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율 칼럼] ‘코로나 시대’ 희망의 빛 던지는 한국간호사들
[이승율 칼럼] ‘코로나 시대’ 희망의 빛 던지는 한국간호사들
  • 이승율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20.05.1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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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세계 간호사의 해’이고 며칠 전 5월12일은 ‘국제 간호사의 날’이었다. 이날을 맞아 정세균 국무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도 간호사분들은 의료 현장에서 쪽잠과 반창고 투혼을 이어가고 있다”며 감염의 두려움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간호사들의 용기와 헌신에 모든 국민과 더불어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적었다.

대한간호협회에서는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 헌신한 간호사들 가운데 특별히 귀감이 될만한 분들을 택하여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매달 ‘이달의 간호사 영웅’을 선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기사를 읽으며 필자가 더욱 감회가 깊어진 이유는, 어머니가 입원해 계시는 청도 대남병원 요양병원의 간호사분들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국내에 등록된 간호사 21만여 명 중 신천지 발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대구, 경북지역 등에 지원한 간호사의 수가 3900여 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서 이렇게 많은 간호사가 자원해 헌신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는 며칠간 관련 뉴스를 계속 마음에 되새기며 스스로 자문해 봤다.

도대체 우리는 어떤 마음의 경로를 통해 이토록 위험한 지경에서도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자원해서 봉사할 마음이 생긴 것일까? 직업상 의무감 때문에? 그냥 사람이 착해서? 윗사람이 가라고 하니까? 아니면 남들이 가니까 덩달아 따라나선 것일까? 아니다! 결코 아닐 것이다! 그 3900여 명은 스스로 자원해서 전국 각지에서 이 험지로 달려온 분들이 아닌가! 사람들이 사지에 처해 있는 것을 보고, 이를 자신의 고통으로 여기고 함께 나누려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마음을 갖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을 한 분들이다.

이분들에게 이런 행동을 하도록 만든 정신적 힘과 역량은 대체 무엇일까? 평상시에는 보통사람들의 생각과 태도에 별반 차이가 없던 분들이 어떤 위기나 극한 상황이 왔을 때 오히려 미친 사람처럼 자신의 생각과 뜻을 뒤집어 자청해서 해결사 역할을 하려고 뛰어드는 것을 보면 참으로 놀랍다. 나는 갑자기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최상의 심리적 변환의 메커니즘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려 애썼다. 그 결과 ‘자아실현의 욕구’에 대한 철학적 이해를 더 하면서 많은 깨우침과 공감을 갖게 됐다.  


두산백과에 보면, 하나의 가능성으로 잠재되어 있던 자아의 본질을 완전히 실현하는 것을 ‘자아실현’이라고 한다. 이 경우 ‘자아실현의 욕구’란 타인의 평가나 개입 없이 개인의 잠재력을 성취하여 만족에 이르려는 욕구를 의미한다. 행위 자체가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적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 만족하고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심리적 욕구의 충족을 뜻한다. 코로나19 사태에 자원봉사로 참여한 간호사들의 심리적 욕구에 이러한 ‘자아실현의 욕구’가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을 것 같다.

이 ‘자아실현’에 대한 정의는 서구 사상의 주요 철학적 명제로 많이 다루어져 왔는데, 특히 칸트와 니체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한다. 고지식한 독일 관념 철학의 관점으로 본 인간 존재의 보편적 가치는, 자신과의 관계에서 선(善)을 이루려는 노력으로 일관하는 것 큰 특징이다. 다시 말해 실천적 이성과 행동을 통하여 개인에게 주어진 도덕적인 잠재 가능성을 완벽하게 실현하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지는 최선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칸트의 정언명령(kategorischer Imperativ)은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언제나 목적으로 대할 것을 요구한다. 결코, 인간성을 단순한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보편타당한 선으로 행동하기를 가르쳤다. 그리고 니체의 초인사상도 끊임없는 자기 극복을 통하여 한계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정신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존재가치로서의 권력의지라고 설명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며 환자들을 내 몸과 같이 돌본 자원봉사 간호사들의 선행을 보면서 나는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숭고한 선의지(guter Wille)와 자유 정신의 위대함을 깨닫는다. 아무도 그들에게 강요하지 않았으나 그들은 스스로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장 선한 행동으로 실천한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인간사회의 최고의 덕목이라 일컫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유명한 A.매슬로의 ‘동기이론(動機理論)’이 있다. 생리적 욕구-안전 욕구-소속감과 사랑 욕구-존중 욕구-자아실현 욕구로 나타나는 인간행동의 욕구 사슬이다. 베스트셀러 ‘뇌내혁명’의 저자인 하루야마 시게오는 이 ‘동기이론’을 자신의 저작에 인용하면서, 욕구는 낮은 차원에서 높은 쪽으로 단계적으로 이동하며, 욕구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뇌 내 모르핀이 많이 분비되며 그만큼 쾌감도 커진다고 했다. 또한 바르고 훌륭하게 살아가는 사람,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은 항상 젊고 건강하게 질병 없이 오래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뇌내 모르핀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고 하면서 욕구 사슬의 최고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는 결국 ‘이웃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하루야마 시게오 작가의 주장이다.

세상에서는 삶을 위한 생존경쟁으로서의 본능적 욕구가 공공연하게 노출되고 충돌한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인류 역사의 비극은 대부분 여기에 연유하여 일어났다. 이것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당돌할 정도로 사회적 갈등구조의 벽을 넘어, 고통 속에서 고통을 이겨내는 ‘창조적 고통’으로서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바로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대구. 경북지역 등에 자원해서 달려간 3900여 명의 대한민국 간호사들이다.

이들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자아실현의 승리자들’이다. 인간행동의 최고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자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만든 초인들이다. 방역복을 입은 채 의료 현장에서 쪽잠과 반창고 투혼을 이어가고 있는 간호사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들이다.

전문가들이 “전 세계에서 이렇게 많은 간호사가 자원해 헌신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라고 찬탄해 마지않는 이들 대한민국의 간호사들이야말로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는 희망의 빛으로 온 누리에 그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필자소개
연변과학기술대학, 평양과학기술대학의 대외부총장,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중앙회장 역임
현 참포도나무병원 이사장, 신아시아산학관협력기구 이사장, 북경대동북아연구소 객원연구원, (중국) 중앙민족대학 민박동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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