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순 대한노인회 독일지회장, ”파독광부간호사 쉼터, 한국에 만들고 싶어“
하영순 대한노인회 독일지회장, ”파독광부간호사 쉼터, 한국에 만들고 싶어“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0.05.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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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간호사 1기로 독일행 ... 최근 광부간호사지원법 통과에 기대감
하영순 회장
하영순 회장

“어제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 백영훈 박사님을 만나 상의를 드렸습니다. 독일 광부 간호사 가운데 이제 한국에 와서 지내려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데, 서울 인근에 독일광부간호사마을이나, 쉼터같은 데를 만들어서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씀 드렸어요.”

하영순 대한노인회 독일지부장이 5월23일 잠실의 한 커피샵에서 이렇게 근황을 소개했다.

그는 20여일전 프랑크푸르트에서 서울로 들어와, 2주간의 코로나 자가격리 기간을 마치고는 독일광부간호사들이 들어와 정착할 곳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한민국 경제학 박사 1호인 백영훈 KID원장은 우리 광부 간호사를 독일로 보내는 일을 성사시키면서 경제개발을 위한 종자돈을 만들어 ‘한강의 기적’으로 일구도록 한 주역의 한사람이다.

독일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중앙대에 재직하던 그는 상공부 장관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돼 독일로 급파됐다. 경제개발을 위한 차관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때 독일 노동부에 근무하던 백 원장의 친구가 제안한 것이 한국의 광부와 간호사 파독이었다.

이들의 임금을 담보로 3000만 달러의 차관이 이뤄져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종자돈이 됐다. 1964년 12월 독일을 찾은 박정희 대통령의 통역을 맡은 사람도 백박사였다. 정상회담 후 독일은 담보가 필요 없는 재정 차관 4700만 달러를 또 한국에 제공했다. 당시 파독 광부들이 일하고 있는 광산을 찾은 박대통령이 연설문을 읽으며 광부들과 함께 흐느꼈다는 얘기는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다음주에는 이천에 가보려고 합니다. 별장지로 조성된 마을이 있다고 해서, 직접 둘러볼까 합니다. 마침 국회에서 독일광부간호사에 대한 법률안도 통과돼 이 일을 하는데 힘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가 말하는 법안은 5월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파독 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에 대한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법률안’이었다.

이 법안은 파독 광부·간호사가 대한민국에 정착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파독 광부 간호사들이 이미 80세를 헤아립니다. 아마 앞으로 2,3년이 지나면 비행기를 타기도 어려울지 모릅니다. 그래서 광부간호사마을이나 쉼터를 만드는 일도 앞으로 1,2년 내에 이뤄지지 않으면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2주간 격리를 무릅쓰고 독일에서 들어온 것도, 이 일을 위해 마지막으로 곳곳의 문을 두드려보자고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하영순 회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기관 이름들과 주소가 적힌 종이 한장을 내놓았다. 향후 방문할 곳을 적은 메모였다.

서울시 중구에 있는 서울고용노동청과 세종시 주소로 된 보건복지부, 원주에 주소지를 둔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전화번호와 함께 적혀 있었다.

앞서 그는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자 마자 포천시장을 만나 독일광부간호사를 위한 좋은 장소가 있는지를 논의했고, 이어 KID 백영훈 박사를 만났으며, 또 따로 이천의 별장마을도 소개받았다는 것이다.

”마을이나 쉼터를 만들어 함께 지내면서 여행도 많이 다니려고 해요. 가까운데는 당일로 가고, 먼데는 1박2일로 가서 김치 된장 등 먹고 싶은 지방음식도 먹고, 또 평생 그리워했던 고국산천도 가서 둘러보려 해요. 큰 욕심을 내는 게 아니잖아요.“

하영순 회장은 독일에 파견된 간호사 1기다. 1966년 김포공항을 떠난 63명의 간호사 속에 그가 있었다.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떠났습니다.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에 내리기까지 3일이 걸렸는데, 작은 프로펠러기여서 도중에 급유를 위해 곳곳에 기착했어요. 파키스탄 카라치공항에도 내렸어요. 안내하는 승무원도 없는 비행기였던데다 식사도 제대로 안나와, 짐속의 고추장과 김을 꺼내 허기를 달래기도 했어요.“

하회장은 경남 창녕출신으로, 1964년 서울여자간호학교(서울여자간호대학)를 졸업했다. 내과의사이자 교육자였던 하회장의 부친 하두철 선생이 창립한 학교였다. 당시 광부 간호사를 자원했던 이들은 하회장처럼 번듯한 집안의 엘리트들이 많았다.

”1기로 갔던 우리는 모두 뒤셀도르프 대학병원, 한 병원에 배치됐어요. 하지만 나중에 오는 사람들은 10명, 20명, 30명씩 각기 다른 병원으로 배치돼 갔어요. 공항에 도착해 심지뽑기 하듯 뽑혀져, 대기하던 병원차들을 타고 서로 헤어졌다고 했어요. 낯설고 물선 외국에서 얼마나 외로웠는지 지금도 만나면 그때 얘기를 곧잘 해요.“

하회장은 파독광부간호사 가운데 비즈니스로 성공한 사례에 속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독일 유명 브랜드 면세점을 연 게,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그는 35년간 면세점을 직접 운영하면서 수출입도 했다 

그는 그후 재독한인상공인총연합회에도 참여해 2,3,4대 회장을 지냈고, 프랑크푸르트한인회 부회장도 역임했으며, 재독여성모임도 만들어 오래 이끌어왔다.

”2001년에 재독여성모임을 만들어서 매년 유럽여행이나 해외여행을 함께 다녔어요. 유럽은 버스를 빌려 1박2일로 가고, 해외로는 미국LA, 홍콩과 마카오, 한국을 다녔어요. 2019년까지 18번 이같은 여행을 했는데, 모두 너무 좋아했어요.“

하회장은 2016년 대한노인회 독일지회를 창립해 매년 프랑크푸르트 인근에서 대형 기념행사를 치르고 있고, 또 모국방문행사도 진행해왔다. 2017년에는 탤런트겸 가수 김성환씨를 초청해서 큰 잔치를 했고, 2018년에는 뽀빠이 이상용씨를 초청해 행사를 진행했으며, 지난해에는 임원단의 장기자랑과 현지 공연단 공연 등으로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독일 각지에 사는 광부 간호사 등 500여명이 참여해 뜻깊은 해후를 나눈다.

대한노인회 독일지회 회원은 620명. 올해도 행사를 기다리고, 모국방문 행사도 기다릴텐데 코로나로 인해 진행이 어려울 것같아 하회장은 아쉬워 하고 있다. 기념식 행사는 매년 8월, 모국방문은 10월에 진행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개최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광부 간호사를 지내고 미국이나 캐나다로 간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저와 같은 비행기로 왔던 간호사 1기 63명도 30년이 지난 뒤 알아보니 9명은 독일에 체류하고 있고, 6명은 한국으로 돌아와 있었어요. 나머지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로 간 것으로 추측됩니다. 다른 광부 간호사들도 그런 비율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회장은 ”미국이나 캐나다로 떠났던 광부 간호사들이 과거 독일에서 살았던 곳을 무척 와보고 싶어 하더라“면서 ”한때는 재독한인연합회장으로 출마해 이런 일들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이런 마음을 접고 해외에 퍼져있는 파독광부간호사들이 모국에 들어와서 정착할 수 있는 마을이나 쉼터를 만드는 일을 추진해보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면서 ”이번에 한국에 와 있는 기간에 곳곳을 찾아 가능성을 타진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영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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