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석칼럼] 개인정보 관리하는 ‘빅브라더’ 국가 출현할까?
[박대석칼럼] 개인정보 관리하는 ‘빅브라더’ 국가 출현할까?
  • 박대석 칼럼니스트, (주)예술통신 금융부문대표
  • 승인 2020.06.0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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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확산 추정 지역 방문자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동통신 3사가 5월12일 이태원 주변 기지국 접속자 정보를 일괄 제출했다. 이를 통해 확보된 이태원 클럽 인근 방문자는 1만905명이다. 이동통신 3사는 기지국과 휴대폰의 통신 내역을 분석해 특정 기간, 특정 지역 내 30분 이상 체류 등을 조건으로 명단을 추출해 전달했다. 해당 시간대에 해당 장소에서 기지국과 휴대폰이 주고받은 신호가 있는 경우 통신사에 등록된 가입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을 통하여 집중관리·활용되는 개인 및 기업의 신용정보의 범위는 대출, 신용카드, 보험, 세금과 과태료 및 주민등록정보 등 공공정보는 물론이고 통신요금 연체까지 광범위하며, 이 정보와 기타 정보 등을 합산하여 사람을 10등급으로 분류한다. 이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 및 금액, 이율 등에 차별을 받는다. 이는 과도한 개인 신용정보 수집, 활용과 별개로 헌법 제11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개인의 정보가 쉽게 파악되고 편리하게 이용되다 보니 코로나19 사태에서 감염 의심자가 개인의 사생활을 감추려고 거짓말을 하여도 통신, 카드사용, 버스 등 대중교통사용 등을 추적하여 효과적인 방역에 사용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일본을 포함한, 유럽과 미국에서는 감염확산에 기본이 되는 개인의 이동 동선(動線)을 쉽게 파악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가진단 등 방역에 필요한 디지털 어플리케이션을 한국처럼 활용하지 못하여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다.

대한민국은 1968년 간첩식별과 주민 통제를 위해 주민등록제가 도입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주민등록제도와 함께 고유번호제도, 국가신분증제도를 통일적으로 관리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은 전 국민적인 주민등록제도가 없고 영국, 미국, 일본의 경우에는 국가신분증이 아예 없다. 또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식별 번호를 두고 있는 나라도 북유럽 외에는 드물고, 개인식별번호가 있다고 해도 사용범위를 공적 영역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미국의 사회보장번호가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어 사실상 주민등록번호 구실을 한다고 볼 수 있지만, 이것 역시 무의미한 숫자 9자리 조합이며 손쉽게 새 번호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스웨덴 역시 출생과 동시에 생일과 성별을 알아볼 수 있는 일련번호를 주민들에게 부여하지만 번호의 사용 목적으로 복지행정과 지방자치단체 운영 등으로 한정하고, 민간영역에서의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심지어 독일헌법 1항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에 비춰봤을 때 사람을 하나의 번호로 통합 관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아예 못을 박았다.

그러면 주민등록증 같은 신분증도 없이 어떻게 국가 행정이 가능할까?

신분증이나 주민등록제도가 전혀 없는 영국을 보자. 영국인은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관공서를 방문해 신고해야 할 일이 3번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바로 출생신고, 혼인신고, 사망신고이다. 국가는 국민이 어디에 사는지 제도상, 공식적으로는 알 방법이 없다. 이사를 해도 주민등록이 없으니 관공서에 주거 이전 신고를 해야 할 의무조차 없다. 1, 2차 세계대전 중에 잠시 신분증 제도를 이용한 후에 영국은 국가가 나서서 국민이 어디에 사는지 알 필요가 없다는 식의 제도를 무언의 국민적 합의에 의해 애써 유지해 간다. 믿기지 않는 사실은 선거를 하는 투표장에서도 투표용지를 받기 위해서 내가 누구라는 걸 증명하는 서류나 신분증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주소와 이름을 말하면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투표용지를 내 준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나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국가라는 비인격적인 존재에 자신을 통제할 권한을 주는데 대한 반감이 워낙 높은 것이다. 국가가 국민 개개인이 어디에 사는지 알 필요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말고, 알아서도 안 된다는 무언의 합의가 영국인들 사이에는 이루어져 있다.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서 신분증이니 주민등록이니 하는 제도를 만들게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국가에게 많은 권력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이 민주주의를 국가와 투쟁하면서 구축하면서 얻은 민주주의 시민의 기본의식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주민등록증 제도가 2014년까지 큰 변화 없이 계속 쓰이다가,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하여 사실상 전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자 그 체계를 개편하는 안이 논의되고는 있다가 최근 잠잠하다.

2017년 10월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은 3시간 30분 연설 도중 ‘새 시대’라는 단어를 36회나 사용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중국은 앞으로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필요하고 중국 공산당은 그 선도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면서 나온 표현이다.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비판적 의견은 독일의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제바스티안 하일만 연구원에게서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하일만은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의 생존을 위해 ‘디지털 레닌주의’의 실현을 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레닌주의는 공산당의 독재 또는 소수 엘리트에 의한 권력 독점이 본질이다. 하일만은 이 레닌주의 앞에 디지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묘사한다. 시 주석이 역사적으로 실패한 레닌주의를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부활시켜 이용한다고 주장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고도로 발달한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과거의 오류를 수정하고 정교한 플랜을 수립해서 미래형 중국식 사회주의를 건설한다는 시진핑의 이념이 결국 디지털 레닌주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디지털 ‘빅브라더’를 완료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중국은 개인들이 사용하는 인터넷과 각종 SNS를 감시, 통제하는 것은 기본이고, 지금은 중국 공산당의 정보 관리자는 특정 국민을 검색해 날짜별로 활동을 추적할 수 있다. CCTV는 단순 기록 장치를 넘어 일상을 감시하는 기기로 변질되고 있다. 2020년 중국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안면인식과 CCTV를 결합한 감시 체계를 구축하여 조지오웰의 ‘1984’ 빅브라더가 실제 인류 앞에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치러진 4․15선거에 대하여 일부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그 중심에 선거법에서 정하지 않은 QR Code 사용문제가 대두됐다. 또 5월31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헌팅포차와 노래방 스탠딩 공연장 등 밀집·밀폐도가 높은 8개 업종을 고위험시설에 대해 내달 2일 오후 6시부터 행정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출입자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고위험 시설에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도입하고 도서관과 영화관,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에도 자율적 도입 방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가는 행정편의를 위하여 국민의 정보를 모아 활용하기를 원하는 것은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 편리함을 이유로 국민의 정보를 모으게 되면 본래 의도한 목적과는 달리 권력을 유지하는데 사용하려는 유혹 또한 적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코로나19와 같이 긴급한 상황에서 개인의 정보를 활용하여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유익하게 사용했지만 사용범위를 최소화하고, 다른 목적에 사용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고, 사용 후에는 철저하게 삭제, 폐기하여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박대석 칼럼니스트, (주)예술통신 금융부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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