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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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항 당시 구호 기금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캘리포니아주민들의 모습.
대공항 당시 구호 기금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캘리포니아주민들의 모습.

20세기 경제 대공황이 주는 교훈

1차 세계대전(1914~1918) 이후 세계의 중심이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축이 아메리카 대륙의 미국으로 힘의 이동을 가져왔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전화 피해를 입지 않고 세계 각지에 무기 등 군수물자를 수출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러한 계기는 미국을 10년간 경제적 호황을 안겨주면서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국가의 자리를 꿰찬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 중심축의 변화는 미국의 경제 상황이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형국으로 변모시켰다. 지금 미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세계경제를 마비시켜 가는 양상과 다를 바 없는 그 당시 1919년에 시작된 세계 대공황과 2008년에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를 살피면서 얻는 교훈이 무엇인가 살펴보고 지금 우리의 방향은 옳은가를 가늠해 보자. 

1929년 10월24일 목요일, 공포가 주식시장을 휘감았다. 이날 주가는 12내지 25포인트가 하락했다. 세계 대공황은 이날 미국 주식시장 붕괴로 촉발되어 초기 3년간의 디플레이션 동안 미국은 GNP 50%, 실업 25%, 투자 82%가 하락하는 격심한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이후 8년간의 장기 경기침체기를 거쳤다. 경기침체의 대표적 척도인 실업률은 제조업의 경우 1921년~26년에 7.7%였으나, 1930년~38년에 26.1%로 치솟았다. 은행은 대공황 시기에 9000개 이상이 파산했다. 대공황의 초래는 1920년대의 호황 국면에서 불평등한 소득분배와 출생률·이민의 감소로 주택건설 경기침체로 사회전반적으로 투자 부진이 만연됐다. 그 원인은 실물부문의 불황이 기업 영업을 위축시켜 은행의 부실채권이 늘어 통화량의 대폭 축소를 초래하고 이로인해 디플레이션을 일으켜 대공황을 초래한 것이다. 영국이 1931년 금본위제를 폐지하니까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은 달러가치를 방어하기 위하여 이자율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미국 경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따라서 1929년의 연준의 긴축정책이 대공황 발발의 직접적 원인이며, 1931년 미국의 통화긴축은 경기침체 심화의 방아쇠가 됐다. 미국 대공황은 곧 영국, 독일 등 유럽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했다. 세계 각국에서 대규모 실업자가 발생했고 각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확대됐다. 나아가 독점의 일반화, 노동조합 강화, 임금과 가격의 경직성 증대로 인해 경제질서 붕괴가 필연적인 것처럼 보였다. 

공황의 극복은 미국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의 민주적인 뉴딜정책에서 출발한다. 소비와 총수요 증대를 위한 정부 개입의 증대를 시대적 사명으로 여겼다. 직접적으로 정부가 공공투자를 증대시키는 것이다. 또 케인즈의 거시경제학에 입각해 수요를 증대시키는 모든 행동이 미덕으로 찬양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임금 증대도 미덕이고 소비 증대도 미덕이다. 생산력을 증대시키는 저축이나 검약은 더이상 미덕이 아니며 악이다. 여기서 우리가 갖는 교훈은 그 당시 정치가들이 균형재정 대신 적자재정을 편성하여 지출을 늘렸다면 공황의 정도는 훨씬 약화됐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울러 통화당국이 은행위기로 예금인출이 쇄도하는 기간 동안, 긴축 대신 은행의 파산을 방지하기 위해 공개시장 매입으로 통화량을 늘렸다면, 대공황의 심각성 또한 완화됐을 것이다. 뉴딜정책의 성공으로 1936년 루스벨트는 대통령에 재선된다. 결과론적으로 7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뉴딜정책은 단순한 경제정책에 그치지 않고, 정치, 사회 전체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쳐 미국의 항구적인 경제정책의 틀을 만들고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역사적 의의를 갖게 된다. 

2000년대 들어서 미국 부동산가격이 말 그대로 하늘 높이 치솟았다. 부동산가격 상승기를 만난 미국인들은 주택구매에 나서기 시작한다. 주택을 구매한 뒤 매각하면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로 인해 민간부문 부채가 급증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2006년을 고점으로 미국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대출을 받아 주택구매에 나섰던 사람들은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다. 이 당시 우리의 기억으로 은행 빚을 내어 집이나 건물을 사고 그 산 부동산을 담보로 다시 부동산을 사고 하는 식으로 재산을 불리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2007년 6월 미국 투자은행(IB) 베어스턴스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에 대한 담보부증권 판매가 부진해 자금난에 시달리고 신용악화까지 겹쳐 이듬해 3월 파산하고 만다. 85년 역사를 가진 세계 5대 IB의 몰락이다. 이때만 해도 베어스턴스의 파산이 위기의 전조 현상이라는 것을 감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세계 최대 IB인 JP모건체이스도 베어스턴스의 부실채권을 헐값에 인수할 정도로 금융위기가 닥칠 것이라고는 꿈도 못 꾸었다. 그런데 2008년 9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리먼 브라더스가 베어스턴스와 같은 문제로 파산하고 말았다. 직후 미국 등 글로벌 증시와 채권값은 폭락했고 AIG·씨티그룹 등 철옹성 같았던 금융회사들도 하나둘 쓰러졌다. 이렇게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작됐다. 

미국에서 가장 큰 금융회사 중 하나인 AIG의 파산 소식에 미 정부는 서둘러 AIG에 대한 구제금융 조치를 취했으나 금융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미 증시는 계속해서 추락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위기의 시작은 1999·2000년에 문제가 된 IT 버블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펼침으로써 시장에 유동성이 지나치게 많이 공급되고, 그로 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위험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미납율이 증가하자 관련 파생상품을 산 쪽에서 위험하다는 판단하에 팔아치우기 시작하면서 대형사고가 터지고, 연쇄도산이 벌어지고 덕분에 전 세계 금융기관들의 돈지갑이 마르고, 복잡해진 금융시장 전체가 경색되는 바람에 경제위기가 불어 닥쳤던 것이다. 여기에 만성적인 대외무역적자에 아프칸·이라크 양쪽 전선에 퍼부은 7300억 달러 규모의 전비 때문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정부재정적자도 금융위기에 한몫을 했다. 이런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금리를 낮춰 돈을 푼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가계부채의 위험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지금까지도 세계 경제에 짐을 지우는 세계 금융위기로 발전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100%선을 넘은 미국의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07년 말 135%에 달했다. 저금리 환경에서 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크게 웃돌고, 느슨한 감독과 규제를 틈타 주택담보대출에 기반을 둔 파생금융상품이 넘쳐났다. 치솟던 집값이 정점을 찍고 미끄러지기 시작하자 사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로 치달았다. 수백만 가구가 집을 잃고, 실업률은 5%에서 10%로 상승했다. 미국인들은 큰 희생을 치르고서야 부채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서브프라임 위기 직전 주택 수요의 40%가 투기 목적을 띠었지만, 이후 집도 위험자산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저축으로 눈을 돌렸다. 부채 조정에는 파산으로 인한 채무 해소와 적극적인 빚 상환 노력도 역할을 했다. 2014년 말까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13%로 줄었다. 지난 미국 경제 회복으로 지나친 빚 부담에서 벗어난 가계가 소비를 늘리는 것과 최저임금 인상 노력도 가계의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만들려는 정책의 일환이었다. 독일·영국·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에서도 가계부채 축소가 이어졌다. 

2016년 한국의 가계 부채비율은 164. 2%로 OECD 평균(130. 5%)을 크게 웃돌 뿐 아니라 서브프라임 위기 직전 미국보다 높다.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충격은 급격한 자본유출, 주가폭락과 환율급등을 통해 우리에게 직접 타격을 주었다. 그해 9~12월 새에는 무려 462억달러나 밖으로 유출되면서 심각한 외화유동성 부족을 야기했다. 그리고 위기 직전 1400선을 넘은 주가는 2008년 10월 말 900대로 폭락했으며 달러당 1100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까지 폭등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매우 적극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과 글로벌 정책공조를 통한 세계경제 회복에 힘입어 2009년부터 우리 경제는 빠른 속도로 금융위기의 터널을 빠져 나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국제신용평가사나 국제기구들로부터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국가로 인정받았다. 이러한 결과는 정부부문이 경기회복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극심한 경기침체에 대응해 SOC투자확대, 일자리 창출, 자동차 관련 세제지원, 재정 조기집행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적극 시행함으로써 성장률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 한국의 코로나19 전염병 확산이 멈춰져 있다고 하여 조기 경제회복을 위한 V자 반등 기대 심리를 등에 업고 (지금까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두차례 모두 V자 반등에 성공한 전례를 과신한 나머지)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백화점식 국가 경제운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리 좌파 보수 수구 개념이 최선이다고 고집하고 있지만 급전직하로 추락하는 모든 경제 지표를 코로나19 탓으로만 돌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디플레이션(경기침체)은 장기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전제하에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아울러 경기 회복도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여기서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국내 기업과 국민의 경제회복 심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올 10월부터 2차 대유행이 시작될 것이라는 공포가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양적완화로 돈을 풀더라도 소비가 미덕인 지갑을 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더군다나 소비를 막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부분의 나라들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많다는 데 있다. 물론 미국처럼 일부의 사람들이 더 죽더라도 경제를 살리겠다는 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나라도 있겠지만 말이다. 

지금의 세계 경기침체의 진행 과정을 보면 192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사태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70%를 수출의존도에 의존하는 경제 체질상 글로벌 공급망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는 이상 더더욱 V자 반등은 기대할 수 없다는 예상이다. 따라서 2차 팬데믹을 감안한 W자 반등에다 초점을 맞추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한정된 재원에서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이냐 모든 국민이냐 어느 것을 먼저 선택하느냐이다. 표를 의식한 표퓰리즘 (저소득층 지원을 제외한) 돈 풀기는 멈춰야 한다. 지금의 코로나19 경기침체를 장기적 침체를 전제로 한 장기회복플랜으로 구현하려면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 자연히 기업을 살리는데 집중하다보면 일자리는 살아나고 경제는 제자리를 찿아 정상적으로 찿아가게 될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혁신적으로 기업친화적이고,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노동 우선으로는 기업을 살릴 수 없다.

나라의 경제를 튼튼히 하고 위기에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이 단단한 나라경제로 만들기 위해 정권도 내놓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한때 세계 4위의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가 어떻게 망해 갔는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공산사회주의 경제정책으로 잘 사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지도 살펴볼 줄 알아야 한다. 플랭크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은 우파 정당의 진보 수장으로 세계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슬기롭게 수습해 미국을 세계의 초강대국으로 만들어 미국민들로부터 추앙받는 세 사람의 대통령 중 한 사람이 됐다. 대통령이 되어 3년이 지나도록 계속되어 추락하는 경제지표 성적표로는 역사에 실패한 대통령의 오명을 남길 뿐이다. 있는 자의 것을 뺏어 없는 자에 퍼주는 정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경쟁의 가치 경제를 실천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토양을  만들어 주고 경쟁을 시키는 역할로 충분하다. 지금은 퍼주기가 아니라 혁신을 할 때이다. 

필자소개
월드코리안신문 명예기자
중국 쑤저우한국상회 고문
중국 쑤저우인산국제무역공사동사장
WORLD OKTA 쑤저우지회 고문
세계한인무역협회 14통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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