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주독한국대사 “한국인 유학생 공격은 인종차별주의”
정범구 주독한국대사 “한국인 유학생 공격은 인종차별주의”
  • 최병천 기자
  • 승인 2020.05.15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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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와 인터뷰
“코로나바이러스 확산할수록 아시아계 모욕·신체적 공격 사례 증가”
“독일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상이 부정적으로 변할 것이 우려”
정범구 주독한국대사[사진=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 캡처]
정범구 주독한국대사[사진=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 캡처]

2주 전 독일 베를린 플사츠 지하철역에서 독일인들이 한국인 유학생 두 명을 성희롱하고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더 큰 문제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피해자들에게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인 행동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 정범구 주독한국대사는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Berliner Morgenpost)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많은 분이 독일 경찰이 사안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건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시각과 피해자의 시각이 다르다. 가해자는 별 의도 없이 한 가벼운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존재와 인격이 훼손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주독한국대사관은 정 대사와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와의 인터뷰 전문을 보내왔다.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튼 독일 베를린에서 발행되는 일간신문으로, 베를린에서 두 번째로 많이 읽히는 언론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대사님께서는 최근 지하철에서 한국인 유학생 부부가 인종차별을 당한 사건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되셨습니까?

“4월25일 오전 1시경 우리 국민 유학생 부부가 대사관에 긴급전화에 연락하여사건에 대해 인지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대사관 담당 관계자가 피해 현장에 있는 독일 경찰관에게 즉시 전화로 연락을 취해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 이런 종류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신 것이 처음이신지요?

“최근 베를린 경찰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4월28일까지 코로나 19와 관련해 발생한 언어·신체적 폭력 사건이 약 50건에 달합니다. 이 중에 아시아계가 피해를 입은 사례는 14%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독일에서 더 확산될수록 그만큼 아시아계라는 이유만으로 모욕을 당하거나 신체적으로 공격을 받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 경찰의 대응 방식에 대해 대사님께서는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한국인 부부가 공격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피해자들에게 동 사건이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언급한 데 대해 정말 많은 분이 독일 경찰이 사안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시각과 피해자의 시각이 다릅니다. 가해자는 ‘별 의도 없이 한 가벼운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피해자입장에서는 자신의 존재와 인격이 훼손되는 사건입니다.”

- 이런 경우 대사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대사관은 4월27일 피해를 입은 유학생 부부와 상세한 면담을 했으며 긴밀하게 연락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이 사건으로 인한 충격이 너무나 커서 지금까지도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사관은 동 부부에게 대사관의 자문 변호사를 통해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며, 해당 경찰부서장에게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또 유사피해 방지를 위한 대사관 홈페이지에 공지사항도 게재했습니다.”

- 아시아에서 유럽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어떤 점들을 미리 감안해야 할까요?

“독일은 한국인들에게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지난해에만 34만 명이 넘는 한국인이 독일을 방문했습니다. 베를린에서 한국유학생 부부가 공격을 받은 사건은 한국 사회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언론매체들에 상세하게 보도됐습니다. 이러한 보도들로 인해 독일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상이 부정적으로 변할 것이 우려스럽습니다.”

- 독일주재 한국대사로서 독일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사항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독일에는 4만5천여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한국계 독일인도 있고, 독일로 공부하러 온 유학생도, 독일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경제인도 있습니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주의 공격이 증가하면서 재독 한인사회에서 우려와 두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 지난번 자알란트주 국경지대에서 벌어진 프랑스인들에 대한 공격 사건의 경우 독일 하이코 마스 외교장관이 직접 나서 트위터에 이러한 행동을 “비판하면서 경계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러한 적극적 관심과 단호한 대응이 모든 외국인혐오주의적인 범죄와 행태에 대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 베를린 주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민자 등 소수집단에 대해 보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가 전제돼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관련 교육을 한층 강화해 나감으로써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재고해야 할 것입니다.”

- 대사님께서는 개인적으로 베를린이 안전한 도시라고 느끼시는지요?

“작가 에리히 케스트너는 한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베를린에서는 어느 누구도 피부색이나 신분증, 은행 계좌나 교육 정도에 대해 묻지 않았다.’ 위와 같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나니 과연 이렇게 관용적이고 다문화적인 베를린의 모습이 여전히 현실에 부합하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서울의 지하철에서도 일어날 수 있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아마 그런 일은 없었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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