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호적에 이름 올리지 못하는 아이들
[전대열時論] 호적에 이름 올리지 못하는 아이들
  •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20.05.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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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만 아니라 미혼부에게도 관심을... 따뜻한 사회 만들기에 힘 합쳐야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호적과 주민등록이 있다. 혹여 이것들이 없는 나라가 있을지 몰라도 정말 그런 나라가 있다면 그것은 현대국가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나라다. 아프리카 오지 등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깊숙한 밀림속의 극히 일부의 소수부족이 대외적인 일체의 교류를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우선 먹고 사는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는 반드시 서류가 완비된 인적 구성이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통계가 가르치는 체계다. 그런데 중국은 이 인구통계에 들어있지 아니한 인구수가 1억이다, 2억이다 하면서 엄청난 인구를 가진 나라로서의 고뇌를 엿보게 만들 때가 있었다. 그것은 한없이 불어나는 인구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중국정부가 일가일자(一家一子) 정책을 폈기 때문이었다. 경제부흥을 위해서는 우선 ‘입’을 줄여야 할 필요를 절감했던 중국이 아예 한집 한자식으로 못을 박은 것이다. 우리나라도 박정희정권이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캠페인을 벌이다가 나중에는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 낳아 잘살자”고 정관수술 등으로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한 적도 있다.

중국인들은 저절로 생기는 아이들을 호적에 올릴 수 없게 되자 데리고 살기는 하되 법적으로는 ‘없는 자식’을 여럿 거느리게 되었으며 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도 지금은 경제적인 대도약으로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G2가 되면서 산아제한이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제한이 지나쳐 이제는 세계꼴찌의 산아국으로 전락했으며 그 덕분에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초고령 사회로 너무 빨리 진입했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남녀를 불문하고 결혼에 대한 절박성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것이 사회적 불문율로 자리잡아가는 느낌이다. 초고령 사회가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노동력이 부족한 노인이 많고 청년층의 인구는 줄어 노동력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20년 정도만 지나면 한국경제의 대위기가 올 것이라는 경고음이 계속 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인구정책은 고전적이다. 현실적으로 수백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농촌과 어촌 그리고 공장지대는 모두 그들의 차지다. 병원과 요양원 식당 등 도우미들도 대부분 외국인이 없으면 손을 놔야 한다.

우리도 과거에 중동 붐이 일어났을 때 너도나도 외국으로 몰려갔다. 독일 간호사 광부는 초창기의 산물이다. 원양어선도 탔다. 그런 고통과 인내 끝에 우리는 산업화에 성공하며 G11에 진입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한국에서도 단일민족 단일핏줄만을 고지식하게 나팔 불지 말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여 미국처럼 대범하게 이민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과감한 이민정책은 북한과의 대결에서도 한 수 앞서는 안보수단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게다가 미혼모와 미혼부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혼모만 인정하고 미혼부는 치지도외한다는 것은 정책상 커다란 모순이다. 혼외자로 태어난 아이를 출생신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친모가 해야만 한다. 문제는 친모가 양육을 거부하고 사라져버린 경우다. 그동안에는 이 아이는 아예 출생신고가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2015년도가 되어서야 친부의 출생신고 길이 열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아직도 까다롭다. 가족관계등록법의 대상이 ‘국민’으로 한정되어 친모가 외국인일 경우 출생신고에서 배제된다.

이처럼 출생신고가 어렵게 되어있는 법적규정을 개선하기 위해서 2016년도에는 지자체장과 검사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변화가 생겼지만 신고절차와 담당부서를 법에 명시하지 않는 통에 사법(死法)이 되어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일선에서 호적사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이러한 법의 흐름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되는데 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미처 모르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미혼부나 미혼모는 정식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책임의식이 약할 수도 있고 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아 사회물정에 어두워 당황하다가 때를 놓치는 일도 있을 듯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법원에서도 사랑으로 안아줄 수 있는 법적인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 공무원들도 판에 박은 과거의 틀로만 대하지 말고 미혼부나 미혼모의 어려움을 푸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그들의 경제적 사정은 매우 열악하다. 아이가 병이 나면 그 흔해빠진 건강보험조차 없는 상태여서 적지 않은 병원비가 소요된다. 하루빨리 정상적인 국민으로 받아드려 그들의 앞길을 열어주는 것이 사회의 책임이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출생하여 세상에 존재하면서도 서류에 없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 사회 전체가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줘야만 한다.

전대열(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전대열(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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