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餘白] 북한 핵 폐기는 대동강 기적 부를 것
[餘白] 북한 핵 폐기는 대동강 기적 부를 것
  • 박대석 칼럼니스트, (주)예술통신 금융부문대표
  • 승인 2020.06.2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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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한국의 대북전단을 빌미로 북한이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바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보란 듯이 폭파하고 추가적인 군사도발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나아가 20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은 “현재 북조선(북한)은 전략 미사일과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새로운 조선반도 전쟁 개시는 미국이라는 한 제국에 종말을 가져다줄 아주 특별한 사건으로 인류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미국을 협박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약 20여일 간의 잠행 끝에 5월1일 잠깐 모습을 드러내더니 다시 외부에 나타나지 않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당 중앙의 이름으로 각종 강경 대남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김정은의 신변이상설, 유고설, 권력이양설 등 여러 관측이 보도되고 있다. 북한 내부 사정이 정상이 아닌 것만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복잡한 내부 문제를 외부로 시선을 돌리고, 6월18일 미국이 대북 경제 제재 행정명령을 1년 연장한 것에 대응하여 무모한 짓을 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북한이 실행할 수 있는 대남도발의 방법에 대하여 홍진기 정치학박사는 “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도발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동해상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험, 남측의 초소를 기습 공격하고 일시 점령, 생화학무기사용, 서해5도 도발 등 가능성 있는 국지도발에 대하여 철저하게 대비하여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보내는 대남전단지에 세균을 담아 보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거하는데 조심해야 한다”고 필자에게 오늘 전화를 통하여 말했다.

사실상 2018년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온 세계가 주목한 가운데 열린 판문점선언은 휴지조각이 되었다. 그날 선언에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2018년 정전협정 65주년 맞이하여, 미국,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여 종전선언 후 평화협정 전환, 완전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하여 남북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스스로 온 세계가 보라고 판문점선언의 상징인 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추가적인 대남도발도 경고했다. 선언 이후 비핵화에 대해서는 “영변만 폐기하면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로 접어든 것”이라고 사실상 눈속임을 했고, 도리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산업에 대하여 탈(脫)원전을 선언하고 이행함으로써 막대한 일자리를 포함한 성장 동력산업을 잃고 자진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실천했다.

이런 와중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성향 의원 173명이 6월14일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어이가 없다. 흡사 조폭은 멱살을 잡고 달려드는 데 좋게 말로 하자며, 사이좋게 지내자고 무릎 꿇고 비는 형국이다. 대한민국의 국격은 고사하고 5천만 국민의 안위와 나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행동들이다. 굳이 종전선언이 필요하고 업적으로 남기고 싶다면 상호주의를 들먹거릴 필요도 없이 북한의 핵 폐기 선언을 조건으로 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이 공식 웹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는 2020년 4월 기준 9개 나라의 핵탄두 재고 추정치 현황에 따르면 러시아가 6천372개를 보유해 선두이고 미국 5천800개, 중국 320개, 프랑스 290개, 영국 195개, 파키스탄 160개, 인도 150개 이스라엘 90개, 북한 35개이다.

드류 월터 미국 국방부 핵문제 담당 부차관보는 5월26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미국이 꽤 제대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에 대적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기 위하여 핵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한국을 인질로 삼기 위한 것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주지의 사실이다.

호주 멜버른에 본부를 둔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은 지난 13일 공개한 ‘2019 세계 핵무기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핵 개발에 6억2,000만 달러(약 7,600억원)를 사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의 북한 동포들은 지옥 같은 삶 속에 굶주리고 있는데 북한은 우리를 포함하여 보든 나라를 속여 가며 오로지 핵개발에 목숨을 걸고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남북한 모두에게 해가 되는 핵을 폐기하는데 위정자들은, 특히 집권 여당은 목숨을 걸고 관철해야 할 최우선 안 보문제는 못 본 척하면서 북한의 김정은이 만 좋아할 종전선언만 하자고 하니 제정신이냐 묻고 싶다.

북한이 핵을 폐기해야 북한도 살고 한국도 산다. 카자흐스탄의 예를 보자.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신생 독립국이 된 카자흐스탄은 난데없는 4대 핵무기 강국이 됐다. 소련이 연방국에 분산 배치했던 핵무기의 소유권이 넘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은 신속하게 비핵화의 결단을 내렸다. 핵 대신 경제 발전 노선을 선택한 것이다. 이후 핵무기는 러시아에 넘겨서 폐기 절차를 밟았고, 그 대가로 미국은 ‘넌-루거 프로그램’을 통해 16억 달러 규모의 경제 지원을 했다. 그리고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비핵지대화 창설을 주도하면서 경제 부흥에 성공했다. 그래서 비핵화의 성공 모델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4월21일 국빈 방문 중인 카자흐스탄을 ‘모범적인 비핵화 국가’라고 평가했다. 물론 카자흐스탄이나 리비아 모델 모두 북한 핵 문제와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얼떨결에 소련의 핵무기를 넘겨받은 카자흐스탄과 달리 북한은 핵무기를 직접 개발했다. 핵 개발에 수십 년이 걸렸고 그 수준도 상당히 고도화됐다.

게다가 카자흐스탄과 마찬가지로 소련에서 넘겨받은 핵무기를 포기했던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의 침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리비아 모델에 대해선 북한은 더 예민하게 거부감을 표한다. 북한은 리비아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결정적 이유가 핵 포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핵 포기=체제 붕괴’라는 생각이 강하다. 김정은이 유독 핵 능력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바로 이런 부분에 대하여 북한, 미국, 중국을 설득하여 핵 폐기를 끌어내는데 문재인정부는 핵심을 잡고 집중해야 한다. 북한에게는 대동강의 기적으로 불릴 수 있는 경제발전이 일어날 수 있고, 미국에는 친미 성향의 북한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을 가지고 정면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러자면 자신들 누리고 있는 한순간 지나가는 권력에는 사심이 없이 나라만 바라보아야 한다. 과감하게 중국도 설득하고 안 되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 기술, 제조에 대하여 강력한 미국의 압박과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책임 등으로 우리가 파고들어 갈 틈이 많아 보인다.

사실 북한은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하여(이이제이, 以夷制夷) 핵기술, 식량, 에너지 등을 최소한으로만 지원하는 중국에 대하여 불만이 많다. 김일성은 항일 투쟁으로 중국과 사이가 좋은 편이었지만, 김정일은 중국에 대하여 노골적으로 비난할 정도로 관계가 좋지 않았으며, 집권 9년 차 김정은 위원장 역시 장성택 등 중국통을 모두 제거할 정도로 중국에 대하여 거리를 두고 있다. 도리어 한국 문재인 정부가 과도하게 중국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것 또한, 북한으로서는 한국 정부에 대하여 미국만큼 못마땅한 것이다. 필자 역시 이해 못 하는 부분이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자신들의 입장을 잘 중개해주기를 바랐고, 또한 중국은 자신들의 영역이라고 여겼는데 한국 정부가 양쪽 다 걸리적거리고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아무튼,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최근 허둥지둥 다급하고 속이 다 보인다. 아예 유엔이나 미국의 간섭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북한에 지원하려 한다. 심지어 한미워킹그룹도 해체하자고 한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북한이 무슨 일을 저지를 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과 미국에 허울 좋은 말만 중개했고 되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북한의 반발을 예상 한 것이리라.

미국 또한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지만 동맹, 혈맹으로서의 신뢰는 이미 금이 갔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 거절과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요청 거부 등 한국의 노골적인 친중 행보에 대하여 불만이 많지만, 미국은 시급한 미·중 전선 대치 상황에서 유리한 연대를 위하여 한국을 잠시 두고 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만에 하나 한국 정부가 북한 지원 등 미국의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면 바로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 Secondary Boycott)의 제재가 가해질 것이다. 대기업과 은행이 수일 만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가 있다.

이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냉정한 현실임을 위정자들은 직시하고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종전선언은 문자 그대로 전쟁의 종료를 선언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는 평화협정과 동시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비핵화 문제가 실질적 진전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협정 체결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종전선언을 비핵화 동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자 평화체제로 가는 시발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중간 수단으로만 악용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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