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칼럼' 뻐꾸기 소리
'詩가 있는 칼럼' 뻐꾸기 소리
  • 이용대 시인
  • 승인 2011.06.06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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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

보리타작 한창이던 경인년 초여름 날
돌다리 건너기 전 뒤돌아보고
살아서 돌아올께요 소리치며 갔었다

붉은 깃발 총부리 앞에
의용군으로 끌려간
착하고 건실했던 14살 외아들

억울하게 잃어버린 노부모 눈 속으론
조석으로 사립문 열고
헛 모습만 오고 있었다

60여년 지난 오늘 저녁
혼이라도 찾아 올라는지..

그 부모 세상 떠났고
돌다리도 없어진 채
개울물만 폐가 앞으로 흐느끼듯 흐른다.


아카시아 꽃이 눈발처럼 흩어지며 다 떨어지고 나니 초록이 더욱 짙어간다. 누구를 부르듯 우는 밤 뻐꾸기 소리가 서울의 숲 속 어디에서 처연하게도 들린다.어리다고 아군도 징집하지 않았던 금쪽같은 외아들을 이씨 할머니는 6.25 때 인민군에게 빼앗겼다. 설마 아니겠지 했었는데 사망됐다는 확인 통보도 받았다.

휴전 후 영감님도 아들 생각을 술로 달래며 살다가 원인모를 병에 걸려 세상을 하직했다. 하지만 억장이 무너지는 운명을 안고도 그 할머니는 악착같이 살았다.아들이 인민군에게 붙잡혀 가던 그 돌다리조차 절대로 치우지 못하게 했다. ‘어머니’ 하고 부르며 외아들이 살아서 금방 돌아 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는 동안 그 할머니의 눈에서는 한시도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명절 때가 되거나 생일이 되면 더욱 더 그랬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몹시 내려도 , 꽃이 피어도, 눈이 내려도 아들 생각에 울었다. 할머니 마음을 위로해 주기라도 하듯 해마다 6월이 오면 산 뻐꾸기가 먼 산에서 울었다.

아들의 혼이 돌아와 그렇게 슬피 운다고 그 할머니는 여겼다. 그 할머니도 돌아간지 언 40여년. 그들이 살던 집도 폐가가 된 후 헐려버려 밭이 되었다. 아프디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다 안고 그 때의 개울물은 오늘도 말없이 흘러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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