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주총연 '선거관리' 잘못됐다
[시론] 미주총연 '선거관리' 잘못됐다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1.06.05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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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 생길 것 알면서 방치하면 '미필적 고의'

이종환 본지 발행인
미주총연 회장 ‘부정선거’ 여파가 만만치 않다. 중남부연합회 헬렌 장 회장은 미주지역 회장들 앞으로 ‘부정선거’ 내용들을 이메일로 여러 차례 보냈다. 여기에는 지역 전현직 회장들의 실명들도 오르내리고 있다. 본인도 모르게 ‘유령투표’를 한 사람들, 부재자투표 용지를 못받아 선거에 참여못한 사람들….

헬렌 장 회장은 소송을 위한 모금운동도 시작했다. 부정선거로 피해를 입은 유진철후보 소송 자금을 만들겠다는 호소를 담아 이메일로 보내고 있다. 헬렌 장 회장은 지난 선거에서 유진철 후보를 지지했다. 개표 참관인으로 개표가 진행된 시카고 노스브룩 힐튼호텔에서 김재권후보 참관인이었던 이경로 전 뉴욕회장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개표가 끝난 후 부정선거 시비가 일면서 미국 경찰이 두번이나 호텔을 찾았다. 한번은 부정선거 문제로 찾아왔고, 또 한번은 소란스럽다는 이유로 호텔측이 불렀다고 한다. 아침 식사를 하는 호텔 식당에서도, 호텔 로비와복도에서도 고성이 오가고, 삿대질이 횡행했다. 공기 중에 ‘살벌한 기운’이 감돌았다. 기가 센 사람들 빼고는 모두들 숨을 죽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번 선거는 특히 특정후보에 대한 선관위의 편파적 지원이 문제되고 있다.
선관위가 김재권 후보가 당선되도록 우편투표에서 상당한 부정을 묵인했다는 게 유후보측의 입장이다. 나아가 선관위 누군가가 직접 개입하지 않고서는 이 같은 부정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유후보측은 주장한다.

본지도 현장에서 투개표를 지켜봤다. 현장투표에서는 유후보가 83대 51로 김재권후보를 눌렀다. 그리고 부재자투표가 개표됐다. 개표직전 선관위측은 개표와 동시에 우편투표 봉투를 즉시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곧바로 이의가 제기됐다. 우편투표 봉투 안에 또 봉투가 들어있고, 그 속에 투표용지가 들어있어 폐기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었다. 일리가 있었으나 항의는 묵살됐다. 봉투폐기는 선관위 합의사항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개표가 진행된 결과 김재권후보가 유진철 후보를 부재자투표에서 465대 328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눌렀다. 부재자투표에서 무려 137표나 앞섰던 것이다. 현장투표에서 이긴 사람이 부재자투표에서 지는 결과가 나왔고, 그것도 압도적인 표차로 지면서 자연스레 우편투표가 공정하게 됐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하지 않아 의문만 증폭시켰다.

유진철후보측이 이의제기를 하는 가운데 선관위는 당선선포를 했고, 김재권후보에 당선증을 교부했다.
그 사이 개표실에서는 ‘폐기처분’키로 한 우편투표 봉투에 대한 검토가 유진철 후보측 참관인들과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속속 의문스런 우편봉투들이 발견됐다. 한사람의 필적으로 된 무더기표, 유권자 등록이 없는 지역에서 보내온 표들, 비유권자의 이름으로 보내온 표들, 본인도 모르게 부재자 투표가 이뤄진 ‘유령표’들…. 수십장씩 문제가 있다고 제기된 것이다. 이 결과를 놓고 유진철 후보측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를 키운 것은 선관위였다. 우편봉투는 폐기키로 했다, 선관위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미국 정부도 일반우편으로 부재자투표를 한다고 항변했다. 반송주소를 선관위원장 개인 사서함으로 한 것도 선관위원장 못 믿으면 누구를 믿느냐고 했다. 반송되어온 우편도 없었다고 했다. 유령투표에 대해서는 미스터리라고 했다.

선관위원장은 전에도 선거관리 위원장을 지냈던 노련한 인물이다. 미주총연 선거에서 부재자투표를  치런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 두번도 부재자 투표를 둘러싸고 시비가 생겼다. 등기우편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비가 생겼다. 그런 점에서 부재자투표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은 선관위가 누구보다도 잘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문제 투성이였다. 선관위 간사 혼자서 우편물을 보내다 보니 누구한테 몇장의 투표지를 보냈는지도 전혀 알 수가 없도록 해놓았다. 보냈는데도 못 받았는지, 일부러 안 보냈는지도 알 수 없도록 해놓았다. 선관위원장 혼자서 반송을 받다 보니, 우편물이 오가던 중에 실종됐는지 아니면 반송 받고도 안받았다고 하는지도 알 수 없도록 해놓았다. 그 결과가 부재자투표 시비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비는 선관위가 만들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후보들은 발품을 팔며 열심히 유세하러 다녔다. 김재권후보는 168개 미주지역 한인회 가운데 107군데를 직접 방문했다. 유진철 후보도 비슷하게 다녔다고 한다.  모두 진지하게 선거에 임했고, 공정한 심판을 받을 권리가 있었다. 이것이 선관위의 ‘잘못’에 의해 박탈당했다. 이긴 측도 이긴 것같지 않고, 진 측도 진 것 같지 않게 돼버렸다. 현장투표에서 이기고 부재자투표에서 진 후보가 유령투표 같은 것을 보면서 순순히 승복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선관위의 잘못에 고의성이 있는지가 이번 선거부정 시비의 가장 큰 쟁점이다. 필자는 투개표 현장을 지켜봤고, 선관위원장에 대해 장시간 인터뷰도 했다.  이를 통해 받은 느낌을 굳이 밝히자면, ‘고의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문제가 될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둔 것을 ‘미필적 고의’라고 한다. 적어도 이같은 고의는 있었다고 필자는 본다.

선관위가 선거부정에 적극 개입했는지는 현재로서는 모른다. 유후보측이 소송을 하면 밝혀질지 모른다. 유후보측은 선관위원 개개인 앞으로 피해보상을 위한 소송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선거 부정시비가 일고, 소송으로 치닫도록 했다는 점에서 한원섭 선관위는 선거관리에 실패했다. 미주총연의 선거를 망치고, 미주총연의 위상을 떨어뜨렸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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