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촌만필] 관동팔경(關東八景)
[선비촌만필] 관동팔경(關東八景)
  •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 승인 2020.06.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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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봄날의 정취를 앗아간 코로나19에 갇혀있던 5월 어느 날, 옛 벗들이 코로나 탈출을 위한 테마여행을 제안해 왔다. 가사문학(歌辭文學)의 대가 송강(松江) 정철의 ‘관동별곡(關東別曲)’ 코스를 송강처럼 유람해보자는 것이었다. 내가 평소에 추천해 왔던 ‘관동팔경(關東八景)’이기도 하려니와 때는 계절의 여왕 5월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했다.

수백 년 동안 명성을 이어온 관동팔경이 조선의 선비들에겐 어떤 곳이었을까? 유교문화권의 지배층인 사대부들은 유학이라는 학문은 물론 시, 서, 화(詩書畵)를 기본 교양으로 삼아 자연을 그리고 노래하며 풍류를 즐기는 것이 그들의 심신 수양과정이기도 했다. 

조선의 성리학자들이 추구한 이상적인 정치 모델이 ‘요순시대(堯舜時代)’였다면 관념적 이상향(理想鄕)으로는 무릉도원(武陵桃源), 소상팔경(瀟湘八景), 무이구곡(武夷九曲) 등 초현실적이고도 빼어난 경관의 선경(仙境)이었다. 이렇게 도교의 신선사상(神仙思想)의 영향으로 조선의 선비들도 신선처럼 세속을 벗어나 명산대천(名山大川)을 찾아 자연의 일부가 되어 몸과 마음을 닦으면서 학문을 연마하고 경승지를 산수화로, 또는 시(詩)와 글로 남겼다. 

관동팔경처럼 경승지를 굳이 여덟 곳을 정하여 ‘八景’이라 지칭한 것은 중국의 소상팔경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중국문화에서 8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주역의 8괘와도 연관되며 8은 땅을 대변하는 숫자이자 행운을 뜻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또 ‘구곡(九曲)’이니 ‘동천(洞天)’이니 하는 경관이 빼어난 산천에 붙이는 별명들도 8경처럼 성리학적 이상향인 선경(仙境)의 의미로 많이 쓰여졌다.

송강(松江) 정철의 관동별곡이나 고산(孤山)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나 농암(聾巖) 이현보의 어부사(漁父詞)처럼 조선의 선비들은 강산과 절경을 즐기고 노래하면서 詩나 글을 남겼으니 이를 ‘강호문학(江湖文學)’이라 하고 이들을 통칭하여 조선 선비들의 ‘산수문화(山水文化)’라고 한다. 이제 그 현장인 어부사시사의 보길도나 어부사의 산실 안동 분강(汾江)에 이어 동해안의 관동팔경을 이번에 유람한 것이다.

특히 송나라 이적(李迪)이 그린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는 조선 선비사회에 크게 영향을 미쳐 조선 8도(道에 아름다운 경관들이 8경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또 조선 후기에는 산수문화가 풍미하면서 지역이나 고을마다 8경으로 지칭되는 경승지를 경쟁적으로 이름 붙이기도 했다. 이런 조선의 대표적인 8경으로 관동팔경과 관서팔경, 단양팔경, 평양팔경, 대한팔경 등이 그 명성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팔경의 뛰어난 경치에다 시인 묵객들이 그 풍광을 시, 서, 화에 많이 남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8경들의 특징으로 
* 송강의 가사문학의 무대가 되면서 ‘강원팔경’이라고도 불린 ‘관동팔경’은 누(樓), 대(臺), 정(亭)과 바다, 호수, 강의 빼어난 풍광이 우리를 압도하였고 특히 경포호수에 떠 있는 다섯 개의 달을 노래한 詩는 조선 선비들의 풍류(風流)가 어떤 맛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 자연의 아름다움을 소재로 절벽, 바위, 산하의 수려함을 노래하고 팔경을 이름 지어 퇴계의 풍류관을 보여준 ‘단양팔경’은 ‘진경산수(眞景山水)’의 원조로 볼 수 있지 않을까!
* 을밀대의 봄풍경, 부벽루의 보름달, 대동강의 뱃놀이 등 아름다운 풍경이나 몽환적 분위기를 노래한 ‘평양팔경’도 눈으로 보는 듯하다.
*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묘향산, 금강산과 해운대, 대동강 등 조선의 유명 산하와 석굴암 같은 탁월한 예술품을 예찬한 ‘대한팔경’은 대중가요의 주제가로 불려졌는데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의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16세기 관동팔경을 노래한 송강의 ‘관동별곡’이 조선의 강호(江湖)문학의 백미 라면 18세기 진경산수(眞景山水를 그린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산수문화(山水文化)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갈 수 없는 북녘땅 총석정(叢石亭)과 삼일포(三日浦)는 상상이나 꿈에서 만나보기로 하고 청간정(淸澗亭)을 시작으로 남으로 울진 월송정(越松亭)까지 ‘관동6경’을 조선 선비의 눈으로, 송강의 시심(詩心)으로 유람했다. 상업적 인공미가 지배하는 유원지나 경승지에 식상한 심신을 이 땅의 빼어난 산하와 풍광을 자랑하는 관동팔경 누·정에서 달래보았다. 

이상향을 꿈꾸면서 자연을 노래했던 시인 묵객들의 풍류관이 현대인들의 자연관과 어떻게 다르고 또 같은가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면서 이를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었던 아주 특별한 관동팔경 유람이었다.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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