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 ⑬] 피아노포르테, 피아니시모에서 포르티시모까지
[홍미희의 음악여행 ⑬] 피아노포르테, 피아니시모에서 포르티시모까지
  • 홍미희 기자
  • 승인 2020.06.23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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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동네에서 피아노소리를 듣기 어려워졌다. 생활소음에 예민한 시대이기도 하고, 피아노 배우는 아이들 자체가 줄었다. 예전에는 아파트가 생기면 피아노학원이 먼저 들어왔고 시골마을을 가도 길가에 낯익은 모습의 피아노학원이 있었다. 피아노는 몇 살부터 배우느냐가 고민이었지 배우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컴퓨터로 악보를 만들고 소리까지 만드는 요즘 피아노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악기는 인기가 없어진 것 같다. 설령 배우기 시작했다 해도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그만두는 것이 상식처럼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아노는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악기이다. 피아노를 보기 위해 덕소에 위치한 프라움 악기박물관에 간다. 강변만큼 아름다운 이곳은 악기 전시와 연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 강이 보이는 정원을 가지고 있다. 박물관의 1층 이흥렬 기념관에는 선생이 섬집아기, 바우고개 등을 작곡할 때 사용했으며 일본 유학을 마치고 1931년 귀국길에 들여온 국내 1호 야마하 피아노가 전시되어 있다.

이흥렬 기증 피아노

피아노를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부르는 이유는 오케스트라에서 사용하는 모든 악기의 음역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음은 피콜로의 최고음에 비슷하고 최저음은 튜바의 최저음보다 훨씬 낮다. 또한 열 개의 손가락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 그 음의 조합이 넓어지므로 어떠한 형식의 악곡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피아노의 미덕은 또 있다. 누가 치더라도 음정을 걱정할 필요가 없이 정확한 소리가 난다. 손가락을 살짝 혹은 세게 눌러 강약을 조절할 수 있고 이미 평균율을 채택하고 있어 모든 조를 쉽게 바꾸어 칠 수 있다. 그래서 피아노는 모든 악기의 왕이고, 많은 사람이 처음 만나는 악기이기도 하다.

처음 피아노를 발명한 사람은 피렌체의 메디치가에서 악기보관을 담당했던 크리스토포리(1655~1731)이다. 그는 쳄발로를 만드는 사람이었는데 쳄발로가 강약의 조절이 어려운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1709년 해머장치를 이용해 현을 때려 소리를 내는 악기를 생각해냈다. 그리고 그 악기를 ‘클라비쳄발로 코르 피아노 데 포르테’라고 이름 붙였다.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쳄발로란 뜻이다. 이후 피아노는 독일의 오르간 제작자 질버만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생산과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피아노의 전신인 쳄발로는 1500년경에 등장했는데 건반을 누르면 핀(플랙트럼)이 현을 튕기며 소리가 나기 때문에 현악기, 특히 기타와 같은 음색을 지닌다. 우리나라의 영화 ‘스캔들’에서는 영화의 배경음악에 쳄발로를 사용하여 클래식하고 청명한 느낌을 표현했다. 바로크와 같은 시대인 조선시대 인물의 기품을 나타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과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해 쳄발로만한 악기가 없었던 것 같다. 음악감독인 이병우가 뛰어난 기타리스트여서 쳄발로의 아름다움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크시대의 쳄발로는 건반의 색이 현재와 반대인 경우가 많다. 모차르트 시대를 지나면서 현재와 같은 구조의 흑백이 완성되었다. 당시 건반의 재료는 상아와 흑단이다.
5피트 싱글매뉴얼 그랜드 하프시코드(쳄발로), 도널드 고든. 쳄발로는 건반을 누르면 잭이 올라가면서 깃대로 만든 플랙트럼이 현을 튕긴다.

피아노의 전신인 악기로 쳄발로 외에 오르간이 있다. 쳄발로가 현악기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면 오르간은 관악기의 느낌을 지닌다. 오르간은 풀무로 만들어진 압축공기가 파이프를 통해 나오면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이곳에 전시된 오르간은 소형으로 2단의 건반을 가지고 있지만 규모가 큰 오르간의 경우 위에 있는 5단까지 있는 경우도 있다. 오르간 연주가 어려운 이유는 손으로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발 페달도 같이 연주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공기는 19세기까지도 풍금처럼 사람이 직접 발 건반을 이용하거나 규모가 큰 경우 뒤쪽에서 열심히 풀무질을 해서 제공했지만 요즘은 전기를 사용한다. 생상의 오르간심포니는 조용하면서도 명상에 잠긴 듯한 소리와 강하고 웅장한 느낌까지 오르간의 모든 소리를 표현하고 있다.

소노렉스 오르간(왼쪽). 오르간의 크기에 따라 풀무인원이 증가된다.

그랜드피아노는 날개 모양의 아름다운 자태를 가지고 있다. 이는 현과 향판의 모양에 따라 케이스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음의 높이는 진동수에 비례하므로 현의 길이가 길어지면 음은 낮아지고 짧아지면 낮아진다. 대금이 소금보다 소리가 낮은 것, 변성기가 되면 남자의 성대가 길어지면서 여자보다 5도 정도 낮은 소리로 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업라이트(직립)피아노는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그랜드피아노의 단점을 보완하여 판을 세워 뒤에 붙인 형태이다. 이때 선은 가능한 길게 만들기 위해 대각선으로 배치한다.

9피트 그랜드 피아노, 스타인웨이, 1897년. 1862년 독일출신의 알버트 웨버가 미국 뉴욕에 매장을 열고 판매하였다. 건반을 누르면 해머가 줄을 치면서 소리가 난다. 당시 웨버 피아노의 가격은 1400불로 빅토리아 시대의 대저택을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고 한다.
9피트 그랜드 피아노, 스타인웨이, 1897년. 1862년 독일출신의 알버트 웨버가 미국 뉴욕에 매장을 열고 판매하였다. 건반을 누르면 해머가 줄을 치면서 소리가 난다. 당시 웨버 피아노의 가격은 1400불로 빅토리아 시대의 대저택을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고 한다.
업라이트 피아노. 왼쪽은 1885년 미국 웨버, N.Y사 제품. 오른쪽은 업라이트 피아노의 내부 사진. 대각선으로 배치한 선을 볼 수 있다.

1700년대 이후 만들어진 곡을 보면 피아노의 발전을 짐작할 수 있다. 오르간을 신이 내린 최고의 악기로 생각했던 바흐는 피아노를 무시했기 때문에 피아노곡을 작곡하지 않았다. 베토벤은 악기의 사용에서도 실험적인 사람이었다. 베토벤이 사용했던 피아노는 초기에 61건반이었지만, 중기(1803~16)에는 86건반으로 발전했다. 그는 이 시기에 강약을 강조하고 저음에서 고음까지 거의 모든 건반을 사용한 ‘발트슈타인’, ‘열정’ 등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한다.

피아노 음악의 최고봉인 쇼팽과 리스트의 시대의 피아노는 페달, 액션, 프레임, 해머, 강철로 만든 선, 85건반 등을 갖추며 거의 오늘날과 같은 구조로 완성된다. 쇼팽은 검은 건반으로만 연주하는 ‘흑건’과 대비적으로 흰건반을 사용하는 백건을 작곡했다. 초절정 기교를 구사했던 리스트는 반주악기로 여겨졌던 피아노를 홀에서 피아노만으로 독립된 연주회를 여는 리사이틀을 열었고, ‘라 캄파넬라’,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슈베르트의 마왕 등을 피아노로 편곡했다. 라벨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오른손을 잃어버린 친구인 피아니스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왼손으로만 연주하는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과 88건반을 모두 사용한 ‘물의 희롱’을 작곡하기도 했다.

피아노를 배우는 인구가 늘어난 것은 1820년대의 일이다. 오만과 편견에서 “반드시 음악, 노래, 그림, 춤 그리고 여러 외국어에 대해 완벽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교양이 있다는 자격이 있지요.”라고 말했던 것처럼 시민계급이 성장하면서 중상류층의 자제들이 피아노를 배우는 것은 하나의 교양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1800년대 중반 빈에 의사가 500명이었는데 피아노 교사는 1600명이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정말 인기가 있었나 보다. 그중 유명했던 사람이 ‘체르니’였고, 피아노 교본의 기본으로 알고 있는 ‘바이엘’ 역시 이 시대의 사람이었다.

교양으로 피아노를 배우던 시대는 지나갔지만 모든 악기의 기본인 피아노는 오늘날에도 변화하고 있다. 전자 피아노는 아파트가 많아 마음대로 연주할 수 없는 요즘 이어폰을 끼고 남들에게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또 많은 종류의 소리를 내장하여 다양한 악기소리를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내장되어 있는 소리가 원래의 소리와 가깝고 악기의 소리가 많을수록 가격은 더 비싸진다. 또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를 하면 악보가 그려지게도 할 수 있고 그 소리를 저장하여 다른 소리와 편집할 수도 있다. 피아노는 많은 사람이 쉽게 칠 수 있도록 또는 현대에 맞는 기능을 갖추면서 발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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